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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쟁점들에 대한 최종점검
한미FTA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물론 한국 측 협상단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하는지 모를 정도로, 아니 또 하나의 미국 측 협상단인 것처럼 협상에 임하고 있다.
한미FTA의 쟁점들에 대해 다룬 글들을 담아왔다. 물론 대부분 현재의 협상을 부정적으로 파악하는 기사들이다.
한미FTA 공식협상에서 도대체 뭘 얻었나? (프레시안, 노주희기자, 2007-03-13 오전 11:53:20)
[쟁점별 총정리]30대 쟁점 중 한국 입장 반영 3개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이 12일 종료됐다. 이 협상을 끝으로 지난해 6월부터 한미 양국에서 번갈아가며 열렸던 한미 FTA '공식' 협상이 끝났고, 앞으로 남은 협상은 실무급 협상, 고위급 협상, 최고위급 협상 등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미 FTA 협상이 '쇠고기'와 '자동차'라는 덫만 잘 피해가면 늦어도 오는 30일께 협상이 무난히 타결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프레시안>은 작년 하반기 한창 협상이 진행 중일 당시 '한국 측 협상단이 스스로 협상 난제로 꼽은 30대 쟁점 및 이에 대한 양국 입장' 그리고 '<프레시안>이 취재한 협상 결과'를 각 쟁점별로 점검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0대 쟁점 가운데 한국 측 협상단이 한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은 총 3개(10%)로, 여기에는 농업 세이프가드(safeguard, 임시수입제한)의 도입, '재벌도 공정거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각주 삭제, 미 정부조달 시장의 입찰 참가조건 완화 등 당연하거나 미미한 사안들만 포함됐다.
반면 미국 측은 30대 쟁점 가운데 존스 액트(Jones Act, 미국 내 인적·물적 자원은 미국인 소유의 미국산 배에 의해 수송돼야 한다는 규정)의 유지, 섬유제품에 대한 얀포워드(Yarn Forward, 원사 기준 원산지 기준) 적용 원칙 등 최소 13개(43.3%)의 쟁점에서 자국 측 입장을 반영하거나 관철시켰다.
아직 30대 쟁점들에 대한 협상이 다 완결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현재 협상이 진척되는 것으로 봐서는 한미 양측 협상단이 합창해 온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쟁점들은 대부분 미국 측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거나, 한국 측의 '작은' 요구를 반영하려면 미국 측의 '큰'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측 협상단이 꼽은 쟁점(1) : 상품 분야>
협상 분야별로 보면, 상품 및 관련 분야의 협상에서는 한국 측이 농산물 세이프가드(safeguard, 일시수입제한)를 도입하겠다는 '당연한' 요구를 관철시킨 것 외에는 사실상 얻어낸 것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반면 미국 측은 존스 액트(Jones Act)의 '내국민 대우(NT)' 적용 예외, 배기량 기준 한국 자동차 세제의 개편 또는 폐지, 항만유지수수료의 유지 등 많은 쟁점에서 자국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자동차 관세 조기 철폐, 섬유 관세 대폭 철폐, 개성공단산 상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 미국 반덤핑조치 발동요건의 엄격화, 다자간 세이프가드 발동시 상호 적용 배제 등 민감 쟁점들이 고위급 협상 의제로 올라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 측이 이 고위급 협상에서 뭔가 '큰 것'을 얻어내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한국 측 협상단이 꼽은 쟁점(2) : 서비스·기타 분야>
서비스·투자 분야의 협상은 상품 분야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마무리됐다. 미국 측의 시장 개방 요구가 한국 측의 '자발적인 자유화' 계획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양측 간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이 분야에서 꼽은 9개 쟁점들 가운데 신금융 서비스 시장의 개방 여부 등 3개 쟁점은 한미 양측이 타협을 통해 협상을 마무리 했고,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적용 대상의 축소 등 다른 3개 쟁점에는 주로 미국 쪽 입장이 반영됐다.
특히,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경우 한국 측은 수용(expropriation) 관련 분쟁은 국제분쟁해결절차가 아닌 국내구제절차로 해결하자는 핵심 요구를 접었다. 한국 측은 간접수용(수용은 아니지만 사실상 수용과 같은 효과를 내는 정부 정책) 예외조항의 예시에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을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설사 이런 요구가 관철된다 해도 한국의 공공정책이 미국 기업의 '소송대상'이 될 위험성은 상존하게 된다.
이 분야의 2가지 남은 쟁점은 '일시적 외환 세이프가드의 도입을 허용하라'는 한국 측 요구와 '우체국 보험에 대한 정부 특혜를 없애고 감독을 강화하라'는 미국 측 요구 등이다.
<한국 측 협상단이 꼽은 쟁점(3) : 기타 분야>
기타 분야에서도 한미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미국 측은 한국의 입법예고기간 연장 등 대부분의 쟁점에서 자국의 요구를 관철시킨 반면 한국 측은 '재벌이 공정거래를 하도록 하라'는 각주를 협정문에 넣으라는 미국 측의 '상식적인' 제안을 포기시키는 데 협상력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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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결' 일변도 여론몰이 급급 (미디어오늘, 2007년 03월 13일 (화) 15:02:12 조현호 기자)
[비평] 한미FTA 8차협상, 조중동 '조속 타결' 선동…"방송사 편파 일관"
여러 분야에서 완전 타결을 본 한미FTA 8차협상 보도에서도 신문과 방송은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한 냉정한 분석 없이 오로지 '타결' 일변도의 편파적인 여론몰이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중동·문화·경제지 오로지 '타결' 한 방향=협상이 시작된 지난 8일자 신문은 양국의 농림부 고위급회담 결과 '뼈없는 쇠고기 수입 재개'에 관심을 모았다. 조중동과 문화일보 한국경제는 '뼛조각이 들어있는 쇠고기 상자'를 반송하는 부분반송에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고 보도했으나 경향 한국 서울 국민 세계 등은 모두 협상이 결렬됐다고 했다. 농림부 보도자료에는 '합의'라는 표현이 없었고, 이날 농림부 관계자는 부분반송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중동 등은 이를 9일자에 보도하지 않고 넘어갔다. 유일하게 세계일보는 9일자 사설을 통해 미국의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 요구에 대해 "우리에 대한 지나친 통상 압력"이라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뼛조각 쇠고기의 국내 유통은 어떤 경우에도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눈에 띄었다.
▲ 조선일보 3월12일자 2면. | ||
조선은 10일자 3면 <핵심쟁점 빼고…'낮은 수준' FTA로 가나>에서 "민감한 분야는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낮은 수준'의 협상을 시도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박상표 건강권실현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미국 대표단은 이번 협상을 NAFTA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FTA라고 하는데 우리 정부와 언론은 얻은 게 없기 때문에 '낮은 수준'이라고 규정하면서 미리 발을 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쇠고기 시장을 내주면 미국은 8∼10억 달러의 이익이 발생하고, 자동차를 얻더라도 관세인하 혜택이 3억불에 불과한 것만 보더라도 이익의 상호 균형도 맞지 않다"며 "무엇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쟁점은 안전성에 관한 분야임에도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이를 쟁점에 두고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FTA 세력과 맞서 성공적 타결해야"=특히 조중동 경제지 등은 마지막 협상인 만큼 한미FTA에 대한 언론사의 주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선은 10일자 3면 <'반FTA 구호'에 담긴 주장과 반론>에서 FTA에 대해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 △대미수출 증가 △고용증가 △다른 농산물 대체에 불과한 효과 △개방 거부가 더 소득불평등 상승 등의 주장을 폈다.
▲ 동아일보 3월13일자 사설. | ||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FTA의 반대 목소리를 비중있게 반영하면서도 이번 8차 협상이 한국에게는 섬유·의약품·농산물마저 후퇴하고 있다는 점을 수 차례 지적했다. 조중동과 경제지는 이번 협상결과가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장단점에 대한 분석은커녕 우리 대표단이 당초 요구했던 것과 실제로 얻은 것에 대한 최소한의 비교도 하지 않았다.
