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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907 기후정의행진 관련 글

새벽길 2024. 9. 7. 10:25

늘 나도 함께한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래 관련 글에는 907 기후정의행진의 참여대상과 관련한 논란은 빠져있고,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몇 가지 논란도 있어서 소극적으로만 참여하지만 말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제 일터에서, 지역사회에서 기후위기에 맞선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몇 년 전부터 벌이는 녹색단체협약 캠페인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 기후정의를 불어넣기 위한 것입니다. 내 사업장과 내가 종사하는 산업 자체가 녹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을 단체협약을 통해 쟁취하겠다는 것입니다. 갈 길은 아직 멉니다. 시간이 많지도 않습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907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는 이유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기후정의를 외치고 함께 나설 수 있도록 일터에서, 지역에서, 기후정의행진을 알리고 함께할 것입니다.
 
올해 907 기후정의행진은 공공 재생에너지 산업의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 적자의 이면에서 엄청난 이윤을 챙기고 있는 에너지 사기업들에 곧 에너지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재생에너지 영역을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민영화이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907 기후정의행진에 발전 노동자들도 앞장설 것입니다.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그것이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고 지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53380.html
‘각자도사’ 시대에도 농민은 농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왜냐면] (한겨레, 금창영 | 충남 홍성 농부, 2024-08-12 17:11)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연속 기고 ①
아주 가끔 타는 수도권 지하철. 대부분의 사람이 무언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얼마나 흥미롭고, 기발한 내용이면 계단을 오르면서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할까. 이런 세상에서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기후위기와 지겹기까지 한 농민의 힘겨운 농사 이야기를 읽기 시작한 당신에게 축복이 있기를.
어찌 농민만 힘들까? 건설노동자도 힘들고, 학교 조리사도 힘들고, 교사도 힘들고, 경찰도 힘들다. 노인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들다. 희망이 있으면 그래도 살아갈 텐데, 그도 없으니 죽음을 도모한다. 그러니 ‘각자도사’(各自圖死)라는 말까지 나돈다.
그러나 나는 농부지만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다. 씨앗을 뿌리고, 가꿀 때는 희망이 있다. 실패가 확실하면 씨앗을 뿌리지도 않는다. 아니 할 말로 기후위기가 극심하다고 벼농사나 김장농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2021년 대한민국은 온실가스를 6억7660만t을 배출했다. 숫자는 본래 구체적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하지만 그것이 인식의 범위를 넘어서면 그것만큼 의미 없는 것도 없다. 보이지도 않고,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6억7660만t라는데 나는 실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실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 위기가 아닌 걸까.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과 기록적 폭우, 그로 인한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고 이번 여름만 해도 폭우와 폭염을 이어가고 있다. 낯선 기후환경과 그로 인한 병충해가 생기면 피해를 보는 작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반드시 해당 작물의 가격은 올라간다. 이런 이야기가 회자하면 바로 정부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한다. 이런 일련의 모습은 농부인 내 입장에서 보면 섬뜩하다. 수확량이 적으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당연한데, 정부가 앞장서서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에 소비자는 말이 없고, 농민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평소에 이야기하던 시장경제 원리는 다 사라지고 없다.
생존의 위기상황이 왔을 때, 나의 삶에 치명적인 위험이 다가왔다고 해서 양심이고, 돌봄이고, 연대가 사라진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될까? 내가 두려운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농촌의 삶은 여전히 힘들다. 젊은 후배는 시설 농사 3년 만에 무릎이 나가 바닥에 앉는 것이 힘들어졌고, 쌈채를 생산하는 20대 중반 여성은 테니스를 쳐본 적도 없지만 ‘테니스 엘보’라는 병을 얻어 보조기구를 끼고 살게 되었다. 농사짓는 노인 중에 몸이 성한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자신의 직업이 농민이 아니라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자신 식탁의 풍요로움을 위해 가축의 사육 환경에 신경 쓰지 않고, 우리나라 농업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에서의 농업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제시한 탄소중립 정책을 실천하는 농가만 지원하겠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후위기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민이 주체로 서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정부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어쩌면 탄소중립은 점점 더 멀어질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변명과 깡통 소리 요란한 지식의 파편이 아니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은 9월7일이란다. 축제의 자리에서 현장에 기반한 대안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자. 우리가 당사자이고, 우리가 해결 주체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8132033015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경향, 하미나 <아무튼, 잠수> 저자, 2024.08.13 20:33)
조용한 환경은 인간의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모든 정보를 명확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동물이 조용한 곳에서 안전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조용한 환경에서 더 개방적이고 수용적이 된다. 고요함 속에서만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자연이 파괴된다는 것은 고요함을 잃는다는 것이며 그것은 인간이 자신을 탐구할 공간을 영영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며칠 전 나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이자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읽다가 한 대목에서 오소소 소름이 돋았는데 그것은 수용소의 경험을 묘사하는 대목이 아니라 나치의 횡포가 심화되고 곳곳에 불길한 징조가 드러나는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삶을 누리기 위해 알아서 눈을 감았다는 대목이었다. 기괴한 침묵의 베일에 가려진 진실. 이것은 정확히 현재와 같지 않은가?