▷쇠고기 통제국 판정이 안전성 보장?=OIE(국제수역사무국)가 미국을 쇠고기 안전통제국가로 판정했다는 소식에 대해 방송사와 신문들은 11일자에서 이를 향후 한국에 대한 쇠고기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OIE는 미국의 정치적 입김이 반영돼온 기구이며 등급 판정을 했다고 해서 미국이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상표 국장은 "향후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는 수입국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임에도 언론은 '미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은 듯이 '수입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연결하고있다"며 "미국 언론도 이런 식으로 보도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3월12일자 1면.
▷방송 보도=방송사의 8차 협상 보도 역시 편파적으로 일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13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MBC의 지난 8일 <뉴스데스크> '축산농가 근심'이 최악의 보도로 꼽혔다. 언론연대는 "이 기사는 미국 쇠고기 수입이 가격을 떨어뜨려 나쁘지 않다는 소비자 인터뷰와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수입을 반대한다는 한우협회 회장의 인터뷰를 나란히 실었다"며 "이번 협상의 쟁점('뼈있는 쇠고기')을 마치 쇠고기 수입 자체로 착각해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MBC의 9일 '대규모 반대집회' 뉴스도 "경찰과의 충돌 가능성"만으로 추측보도한 것으로 지적을 받았다. KBS의 11일자 <뉴스9> 'FTA, 찬성율 54%P 상승'에 대해서도 언론연대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한미FTA 민간대책위의 성격조차 밝히지 않은 채 조사자료를 사실처럼 이용했다"며 반대 주장에 대해 이런 식으로 보도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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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고위급 담판은 국회와 헌법을 무시한 월권행위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2007-03-14)
고위급 회담 논의대상 ‘100개 이상의 국내법제 개폐’ 누구 동의 얻었나?
미측 법개정 대상협상은 의회가 통제, 한국협상단은 마지노선 없이 위헌적 재량권 행사
정부는 고위급 담판 전에 개정 대상 법률, 개정 불가 법률 목록을 공개하라
한미FTA 마지막 공식협상이 12일 막을 내리고, 19일부터 워싱턴DC에서 막판 타결을 위한 수석대표간의 고위급 협의가 진행된다. 한미FTA 협상을 ‘고위급 회담’을 통해 행정부 독단으로 타결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행정부의 월권행위임을 밝히며, 즉각 고위급 회담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협상단은 고위급 회담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한미FTA 협상의 마지노선과, 타결과정에서 개폐가 우려되는 법률과 제도의 목록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에 대한 협상을 해도 좋은지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일괄타결을 위한 고위급회담장으로 떠나는 것은 행정 관료들의 월권행위이며, 위헌적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8차 협상 종료 일 주일 만인 19일부터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런 굵직굵직한 쟁점들을 일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9개월 간 이견조정이 되지 않은 사안들을 일주일안에 타결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어떤 것이 마지노선인지 말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이건 안된다’는 최종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위급 회담 전에 국회 보고가 두 차례(14일 통외통위, 16일 한미FTA특위) 있긴 하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지금까지의 대국회 보고는 형식에 불과한 것이었고 협상의 마지노선을 제시하라는 요구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없었다. 그저 ‘네 잘 알겠습니다’라고 형식적으로 답변하는 것에 그쳐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월 한미FTA협상의제와 연관된 국내 법률이 169개라고 밝힌 바 있다. 8차례 협상을 통해 전자상거래, 정부조달, 금융 분야 등에서 일부 법제와 상충되는 협상쟁점이 제외되었으나 여전히 100개 이상의 제도의 개정과 관련된 쟁점이 고위급회담에서 다루어지게 된다. 한국 정부는 대규모의 국내법과 제도 변경을 초래하는 한미FTA에 대해 국민에게는 물론 국회에도 제대로 공개한 적 없다. 오히려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시민사회단체의 조사결과를 폄훼하는데 열을 올렸을 뿐이다. 지난 8월 시민사회단체와 국회의원이 수차례 요구한 끝에 2차 협상까지의 결과를 반영한 상충법률 36개를 조사하고는 지금까지 국회에는 업데이트 된 보고 한 번 하지 않았다. 충돌법률 추가 조사에 대한 요구에 대해 정부는 ‘협상 중이라서 곤란하다’라는 답변이 전부다. 협상이 끝나고 ‘통보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미국은 협상내용이 단 한 개라도 자국법령의 개폐와 관련될 경우, 반드시 협상을 중단하고 의회의 의견을 물어 처리해왔다. 무역구제 비합산 조치의 경우, ‘법개정 사항이어서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해 관철시켰고,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요구에 대해서도 ‘이민법 관련한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하였고 아직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수수료도 마찬가지다. 미 협상단은 건건히 법 개정 사항에 대해 의회의 요구를 앞세워 ‘협상 불가’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협상단은 미 의회의 강경 입장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한국 의회에는 형식적인 ‘보고’만 있을 뿐, 국민의 대표인 의회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어느 나라 협상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까지의 한미 협상결과는 협상재량권이 제한된 채 의회의 확실한 통제를 받는 미국 협상단이 초헌법적인 재량권을 가진 한국 협상단의 ‘고무줄’식 협상기준을 압박하여 대폭 양보를 관철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의 철저한 통제가 협상경쟁력의 출발임을 지금까지의 협상결과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고위급 회담 주요 의제를 보면 어느 것 하나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행정부 독단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은 없다. 우선,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관련 세제 개편 문제는 미국과의 양자협상으로 이뤄질 문제가 아니라 국내 전체 세수 규모와 그 필요성을 고려하여 국회를 통해 국민의 의견수렴 및 합의과정을 통해 결정되어야 할 국가적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가 배기량 5단계의 세제 기준을 3단계로 개편해 미측에 제시할 때까지 국민, 국회와의 합의과정은 없었다. 기가 막히게도 해당 장관이 언론사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알려졌을 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을 경우 매년 2조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의약품 분야와 자동차 세제개편 사안을 ‘비합산 조치’가 빠진 무역구제 요구사항과 ‘딜’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사실도 국회에 추후 보고 되었을 뿐 사전 협의란 것은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쌀 등 농산품 민감 품목 관세 철폐 문제도 미국의 ‘거센’ 요구에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내 농업현실과 이후의 영향을 고려하여 대책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협상단은 개방범위에 대해 ‘비공개’ 사안이라며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고, 결과적으로 역대 최대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미측에 선물로 안기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고위급 회담에는 투자자국가소송제 간접수용 배제 범위, 금융분과 일시세이프가드 도입, 방송시장 개방, 개성공단 등이 모두 논의 및 결정 대상이다.
책임은 국회에도 있다. 한미FTA특위가 구성되었지만 제대로 된 검증은 찾아볼 수 없고, 형식적인 질의응답만이 난무한다. 정부가 정해놓은 협상 타결 시한이 다가올수록 당연히 국회의 책임있는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7,8차 협상을 전후해 30명의 특위 의원 중 5~10명의 의원만이 질의할 뿐이다. 협상에 대한 비공개 사항을 심의하는 비공개회의라는 것은 없어진지 오래고,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는 의원은 없다. 이대로 가다간 ‘국민의 대표’가 아닌 ‘협상단의 거수기’로 전락할 판이다. 입법기관은 국회다. 적어도 국회는 한미FTA로 인한 법과 제도 충돌 현황(자발적 조치 포함)에 대한 보고 및 심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고위급 회담을 이런 과정 없이 행정부 독단적 결정으로 추진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차라리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
행정부 독단으로, 그것도 미국과의 협상만을 이유로 정부의 제도, 법, 정책을 바꾸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 곳은 바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협상단도 졸속 협상의 최종판이라 할 수 있는 ‘고위급 회담’을 통한 타결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미측 입장만 대변하는 협상단과 국민 전체의 삶의 문제에 수수방관하는 국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4천 7백만 국민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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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대선 최대 이슈될까 (레디앙, 2007년 03월 17일 (토) 08:30:17 정제혁 기자)
[토요기획-한미FTA와 대선] 민주노동당만 당론 정해
최근 범여권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한미FTA 협상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이 물꼬를 텄다.
천 의원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현 상태로는 협상을 중단하고 국민적 논의를 거쳐 차기 정부에서 협상하도록 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천 의원은 그동안 한미FTA 협상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협상 중단'을 요구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이날 천 의원의 발언은 강경했다. 그는 8차 협상까지의 결과에 대해 "협상이 매우 잘못돼가고 있다. 우리가 얻은 것은 없고 내주기만 해 왔다"고 혹평했다. 한미간 고위급 협상에 대해서도 "잘해도 손해고, 못하면 더욱 큰 손해만 남는 결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냉소적으로 전망했다. 현재로선 '협상 중단'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얘기다.
단호한 김근태 "나를 밟고 가라"
같은 날 정동영 전 의장은 '현안에 대한 입장'이란 발표문을 내놨다. 여기서 정 전 의장도 현재의 협상 내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전 의장은 "현재 협상이 불평등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협상내용을 중간 계산하면 '마이너스 FTA'였다"고 비판했다. 또 "기간을 정하고 미국의 입장대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에 반대한다. 참여정부 임기 내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차기 정부로 협상을 넘기라는 천 의원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김근태 전 의장도 16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이대로 가서는 안 되며, 다음 정부에 체결과 비준동의를 넘겨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았다. 김 전 의장의 발언은 단호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현 기조대로 미국의 시한인 3월말까지 타결할 생각이라면 김근태를 밟고 가야 된다.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한미FTA체결지원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한덕수 총리 지명자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시중에 한덕수 총리 지명자가 한미 FTA에 적극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게 확인되면 (인준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밖에 신기남 전 의장은 국민투표를 통해 협정 체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익'에 부합하는 협상인가?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세 사람의 입장 표명은 한미FTA 협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음을 뜻한다.
범여권에서 한미FTA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김태홍 의원이나 임종인 의원 정도다. 대부분 '국익에 부합하는 협상'을 주문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고위급 협상 만을 남겨둔 지금, 협상의 결과가 '국익에 부합되는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앞의 대권주자 세 명은 지금까지의 협상 내용에 대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론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한미FTA 협상 원칙에 대해 "철저하게 경제적인 실익 위주로 면밀하게 따져서 이익이 되면 체결하고 이익이 안 되면 체결 안 할 것"이라고 했다. 협상이 끝나가는 국면에 새삼스럽게 이런 발언을 한 의도를 짐작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한미FTA를 둘러싼 대립이 구체적인 협상 결과를 놓고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미FTA를 둘러싼 복잡한 정치지형
한미FTA 협상을 둘러싼 정치 지형은 다소 복잡하다. 당론을 정한 정당은 민주노동당이 유일하다. 반대 당론이다.
열린우리당은 찬반이 섞여 있다. 정동영, 김근태 두 전직 의장은 반대편에 있고 정세균 현 의장은 찬성에 기울어져 있다. '통합신당모임'은 한미FTA를 옹호하는 의원이 많다. 물론 이들의 태도는 '반노무현'과 '친FTA'의 이율배반적 역학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민생정치모임'은 반대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의 경우 아직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찬성 입장이 강하다. 강재섭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한미FTA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집권하면 한미FTA만 빼고 현 정부의 정책을 다 바꾸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균일하진 않다. 농촌을 지역구로 가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당론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양당 공히 찬반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뚜렷한 입장 표명을 않은 채 어물쩍 대선정국을 넘기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번의 변곡점
한미FTA를 저지하려는 입장에선 '반대파' 의원들을 최대한 모아내야 한다.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의원들을 반대편으로 끌어들이고, 찬성 입장을 보이는 의원들을 중립화시켜야 한다.
이번 대선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간단한 이유다. 한미FTA에 찬성하면 대선에서 표를 잃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협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제고다. 둘째, 협상에 대한 반대여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한미FTA를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만드는 것이다. 정태인 청와대 전 비서관이 "한미FTA는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미FTA 반대 흐름은 연말 대선까지 대략 세 번의 변곡점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협상 타결을 목전에 둔 현재는 협상 체결을 저지하는 데 투쟁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FTA반대범국본'이나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의 단식농성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와 맞물려 이달 말 국회에서는 한덕수 총리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반대파의 1차 공세가 시작될 전망이다.
미국측 협상 시한인 3월말로 협상 타결이 선언되면 4월부터 6월까지는 협상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라는 게 주된 요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선 한미FTA특위나 통외통위를 중심으로 이런 요구들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6월 이후 협상이 정식 체결되면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데 투쟁의 중심이 놓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가면서 여론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인가
한미FTA는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까. 여기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 이호성 보좌관은 "한미FTA는 미래비전의 문제이고 대선은 미래비전의 싸움"이라며 "대선의 중대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의원실 손낙구 보좌관도 "대선의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는 다른 전망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한미FTA는 아직까지 인텔리와 농민의 이슈에 머물러 있다"면서 "한미FTA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대선의 표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소장은 "한미FTA에 반대하는 농민들은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강한데, 한나라당이 한미FTA에 대해 찬성한다고 이들의 표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도 했다.
여론의 추는 팽팽하다. KSOI의 지난달 21일 조사에서 한미FTA에 대한 찬반 비율은 48.3%대 44.8%였다. 노 대통령이 13일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는 예측하고 시작한 것이고 지금의 반대도 예측한 수준을 크게 안 넘는다"고 자신감을 보인 배경이다.
다만 협상의 결과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면서 반대여론의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소의 13일 조사에서 협상 체결 시점에 대해 질문할 결과 '우리나라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때까지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대답이 무려 74.6%에 달했다. '충분히 논의됐으니 이른 시일 안에 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23.1%에 그쳤다. 이는 잘못된 협상으로 판명날 경우 반대론이 급속히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문제냐, 한미FTA냐
외부적인 변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남북문제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13 합의' 이후 북미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고, 이와 맞물려 남북관계도 급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경우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의 문제가 대선 정국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미FTA가 미국 주도의 동북아 체제에 남북한이 편입하는 흐름에서 패키지로 묶일 경우 진보진영의 혼선은 물론 '전선'의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한미FTA를 국민적 의제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실천과 함께 남북관계와 한미FTA를 동북아 질서의 구축이라는 맥락에 놓고 대안적 담론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FTA와 선거연합
한미FTA 협상의 체결 여부에 있어 이번 대선은 중대한 변수다. 역으로 한미FTA 협상을 놓고 형성되는 '전선'이 이번 대선의 지형을 역규정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종 '미래구상' 대변인은 "한미FTA에 대한 태도는 선거연합의 중대한 기준"이라며 "상반기 중 연합의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도록 정치권을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범여권을 한미FTA를 기준으로 갈라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근태 전 의장측 한 관계자도 "한미FTA는 정치세력을 묶는 하나의 준거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모든 정파가 단일대오를 형성해 협정 체결 저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데는 진보진영 내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한미FTA 저지 운동과 대선에서의 연합 문제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미FTA 반대 진영의 좌우 진폭이 큰 것을 감안하면 선거연합의 기준은 다른 데서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동당은 한미FTA에 올인해야 한다"면서도 "한미FTA에 대한 태도만으로 정치권이 재편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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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는 유연하게 다 퍼준 ‘장사’ (참세상, 걱정 11호 / 2007년03월19일 12시50분)
[걱정브리핑] 찬성측은 ‘현실’을 직시하고 과대 선전하지 말 것
한미FTA가 ‘이념’이 아닌 ‘주고받는 장사’라 한다. ‘퍼주고 망한 장사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퍼줘도 될 까 싶을 만큼 밀려있는게 한미FTA 협상 지형이다.