한국의 올여름을 겪은 사람은 기후 위기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 ‘전례 없는 이상기후’는 앞으로도 전년의 기록을 갱신하며 계속될 것이다. 기후 위기는 가장 가난하고 가장 연약한 지점부터 천천히 망가뜨릴 것이다. 새우잡이배가 쓰레기 만선으로 돌아오고,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고, 산불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기후 위기가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아닌 것은, 서울이 소음으로 가득 찬 곳이라 그런 것인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고요함을 지키자. 기후 위기를 유발한 탐욕의 세계를 멈추자. 9월7일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싸워야 한다. 정말 그러하니까.
 
https://www.yna.co.kr/view/AKR20240816114500004
'역대급' 폭염에 '기후위기' 체감…"이제 바꿔야 하지 않나요"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2024-08-17 08:03)
입추·말복 지나도 낮 체감 35도 찜통더위 계속…역대 최장 열대야까지
시민단체, 내달 강남대로서 행동 촉구…"기후 아니라 세상 바꾸자" 행진
"원래 여름을 좋아하지만 올해 더위는 좀 너무하다 싶네요. 이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올여름 한반도를 덮친 '역대급' 폭염에 그동안 막연하게만 느끼던 기후위기를 실감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4.3도에 달했다. 입추와 말복을 넘기고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한낮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서울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26일 연속 열대야를 겪으며 지난 118년 중 역대 최장 열대야를 기록했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예전에는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여 살 만했는데 올해는 여전히 집을 나서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폭염 때문에 야구 경기가 취소되는 것도 처음 봤다"며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은 하지만 올해처럼 피부로 느낀 건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조모(35)씨도 "노인들한테는 폭염이 치명적일 수 있으니 조부모님께 조심하라고 연락을 드렸다"며 "폭염이 생사가 달린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해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일상의 실천에 나서기도 한다.
대전에 사는 직장인 이모(32)씨는 "미래의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살기 힘든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되도록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고 탄소 배출이 많은 육식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근 파리 올림픽이 불볕더위 속에서 폐막한 가운데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 도시 다수가 하계 올림픽을 열 수 없을 정도로 더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이 비영리 탄소프로그램 연구단체 카본플랜(CarbonPlan)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기존 개최 도시와 개최 예정 도시 24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곳이 폭염으로 하계 올림픽을 다시 열지 못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 속에서 개인 차원의 노력은 소용이 없는 것 같다며 무력감을 느낀다는 이도 있다. 대학원생 김모(26)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달라진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작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나라들이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데 개인들이 '에어컨 좀 꺼서 에너지를 아끼자' 하는 게 소용이 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전환 노력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의 권오성 미디어팀장은 "정부가 폭염으로 인한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닥쳐오는 기후 재난의 근본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석연료 중심 기조를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닥칠 더 큰 폭염을 막을 길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일부 시민은 해결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에 나서기로 했다. 4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907 기후정의행진'은 내달 7일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행진할 예정이다. 행진은 성장과 이윤 중심의 경제 체제가 기후위기를 불러온 원인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아 대기업 빌딩이 많은 강남대로에서 진행한다.
이영경 907 기후정의행진 기획팀장은 "한국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경제 수준과 국가적 온실가스 배출 책임에 비춰봤을 때 부족하단 평가들이 있는데, 최근에는 신규 석탄발전소까지 가동을 시작했다"며 "탈석탄 계획을 더욱 적극적으로 세워야 하고 탈석탄 과정 또한 정의로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54381.html
성평등한 사회 기반으로 기후정의 실현해야 [왜냐면] (한겨레, 사라(서연화) |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2024-08-19 19:08)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연속 기고 ②
흔히 ‘기후위기’와 ‘여성’을 함께 놓고 보면, 가장 먼저 여성의 취약성을 떠올린다. 실제로 다수의 국가에서 여성은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식량난, 자원 접근성, 재난 대응 등에서 취약하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여성이 취약성으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구조적 폭력을 말하고, 기후위기와 젠더가 연결되는 실질적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여성환경연대를 포함한 11개 여성·청년·성소수자·동물권 단체들이 모였다.