한미FTA는 IMF가 몰고 온 후과처럼 한국 사회의 미래를 주도할 ‘이념’이며 또 하나의 분기점이다. 과연 지금까지의 협상이 그대들의 주장처럼 주고받은 장사였을까. 주요 인사들이 한미FTA 협상 내용에 대해 ‘낙제’점수를 겸손히 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꼼꼼히 셈’하고 있는 장사일까. 글쎄.
도대체 산수의 기초도 안 된 한미FTA
한미FTA 체결 반대론자들은 협상이 가져다 줄 최종 결과물도 모르면서 ‘유령’과 싸우고 있다.고 한다. 한미FTA가 ‘유령’이 될지, ‘괴물’이 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멕시코처럼 대다수의 국민들은 빈곤해 지더라도 경제 수치는 뛰어 오를 수도 있다. ‘태풍’이 오기 전의 기상 예보처럼, 지금의 한미FTA 협상 결과에 대한 전망은 예상치일 수밖에 없다.
이를 차치하고...
장사를 하려면 ‘셈’에 빨라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협상에 대해 어떤 셈의 결과가 나왔을까.
지난 3월 13일 모 인터넷 매체에서는 아주 재밌는 통계 자료를 냈다. 양측 협상단이 공히 마지막 실무 협상이라고 밝힌 ‘8차 협상’ 직후, 그간 얘기 됐던 쟁점 30개 중 과연 한국의 입장이 반영된 쟁점은 몇 개일까에 대한 계산이다.
그간 쟁점으로 꼽혔던 30개 쟁점 중 한국 협상단의 입장이 반영된 것은 총 3개, 단 10%에 불과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한국 측의 내용이 반영된 3개가 농업 세이프가드(safeguard, 임시수입제한)의 도입, '재벌도 공정거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각주 삭제, 미 정부조달 시장의 입찰 참가조건 완화 등 너무 당연한 내용이거나 미미한 사안들 뿐이다.
반면 미국 측은 30대 쟁점 가운데 존스 액트(Jones Act, 미국 내 인적·물적 자원은 미국인 소유의 미국산 배에 의해 수송돼야 한다는 규정)의 유지, 섬유제품에 대한 얀포워드(Yarn Forward, 원사 기준 원산지 기준) 적용 원칙 등 최소 13개(43.3%)의 쟁점에서 자국 측 입장을 반영하거나 관철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거듭 말하지만, 3:13이라는 비율과 숫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 협상단이 관철시킨 내용이 한국 협상단이 관철시킨 내용과는 질적으로 무게의 축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연하고 당당한 장사꾼의 ‘낮은 수준의 합의’
우리 측 협상단은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하며 당당하다. 그래 보인다. 유연하고 당당하게 한미FTA 협상 ‘종결’을 위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낮은 수준의 합의”까지 거론하며 가이드 라인을 낮춘 상황에, 청와대는 한미FTA 타결을 위한 사전 정비 작업을 마친 듯하다. 청와대는 여전히 한미FTA 특보직과 한미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한덕수 총리 지명자를 세웠다.
홍보특보로 컴백한 이백만 전 수석의 경우도 홍보수석 재직 시절 '한미FTA…멀리 보고 크게 생각합시다'라는 연재물을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했던 사수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든 한미FTA 협상을 체결하겠다는 내심이 공공연히 드러낸 셈이다. 이는 '낮은 수준의 협상'을 기준축으로 제시하며 수석대표 협상의 짐을 덜어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너무 유연하고, 당당해서 문제다. 한미FTA 협상의 얼굴마담이 됐던 김종훈 수석대표의 말을 따라가 볼까. 한미FTA 협상 추진 목표 중에 가장 큰 핵심은 ‘무역구제’였다. 큰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받는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한미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V 토론회에서는 “무역구제는 꼭 얻어 내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그 유연하고 당당한 입장은 이후 협상 과정에서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1~2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꼭 얻어낸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3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관련 9가지 요구사항 제시“, 4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관련 6가치 추가 요구사항 제시“, 5차 협상에서는 "15가지 중 요구사항 중 6가지를 마지노선으로 미국 측에 제시, 특히 비합산 조치가 핵심 요구사항" 그리고 6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받기 힘들면 다른 것 받아내기 위해 지렛대로 활용하겠다”고 하더니 7차 협상에서는 "비합산 조치도 받기 어려우니, 자동차 및 의약품 방어 수단으로 쓸 것"이라며 팩퀴지 딜까지 물러섰다.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줬을까. 성과라고 꼽은 정부조달 부문의 협상 타결 내용도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 주 정부 조달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몇가지 단서 조건을 거는 것으로 WTO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학교급식 예외조항도 미국에 있는 제도를 이름 그대로 양측이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
이 쯤 하면 한국 협상단의 유연성은 이미 극에 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 있다”고 했던 약속은 어디가고 미국의 거센 공세 속에 내 놓았던 요구들을 후퇴, 정리해 간 셈이다.
잔챙이 격으로 “가장 대표적인 상품무역 분야에 있어서 현재까지 두나라의 관세 즉시철폐비율은 우리측이 품목수 기준으로 85.2%(수입액 기준으론 79.1%), 미측이 85.4%(66.5%)로 개선됐다”고 목소리 높이지 말라. 송사리 미꾸라지로 생색내고, 내용 공개가 아닌 숫자들만 나열하면서 기세 싸움 하듯, ‘성과’와 ‘유연성’을 따지기엔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협상 결과가 너무 옹색하지 않은가.
시한에 쫓기지 않겠다는 약속은 어디가고
한미FTA 8차 협상이 마무리됐고, 오늘(19일)부터는 고위급 수석대표 협상이 시작된다. 사실상 실무협상이 마무리됐고 쟁점만 남았다고 하지만 협정문 까지 완료된 협상분과는 경쟁, 통관, 정부조달 등 3개 분과에 불과하다.
의견 접근을 이뤘고, 한 두가지 확인 사항이 남았다 하지만 협상 마지막 날 브리핑 시간까지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 외 분과들은 ‘종결’되지 못했다.
한국이 그간 진행해 온 FTA 협상의 추진 과정을 보면 평균 3~4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공동작업반도 하고 실질 협상도 하고 검토도 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5년 10월 진행된 유네스코 총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오직 두 나라만 반대한 가운데 148개국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문화다양성 협약’이 채택됐다. 이후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중국 등 54개 국이 비준을 마쳤고 지난 18일에는 국제법으로 공식 발효됐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정부 부처 간 이견이 많지 않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정부는 “이견 조율하고 내용 검토 중”이라는 답 뿐이다. 외교통상부의 의도인지, 실제 정부 부처 간 드러나지 않는 갈등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과연 비슷한 시기에 검토 물망에 올랐을 한미FTA의 협상은 벌써 실무 협상을 마무리하고 ‘종결’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시간 타이밍을 비교해 봤을 때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의 답답함이 남을 뿐이다.
수석대표간 고위급 협상과 장관급 2차 고위급 협상 마지막 대통령의 가서명까지, 남은 2주간에 해결하겠다는 것이 양측의 공식 입장이다. 진정, 시한에 쫓기지 않고 있다면 정부 고위 인사들이 독단으로 쟁점을 해결하는 게 아닌, 국민의 여론 수렴을 위한 절차를 가져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절차적 민주주의를 말하면서도 어떻게 한미FTA만은 이렇게 닫혀 있는가.
한미FTA, 한국 사회의 미래 이념이 될 것
이제는 기업이 정부 정책을 문제 삼아 분쟁을 제기할 수 있다. 물론 한국 기업도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분쟁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것을 보장하는 투자자국가제소(ISD) 조항이 지뢰처럼 박혀 있다.
기대 이익이 침해 됐을 경우, FTA 협정을 잘 이행했다고 하더라도 국가대 국가가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기업이 압력을 행사해 국가가 제기할 경우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비위반 제소 조항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지뢰처럼 박혀 있는 조항들이 꿈툴꿈틀 살아서 위세를 떨칠 것이라는 점이다. 메탈 클레드처럼, 캐나다에서 UPS 처럼 기업의 이익과 시장 장악을 위해 ‘공공의 이익’과 상관없이 소가 제기될 수 있다.
많이도 필요 없다. 한 두 번의 사례로도 그 여파와 영향력은 충분할 것이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한국의 정책을 근거로 소를 제기하고, 미국 정부가 한 번 나서 준다면 이후 한국 정부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혹시 분쟁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검토는 이제 필수 코스가 될 것이다. 공공 정책은 눈 씻고도 찾아 볼 수 없게 될 것은 분명하다. 어떤 분쟁이 발생할지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또한 SPS분과의 위원회 설치, 통관소위원회 설치, 정부조달 작업반 설치 등 많은 분과에서 협상 창구들이 생겼다. 좋게 말하면 협상 채널이겠지만, 한미FTA 협상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국내 정책에 개입하고, 제도에 개입할 수 있는 위원회들이 명문화된 셈이다.
한미FTA협상 결과와 체결이 결국 한국 사회에 기업 천국의 세상, 이윤 만능의 세상을 만들고, 이런 현상이 사회의 중심 이념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단순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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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빅딜 희생양’ 되나 (서울신문, 박홍환 기자, 2007-03-20 24면)
‘이러다가 방송이 직격탄 맞는 것 아니야?’ 방송업계의 시장개방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유탄이 방송계에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한·미 FTA는 8차 협상까지 마치고 이제 마지막 고위급 회의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19∼21일 서울과 워싱턴에서 고위급회의를 열어 최종 절충안을 도출한 뒤,2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협상타결 때까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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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측은 종합유선방송사(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에 49%로 제한돼 있는 것을 51% 이상으로 완화해 직접경영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미국 측은 또 국내 방송의 외국프로그램 편성쿼터 제한도 풀어주고,CNN 등 외국방송의 한국어 더빙방송 허용과 국내광고 유치도 주장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법제 정비조차 되지 않은 IPTV 등 방송통신융합서비스 시장과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 등의 온라인콘텐츠 시장도 개방하라고 요구한다.
방송계에서는 방송시장이 한·미 FTA의 ‘빅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한·미 양측이 국회상정 때까지 타결내용을 비공개에 부치기로 한 점 ▲방송위원회와 문화부 등이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배제된 점 등을 고려한 분석이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IPTV와 온라인콘텐츠 시장 등 일부만 ‘미래유보’로 남겨두고 미국 요구안대로 전면개방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방송계 반발 어디까지
케이블TV에서는 18일부터 전 채널이 일정시간을 정해 2분가량의 반대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전국 SO 지역채널도 마찬가지다.
앞서 ‘한미 FTA 방송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케이블TV 비상대책위’(공동위원장 심용섭·송창의)는 15일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23일까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비대위 공동위원장인 송창의 tvN 대표는 “수직결합 등에 대한 규제가 없는 미국 메이저사들과 온통 규제로 일관된 국내 PP가 경쟁하라는 것은 국내 미디어 기업들에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21일 오후 방송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범국민 대토론회를 열어 국민들에게 문화주권 잠식의 심각한 상황을 알리기로 했다.
YTN은 CNN의 한국어 더빙방송 추진에 대해 “사실상 외국 보도채널에 대해 국내 보도채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방송법의 외국인 소유제한 규정을 사문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CNN 등 외국방송이 한국어방송에 소요되는 경비를 국내 광고영업으로 충당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대교어린이TV도 “방송시장 개방은 기본적인 시청대상과 문화적 배경 등이 다르고, 상업방송의 연장선에서 제작된 분별없는 콘텐츠를 우리 어린이들에게 시청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면서 “방송시장은 상업성보다는 공익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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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藥은 '구조조정'…반덤핑은 '흐지부지'? (프레시안, 워싱턴=노주희/기자, 2007-03-20 오전 10:18:40)
[한미FTA 쟁점별 최종점검(上)] 핵심 분과에서 뭘 얻었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고위급 협상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공식으로 개시된 가운데, 이미 실무급 협상단의 손을 떠나 고위급 협상 테이블에 오른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반덤핑), 섬유, 농업 등 5개 분야의 협상 진척 상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미국 측이 무역구제에서 양보를 하면 한국 측이 자동차와 의약품에 양보를 하는 식으로 '자동차·의약품-무역구제 빅딜(big deal)'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셋이면서도 하나'로 취급되어 왔던 3개 분야의 협상은 한국 측이 협상 후반부에 이 3개 분야 전부에서 먼저 '양보'의 손길을 건넴으로써 다시 각 분야별 '스몰딜(small deal)'로 쪼개져 논의되고 있다.
이 중 자동차 관련 미국 측 요구가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더 강경해지고 그 수위도 높아지면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업계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미 민주당의 집권 여파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고 공화당 발(發) 의약품 관련 요구가 후퇴한 것도 아니다. 반면 한미 FTA의 가장 큰 기대효과로 선전돼 왔던 '미 반덤핑 조치의 발동 남용 완화'에 대한 한국 측 요구는 계속해서 후퇴해 왔다.
이밖에 미국 측에 민감한 섬유 분야와 한국 측에 민감한 농업 분야의 협상이 당초 예상대로 난항 기류에 휩싸여 있다. 이들 분야에서는 협상 타결 직전까지 양측 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둘러싼 양측 간 통상마찰은 한미 FTA의 몇 안 되는 '딜 브레이커(deal breaker, 협상 결렬 요인)'로 계속 꼽히고 있다.
△자동차: '한미FTA 딜 브레이커' 1순위
자동차 분야의 협상은 애당초 한국 측이 미국 측에서 끈질기게 요구해 온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를 개편·폐지해 주면 미국 측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관세를 일부 인하해 주고, 그러면 다시 한국 측이 자동차 관세를 인하해 주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척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최근 한국 정부는 배기량 기준 세제에 해당하는 자동차세와 특별소비세를 각각 현행 5단계에서 3단계, 현행 2단계에서 1단계로 축소하는 한편 지하철 공채를 아예 폐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한미 FTA 타결을 위해 국민국가의 조세 정책 권한마저 포기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으나, 정부는 '미국과 상관없이 우리 업계와 소비자도 세제 개편을 원한다'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이같은 한국 측 성의에 대해 미국 측이 보인 반응은 '성의'가 아니라 '더 거센 공격'이었다. 미국 측은 협상 막바지에 한미 FTA 자동차 협상을 △자동차 관세(8%)의 최단기 폐지 △배기량 기준 세제의 폐지 및 자동차 관련 기타 세제의 단일화 △한국 고유의 환경기준과 인증 포기 △'외제차 수입 반대 정서'를 제거하려는 한국 정부의 가시적인 노력 등이 모두 '한 세트'로 포함된 이른바 '구조조정 협상(structural impediment initiative, 상대국의 관세 및 비관세 정책을 논의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통상 협상의 수준을 넘어 상대국의 경제구조 자체를 논의 대상으로 삼는 협상)'으로 승격시켰다.
미국 측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배경에는 미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업계 그리고 노동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8차 서울협상을 마친 후 '미 의회의 요구사항이 협상 막바지에 더 거세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미 행정부는 의회의 요구사항을 (협상에) 잘 반영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자동차 분야의 협상은 '한미 FTA 딜 브레이커' 1순위로 꼽힌다.
△의약품: 이제는 '미국 요구 들어주기'만 남았다
의약품 분야의 협상에서도 미국 측의 공세가 강하다. 제약업이 미국 제2의 산업인데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제약업계의 로비가 매우 거세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이 분야의 협상은 협상 초기부터 '구조조정 협상'의 형태로 진행됐다.
미국 측은 △혁신적 신약(innovative drug, 기존 약에 비해 약효가 파격적으로 뛰어난 신약')에 대한 정부 평가 △제네릭(generic, 신약의 특허기간이 만료된 후 신약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조된 복제약)의 가격결정 구조 △의약품 유통체계에 대한 정부의 간섭 등 한국 의약품 시장의 모든 것이 "비(非)선진적"이고 "비(非)윤리적"이라며 노골적으로 불평해 왔다.