한국의 기후위기와 젠더가 교차하는 지점을 다른 해외의 사례가 아니라 지금 국내 상황에서 출발하여 성평등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대안을 요구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선언’과 10대 요구안을 마련했다. 11개 단체가 모여 공통의 문제의식과 토대를 합의하고 앞으로의 지향점을 논의하며 선언문을 작성했고, 구체적인 의제 10가지로 요구안을 작성했다. 성·재생산권, 여성 농민, 청년 주거, 종 차별 등의 의제를 기후위기와 젠더 관점에서 의제화하고, 돌봄 노동, 정의로운 전환 등 여성의 노동권에 관한 대응책 촉구, 기후위기 대응 전반과 의사결정권 등 정책 과정에서의 다양성 확보, 그리고 대안으로써 ‘탈성장 돌봄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지향점을 마련했다.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선언이 만들어낸 의의를 살펴보자면, 가장 먼저 한국의 페미니스트가 진단하는 기후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의제화해 기후정의 운동에서 젠더, 여성운동에서 기후정의의 개입 지점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선언은 여성만의 의견을 대변한 것이 아닌,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출발해 주류에 포함되지 못한 비주류의, 경계선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를 기후정의 운동에 반영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선언 이후 1년이 지났다. 아쉽지만 1년 동안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여전히 여성의 정치적 의사결정권은 더욱 하락하고 있고,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서 성별을 고려한 데이터를 만드는 것도, 성별을 고려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부재한 상황이다. 또한 더욱 견고해지는 성장 중심의 사회구조 앞에서 돌봄 중심의 사회 전환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기후위기 앞에서 긴급하지 않은 주제가 없겠지만, 성평등은 죽고 사는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아서인지 기후위기 대응 과제 중 우선순위에 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변화의 씨앗을 심기 위함이다. 기후정의에서 ‘젠더 정의’를 외치는 것은 긴급한 기후정의 운동 속에서 느리지만 진득하고 끈기 있게 버텨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여성환경연대의 슬로건인 “기후정의는 젠더 정의”는 성차별적 구조에서 기후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 전반에서 빠져 있는 젠더 관점, 여성의 경험을 대변하지 못하는 의사결정 구조와 성차별적인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상, 기후정의 운동에서 성평등을 우선시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유효할 것이다.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확실한 미래를 앞둔 지금 우리의 과제는 기후위기와 성불평등의 악화를 막아내는 것, 그리고 성평등한 사회를 기반으로 기후정의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에서도 진득하고 끈기있게 “기후정의는 젠더 정의”를 외칠 것이다. 9월7일 기후정의행진에서 만나자. 성평등한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외침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8192031015
[세상읽기] 에어컨으로 시험에 든 기분이라면 (경향,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24.08.19 20:31)
에어컨으로 시험에 드는 기분, 나만 느끼는 건 아닐 듯하다. 틀어놓으면 죄짓는 기분, 틀지 않으면 자학하는 기분. 기후위기로 여름은 더 무더워지고 냉방은 더욱 필수적인 것이 되는데 그렇게 전기를 쓸수록 기후위기는 더 심각해진다니 고약한 시험이다. 그런데 이건 시험의 일부일 뿐이다. 지난주, 에어컨 설치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가 작업한 공간은 중학교 급식실이었다. 누군가에게 밥을 먹이려 일하던 누군가는 더위를 견디며 밥을 짓고, 누군가를 시원하게 해주려고 일하던 누군가는 더위에 쓰러졌다. 그날, 13일은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날이었다.
전력수요가 늘어도 필요한 곳으로 흐르지 않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도 다 같이 줄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요구는 그 자체로 순백하게 들리지만 고개가 갸웃거려질 때도 있다. 올해 1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무식한 얘기’라며 비판한 적이 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원전은 필수”라고 하니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힌다”고 지적한 것이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계획이 경기도 정책을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인 걸 보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진심인 듯한데, 햇빛과 바람에서 에너지를 얻어 이렇게 써도 괜찮은 걸까? 여전히 위험물질을 공개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병을 앓고 목숨을 잃는 일이 끊이지 않는 산업이고, 전력뿐만 아니라 물을 엄청나게 끌어와서 쓰고 버리는 산업인데, 반도체 클러스터가 뿜어낼 온실가스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길은 아닐 듯하다. 기껏 재생에너지를 구해 생명과 생태의 재생을 해치는 일에 쓰는 것 아닌가.