의약품 분야의 협상은 보건복지부가 천문학적인 수치로 쌓여가는 건강보험 적자를 보전하고자 '약값 적정화 방안(약값 대비 약효가 우수한 약만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선별·등재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협상 분과 가운데 최초로 협상 결렬 사태를 맞기도 했다. 기존의 네거티브 방식에도 불만이 많았던 미국 측은 '설상가상'으로 포지티브 방식까지 도입되자 "한국이 협상 도중 협상 의제(mandate)에 해당하는 사안을 멋대로 결정해 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 측이 싱가포르 의약품 협상에서 약값 적정화 방안을 시행하는 대신 건강보험 적용대상 의약품 선정 절차 및 약값 결정 절차에 미국 제약회사가 체계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권리뿐 아니라 한 번 결정된 약값에 대해서도 이들이 사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위원회를 설치해 주기로 하는 등 대폭적인 양보를 하면서 협상은 다시 매끄럽게 진행돼 왔다.
현재 한미 양측 협상단 사이에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남아 있는 것은 혁신적 신약에 대해 이른바 'A-7 가격(A-7 pricing,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 선진 7개국의 평균 약값)' 기준 최저가를 보장해 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다. 미국 측은 A-7 최저가를 보장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건강보험 적자 보전'이라는 짐을 안고 있는 정부는 이런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이다.
△무역구제(반덤핑): '하나' 받아낸 것도 어디냐고?
무역구제(반덤핑) 분야의 협상은 한국 정부가 한미 FTA 협상에서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었고, 한국 재계가 한미 FTA를 찬성했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 측 협상단은 '무역구제(Trade Remedy)'라는 이름의 분과를 설치하는 데 성공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이같은 '명분'만 챙겼지 실제 협상에서는 아무런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실제로 한국 측은 지난 5차 빅스카이협상에서 이 분야의 핵심 요구사항인 △제로잉(Zeroing, 수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낮은 경우만 덤핑마진에 산입하고 수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높은 경우는 마이너스로 계산하지 않고 제로(0)로 간주해 덤핑관세율을 높이는 것) 금지 △최소부과 원칙(Lesser Duty Rule, 덤핑마진과 피해마진 중 액수가 작은 것만큼만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것) 등 핵심 요구사항들을 대부분 접었다.
이같은 우리 측의 대폭적인 후퇴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이 '미 무역구제법의 제·개정을 요하는 요구사항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한국 측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요구사항이었던 △비합산(non-cumulation, 덤핑에 의한 산업피해 평가 시 중국 등 다른 국가들로부터 수입된 동일물품도 조사대상으로 해 그 수입으로부터의 피해를 누적적으로 평가하는 것 금지) 요구마저 포기했다.
이 분과의 협상은 지난 6차 서울협상부터는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 측 협상단은 벌써부터 '무역구제 위원회(양국 무역구제 제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반덤핑 관련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상설위원회)의 설치' 등 미 국내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국내 업계에 실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측은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 무역구제 관련 마지노선을 제시하기로 한국 측에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 측이 획기적인 제안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 측이 한국 측의 '체면'을 조금 살려주는 수준에서 협상이 '조용히'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섬유-농업: 어렵기는 하지만…원래부터 어려웠다
섬유 분야의 협상은 외관상으로는 한국 측이 공세를 취하고 미국 측은 방어를 하는 분야다. '섬유는 한국의 농업에 해당한다'고 할 만큼 미국 측에 민감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 측은 미국 측이 제시한 섬유 양허안이 우리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여러 차례 퇴짜를 놓았고, 이를 한국 측 협상단의 협상 실력으로 포장해 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한국 측이 '실제로 발동될 가능성이 없다'는 명분으로 섬유 세이프가드를 도입하겠다는 미국 측 입장을 수용하고, '예외 규정을 두면 된다'는 식으로 섬유제품의 원산지 기준의 원칙을 미국의 악명 높은 원사 기준(얀 포워드)으로 해주는 등 확연히 밀리는 협상을 해 왔다. 게다가 미국 측은 '중국산 섬유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아 달라'며 우회수출 방지 장치의 도입까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농업 분야의 협상은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2004년 4월 발효된 한-칠레 FTA의 체결을 2년이나 늦춘 주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측 협상단이 '농업 개방과 한미 FTA로 인한 농업 분야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소신'을 가진 만큼 이 분야의 협상은 적어도 협상 테이블에서만큼은 '딜 브레이커'가 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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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농업 분과의 협상은 각 품목의 관세철폐 이행기간에 대한 논의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에서 △쌀, 쇠고기, 과일류, 채소류, 어류 등 민감 농산물의 개방 예외 또는 관세철폐 이행기간 장기화 여부 △저율할당관세(TRQ, 쿼터 물량에는 저율 관세를 적용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 농업 특별 세이프가드(safeguard, 수입 농산물 급증으로 국내 농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경우, 일시적으로 관세를 인상하거나 수입물량을 한정하는 것)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 양측이 협상 막바지에 농업-섬유 빅딜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으나,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열리는 섬유 분야의 별도 협상을 위해 19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농업-섬유 간 빅딜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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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핵심쟁점'은 다 어디로 증발했나? (프레시안, 워싱턴=노주희/기자, 2007-03-21 오전 10:02:11)
[한미FTA 쟁점별 최종점검(下)] 희미해져 가는 남은 쟁점들
미국 워싱턴에서 이틀째 열리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고위급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기타' 핵심 쟁점들은 수십여 개로 압축된다.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반덤핑), 섬유, 농업 등 5개 핵심 분야의 협상이 이미 고위급 회의 수준으로 격상됐지만, 이들 쟁점은 아직 분과별 회의에서 계속 협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 쟁점이라고 할 만한 것으로는 △개성공단산 상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 △외환 세이프가드(safeguard)의 도입 여부 △방송·시청각 시장의 개방 수위 △기간통신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49%) 완화 △우체국 보험에 대한 감독 강화 △저작권 보호기간의 20년 연장 여부 등이 꼽힌다.
이밖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적용 예외 대상의 명확화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할지 여부 △지적재산권 관련 비위반제소(Non-Violation Complaint, 협정을 위반하지 않아도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허용 여부 등과 같은 쟁점은 국내 시민단체들과 정치권 일각에서 '핵심 쟁점'이라고 지목하고는 있으나 정작 협상단은 '잔여 쟁점' 정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한편 한국 측 협상단이 스스로 핵심 쟁점으로 분류했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외국인 투자자가 직접 협정 체결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의 국재분쟁 적용 대상에서 수용(expropriation) 관련 분쟁 제외 여부 △존스 액트(Jones Act, 미국 내 인적·물적 자원은 미국인 소유의 미국산 배에 의해 수송돼야 한다는 규정)를 한미 FTA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미국 측 요구 철회 △미 전문직 비자 쿼터의 확보 등 한국 측 이해가 걸린 핵심 요구사항들은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유야무야' 사라졌다.
△개성공단산 상품, 한국산인가 북한산인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인정받겠다는 것은 한미 FTA 협상 초기부터 한국 정부가 내세운 가장 중요한 협상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 정부가 남한의 앞선 자본과 기술, 북한의 값싼 토지와 노동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한반도 경제'를 동북아의 중심에 세우고, 나아가 한반도의 외교안보적 긴장까지 완화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한국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의 원산지가 '북한산'으로 규정된다면 정부의 이같은 구상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한국 측은 '개성공단(Kaesung Industrial Complex)'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협정문에 넣는 대신 '역외가공방식(Outward Processing Arrangement, 제3국에서 가공·생산된 제품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협정 체약국의 원산지 지위를 부여하는 것)' 조항을 협정문에 넣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북한을 경제제재 대상국 및 비정상 교역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미국 측 반응은 시종일관 '택도 없다'는 것이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공화당은 개성공단에 투입되는 한국 측 자금이 북한의 현행 체제 유지 및 핵 개발에 쓰인다고 비판해 왔으며, 최근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도 개성공단의 노동 조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외환 세이프가드, 도입은 허용하되 소송 대상으로 하자고?
1997년 말 한국은 외환위기를 맞은 후 '외국환거래법' 제6조에 '진정한 의미'의 외환 세이프가드(safeguard) 제도를 도입했다. 그 전에도 천재지변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발동될 수 있는 세이프가드가 있었지만 이는 유명무실했다.
새로 도입된 세이프가드는 △가변자본예치제(VDR, 유출입 자금에 대해 일정부문 무이자 예치의무 부과) △외환집중제(보유 외화의 은행 매각 의무) △대외지급 정지(증여성 송금·해외여행 경비 등에 한도 부과 또는 전면 정지) △해외예금·증권투자 등 자본거래에 대한 허가제 등과 같은 강도 높은 조치들을 담고 있다.
미국 측은 한미 FTA에서 외환 세이프가드의 도입을 허용해주는 조건으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 △세이프가드로 인해 유출입이 제한된 자금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 등 크게 2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
한미 FTA 비판론자들은 아르헨티나가 외환 세이프가드를 발동시킨 후 무려 40여 건의 투자자-국가 소송이 발생한 점을 들어 미국 측의 이같은 요구를 수용해 주면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또 세이프가드 제도의 존재이유가 외자에 대해 정상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정상 수익 보장이라는 미국 측 요구는 '억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 협상단도 이같은 비판에 대해서 잘 인식하고 있으나, 세이프가드의 발동 요건을 세세히 규정하고 미국 측이 요구하는 다른 사항들도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모두 수용해주면 된다는 입장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 부동산·세금 예외로 한다고 달라질까?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Investor-State Dispute)는 미국[한국] 기업이 한국[미국]에 투자를 할 당시 기대했던 이익이 한국[미국]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침해당했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미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모두에 해당한다. 이 제도는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시민단체들은 물론 정치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협상 당시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법무부 등 유관 부처도 이 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통상교섭본부 측은 이 제도를 한미 FTA에서 뺄 수는 없다며 '환경, 공중보건, 안전과 같은(such as) 공공정책은 간접수용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부동산 가격 안정화 조치'와 일반 조세'를 넣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예외규정을 몇 개 더 넣는다고 해서 소송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떤 정책이 '부동산 정책'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규제 수용(regulatory taking, 사실상 수용과 같은 효과를 낳는 정부 규제)'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제3의 민간단체인 ICSID(세계은행 국제투재분쟁해결센터)나 UNCITRAL(유엔 국제통상법위원회) 등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미미한' 이같은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 의회가 관련 문항의 모델을 담은 이른바 '2004년 양자 간 투자협정(BIT 2004)'에서 한 단어도 수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인 데에다, 이같은 한국 측 요구를 전해들은 미 업계들이 업종과 관계없이 '절대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방송·시청각 시장 개방 수위는?
한국 방송·시청각 시장의 개방 내용 및 수위에 대한 한미 양측 간 협상은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 측은 방송 서비스도 개방의 파고를 맞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과 방송 서비스는 '공공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일정 수준 이하로 개방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국내 업계의 요구 사이에서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
현재 쟁점은 △방송·통신융합 서비스를 미래유보(미래에 개방 수준 낮추는 것 허용)에 넣을지 현행유보(현행 개방 수준에서 동결)에 넣을지 여부 △온라인 콘텐츠(인터넷 VOD)를 미래유보에 넣을지 현행유보에 넣을지 여부 △프로그램 공급자(PP, Program Provider)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49%) 완화 △국내산 영화·애니메이션 쿼터 완화 여부 △CNN 등 외국방송 재송신 채널 한국어 더빙 허용 여부 등이다.
이 각각의 쟁점들에서 한미 양측이 어떤 입장을 펼치고 있으며, 어떻게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 측은 방송·통신 시장과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이 두 개의 서비스는 미래유보에 넣되, PP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 국내산 영화·애니메이션 쿼터 완화 등은 일정 요건 하에 허용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외국방송의 재송신 채널에 대한 한국어 더빙 허용 여부는 한국 측이 수용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통신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49%)보다 더 중요한 쟁점?
현행법은 외국인이 KT, KTF, SK텔레콤, LG텔레콤, 하나로통신, 데이콤 등 국내 기간통신 사업자의 지분을 49% 초과해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기간통신 사업은 '공공적인 성격'과 '망 외부성(network externality, 개인이 속한 통신만이 클수록 그 개인이 누리는 경제적 만족도가 커지는 것)'뿐 아니라 '국가 안보'와도 직결돼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대주주가 돼 한국의 통신을 좌지우지하게 둘 수는 없다는 판단이 이 법의 배경이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외자 49%를 양허해 둔 상태다. 한미 FTA에서도 한국 측 협상단은 '현행유보(Reservation for Existing Measures, 현재 수준의 규제 조치를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되 미래에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목록에 이 제도를 넣어뒀다. 최종 협상에서 이같은 한국 측 입장이 관철된다 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49%보다 더 높은 수준의 외자 제한은 결코 할 수 없다. 악명 높은 '래칫(Rachet, 역진방지)' 조항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같은 '현행 유보'에도 만족할 수 없으며 외자 제한 49%를 51%로 올려달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WTO 협상에서도 이같은 요구를 해 왔고, 이는 스크린쿼터 문제로 좌초된 '1998년 한미 양자 간 투자협정(BIT)'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간통신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이 있다 하더라도 '5%의 지분만으로도 대기업집단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기간통신 사업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는 초국적 금융자본인 뉴브리지캐피탈과 AIG의 연합체다.
기간통신에 대한 외자 제한보다는 오히려 '통신 표준'과 관련된 한미 양측 간 마찰이 더욱 큰 쟁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사정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지난 197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통신 표준화를 주도함으로서 오늘날의 '통신강국'을 이룩했으나, 미국 측은 2002년부터 한국의 기술표준 정책에 정부가 개입한 것은 "불공정한 무역 장벽"이라고 공격해 왔다.
△우체국 보험에 대한 세제·규제 특혜 시비
우체국 보험은 한국에서 특수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우정사업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정부 책임운영 기관'으로 지정된 우체국에서 실시하는 보험 사업은 민간보험사와 달리 세금도 내지 않고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도 받지 않는다. 우체국 보험이 이같은 특수한 지위를 보장받는 이유는 우체국이 일반 보험사가 진출하지 않는 농어촌과 오지까지 영업망을 두고 이 지역 거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보험 상품을 제공하는 공공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측은 우체국 보험의 이같은 공공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우체국이 한국 내 다른 민간 보험사들에 비해 세제, 규제 등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며, 이는 민간 보험과 우체국 보험 간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 측이 이같은 주장을 펴는 이유는 한국 민감보험 시장의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접어들면서 우체국 보험, 특히 생명보험에 대한 미국계 보험회사들의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6년 5월 현재 우체국 보험 가입자 수는 434만 명, 보험계약고는 121조3800억 원 수준이다. 이는 업계 5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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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안 푸는 미국' 최악FTA 되나 (한겨레, 워싱턴/송창석 기자, 2007-03-20 오후 06:54:05)
다른나라엔 내줬던 ‘전문직 비자쿼터’도 거부
개성산 인정·섬유 요지부동…내줄건 다 내줘
'미국은 지금까지 맺은 자유무역협정 가운데 최소 양보, 한국은 역대 어느 협정보다 많은 양보.'
지금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결과다. 이대로 협상이 타결될 경우 ‘불균형 협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고위급 협상 첫날인 19일(미국시각) 이름을 밝히길 꺼린 협상단의 핵심 관계자는 “전문직 비자쿼터를 일단 협상 의제에서 빼는 대신 협정 체결 뒤 출범할 ‘전문직 상호인증 협의회’를 통해 미 의회와 직접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전문직 비자쿼터를 받는 게 확실하지 않게 된 것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는 에프티에이 협정문에서 전문직 비자쿼터를 줘온 사례가 많다. 캐나다에는 쿼터 제한을 완전히 풀어줬고, 멕시코는 5500명, 칠레에 1400명, 싱가포르 5400명 등을 각각 배정했다. 에프티에이를 통해 별도의 전문직 비자쿼터를 따내지 못하면, 협상에서 의사나 건축사 같은 전문직 자격을 서로 인정해주더라도 국내 전문직의 미국 진출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협상 초반부터 전문직의 미국 진출을 기대효과로 홍보해왔다.
미국은 또 지금까지 맺은 15개 국가와의 모든 에프티에이에서 승용차의 관세를 협정 발효 즉시 철폐해왔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10년 이상이 지난 뒤 단계 철폐를 고집하고 있다. 한국은 ‘3~5년 안 단계철폐’도 괜찮다고 후퇴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 쪽은 “에프티에이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며 아예 귀를 막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스라엘이나 싱가포르와 맺은 에프티에이에서는 ‘역외가공 특례’를 인정했다. 섬유 협상에서는 미국이 아예 자유무역 정신과 정면으로 맞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석영 주미 경제공사는 “미국은 역대 어느 협정보다 한국한테 섬유에 대해 보수적인 자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2005년 말 발효된 중미자유무역협정(카프타)에서는 특정 섬유제품의 무관세와 관세특혜할당(TPL) 등을 수용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과의 협상에서는 “미 의회가 한국처럼 섬유산업 경쟁력이 높은 나라와는 에프티에이를 처음 맺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우리 쪽 요구를 대부분 거부하고 있다.
미국에 견줘 농업 보호에 관심이 많은 한국 협상단은 그동안 맺은 나라 가운데 가장 농업 경쟁력이 센 미국을 상대로 처음부터 가장 많은 품목의 개방안을 이미 제시했다. 자동차의 배기량 기준 세제개편 등 조세제도마저 바꿔주는 것 역시 미국이 처음이다. 사실상 수용한 특허권과 저작권의 기간 연장이나 전자상거래의 무관세화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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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후엔 청문회장, 10년 후엔 돌팔매질" (프레시안, 우석훈/성공회대 외래교수, 2007-03-21 오전 11:01:03)
[기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따져볼 일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기어이 밀어붙일 태세다. 20일 노 대통령은 "한미 FTA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FTA를 반대하는 정치인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특유의 독설을 섞어가며 한미 FTA 추진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설파했다.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녹색평론사 펴냄) 등의 책을 통해 한미 FTA의 문제점을 앞장서 지적해 온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경제학)는 21일 <프레시안>에 이런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논평을 보내왔다. 우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로 자신이 얼마나 큰 책임을 져야 할지를 따져볼 때"라고 지적했다. <편집자>
대통령과 통상 관료의 결탁이 빚은 '폭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지막 종착역을 불과 2주 남짓 남겨놓고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종착역일 수가 없다. 정상적인 FTA 협상은 4~5년 정도 걸린다. 2주 내에 협상이 끝나지 않더라도, 약 1년에 걸친 '협상 1기'에 대해 평가를 하고 양국이 '협상 2기'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미국도 정부가 직접 협상 주체로 나섰던 특별한 기간이 끝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일부에서는 어떻게 미국 의회와 협상을 하느냐고 주장하지만, 원래 미국은 의회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나라다. 게다가 지금 미국 의회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은 '호혜적 무역'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Fair Trade'를 전면에 내걸고 지금 주류가 되어 있다.
정말로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절체절명의 과제라면 협상의 두 번째 국면을 통해 지난 1년 동안의 협상 결과를 재평가하고, 양국이 모두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또 다른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남은 2주 동안 지난 1년간 내줬던 것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내주는 밀실 협상을 통한 '정치적 타결'은 곤란하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지난 1년간 한국 정부가 보인 비정상적인 협상 태도를 보면 이뤄지기 힘들 듯하다. 지난 1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 바로 대통령과 협상 관료의 결탁이 빚은 '폭주 현상'이다. 단적인 예는 정부가 '비공개'라고 주장하는 문서 한 건이 복사돼 국민에게 알려졌다고 국가정보원까지 나서서 "발본색원"을 외친 일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적 행위'를 한 장본인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협상 기간 내내 이런저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개입이야말로 양자 협상에서는 가장 큰 이적 행위다. 왜냐고? 협상단이 협상을 끝내고 난 다음에 수반에게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거부권 자체가 가장 중요한 협상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정부의 수반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세부적인 내용을 보고 받고서도 '아는 척' 하지 않는다. 언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 이것저것 따지는 것 봤는가? "열심히 해보자"는 외교적 수사 외에는 입을 꾹 다물어야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다 안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으니 이것이야말로 바로 이적 행위였다.
'협상의 기본'을 어기면서까지 노 대통령이 호들갑을 떠는 데는 사정이 있다. 한미 FTA는 노 대통령과 통상 관료, 그들만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 한국무역협회가 있긴 하다. 그러나 이 기관의 회장은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과 같은 노 대통령의 '업적'을 만들어낸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다. 지금 "한미 FTA를 꼭 해야 한다"고 나서는 CEO가 누가 있는가?
대통령은 이미 책임질 만큼 진 셈?
한미 FTA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서 청와대에 건의를 해, 그 건의를 노무현 대통령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한미 FTA에 대한 모든 정보는 "미국 정부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내치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자치부 장관만 죽을 맛이다. 사고는 청와대, 외교부가 쳤는데, 뒷수습은 행자부 장관과 경찰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만에 이 나라는 완전히 '경찰국가(Polizeistaat)'로 돌변했다. 과격 시위가 문제라고? 그렇다면 미국 경찰 앞에서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던 시위대가 한국 경찰 앞에만 가면 '폭력 집단'으로 돌변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1987년 이후에 계속 확대돼 왔던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집회ㆍ결사의 자유'는 20년 만에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민주주의가 퇴보하면서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본 정치인이 노무현 대통령 본인이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를 추진하기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를 믿고 지지하던 우군이 있었다. 그러나 1년 만에 이 세력의 대다수는 사라지거나 그에게 등을 돌렸다. '정치인 노무현'의 지지기반은 이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다 사라졌다.
만약 한국이 일본, 영국과 같은 내각제를 택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벌써 대통령 직을 내놓아야 했을 테다. 큰 추문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여당 당적을 내놓아야 했던 사정이 그 증거다. 노 대통령은 '87년 헌법'을 문제 삼으며 개헌을 주장하지만 정작 이 헌법이야말로 그의 든든한 보호막이다.
바로 이런 붕괴의 출발점이 바로 한미 FTA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후보 세 사람이 쌍수를 들고 한미 FTA를 환영하겠는가? 노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 FTA 빼고는 다 바꾸겠다"고 했던 말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에게 표를 줬던 사람 중 한미 FTA를 찬성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진짜 책임 추궁은 임기 후에…
그러나 이런 지지자의 이탈로 노 대통령의 책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사실 노 대통령에 대한 책임 추궁은 임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최소한 '투자자 국가 제소제', '비위반 제소제'와 같은 독소 조항을 그대로 두고 협상을 종료할 경우, 노 대통령은 청문회장에 서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청와대, 외교부를 제외한 모든 정부 부처는 이 두 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향후 진행될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만약 청문회가 열린다면 노 대통령은 과연 이런 반대 의견에 대해 보고를 제대로 받았는지, 또 그런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지시를 내렸는지 등에 대해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일단 체결되면 FTA의 경우 보통 10년 후에 재협상을 하게 된다. '대통령 노무현'이 2주 동안의 조급증으로 야기된 결과를 수정할 사람은 차기 대통령도 아니고, 차차기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지금 한미 FTA를 강행하겠다고? 10년 후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 생각했다"고 머리를 조아려도 국민의 돌팔매질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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