우리의 진심을 담은 요구가 어딘가에서 미끄러져 기대한 적 없는 장면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한둘은 아니다.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자고 했지 발전노동자의 권리를 양보하란 건 아니었다.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공공임대주택을 늘리자고 했지 도시를 개발하고 확장하란 건 아니었다. 돌봄이 모두의 권리이자 책임인 사회로 전환하자고 했지 이주민을 들여 돌봄서비스를 값싸게 공급하는 국가 책임을 요구한 건 아니었다.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고 추진할 힘을 가진 세력은 ‘좋은 말’을 끌어가 세상을 더 엉망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졌는지, 낭패감은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그러니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907기후정의행진 슬로건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을 바꾸자는 말이 막막할 법도 한데 나는 마음이 더 가벼워진다. 자본주의는 무엇에서 출발하든 자본이 더 많이 축적되는 방향으로 길을 내왔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만들고 쓰고 버리는 세상이 순탄하게 굴러왔을 리 없다. 문제들을 서로 다른 장면에 배치하며 연명해왔을 뿐이다. 온실가스 배출은 환경 문제, 과로사는 노동 문제, 돌봄 책임 전가는 여성 문제…. 그런데 기후위기로 점점 더 많은 장면이 더 가쁜 속도로 이어지니 오히려 모든 장면이 저절로 연결된다.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대신 어디에서든 시작하면 된다. 부정의의 알리바이로 우리를 연결시키는 자본주의에 맞서 정의의 근거로 서로를 연결하려는 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가 든 시험은 기후위기로부터 어떻게 탈출할까가 아니라 기후정의를 향해 어떻게 연결될까다. 부정의한 구조에서 혼자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하지만 정의로운 구조를 함께 짓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후정의행진은 이미 시작한 일을 어떻게 이어가며 더 크게 연결할지 서로에게 묻고 듣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세상을 바꿀 방법을 모르는 게 걱정인가, 너무 많은 게 걱정이지. 걱정이야말로 자본주의에 맡기고 우리는 신나게 서로에게 줄을 대자.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54453
진흙 목욕에도 숨 헐떡이는 새벽이... 이대론 안 됩니다 (오마이뉴스, 혜리 새벽이생추어리 운영 활동가, 24.08.16 09:39)
동물들의 안식처, 생추어리에 드리운 기후위기의 그림자
작년 겨울, 새벽이생추어리*는 보다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아 그믐달이라는 땅에 정착했다. 첩첩산중에 감춰져 있는 그곳은 돼지라는 종을 혐오하는 인간 사회로부터 새벽이와 잔디를 보호하기 위한 절박함과 생태적이고 대안적인 삶에 대한 지향이 담겨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가느다란 물줄기,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소량의 전기, 톱밥을 사용하는 생태 화장실, 땅이 키워내는 다양한 풀. 생태적인 삶을 각오하며 정착한 활동가들은 이곳에서 첫 여름을 겪고 있다. 긴 장마가 끝나고 그믐달엔 폭염이 찾아왔다. 현장에서 돌봄을 하는 활동가들이 남긴 기록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새벽이 잠들어 있을 때 지난주보다 숨을 많이 거칠게 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제는 날이 너무 더워서 새벽 방도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은데 그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24. 7. 31 다현
"새벽이는 진흙 목욕탕에 몸을 담갔는데 많이 더운지 호흡이 가빴어요. 목욕탕에 물이 별로 없어서 물조리개 4통 부어주면서 찬물 목욕하고 황토를 왼쪽 몸통에 발랐어요." 24. 8. 3 구황
"새벽 호흡이 가빠 보여요. 걱정되어 좀 급한 마음으로 진흙 목욕탕에서 진흙을 떠서 바르고 등목을 했어요." 24. 8. 4 세원
"새벽이 숨이 너무 가쁘고 몸도 뜨거워서 찬물에 적신 수건을 몸 위에 덮고 선풍기를 틀어 줬어요." 24. 8. 7 다현, 생강
숨을 거칠게 쉬고 몸이 뜨거워진 새벽이의 상태가 일지에 기록되었다. 활동가들은 새벽이의 거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얼린 과일을 주고, 찬물을 새벽이의 등에 끼얹고, 선풍기를 가동하며 폭염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입추가 지나도 더위는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숨소리를 통해, 우리는 기후 위기를 느낀다
돼지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진흙을 몸에 묻히며 체온을 떨어뜨린다. 날씨가 선선하거나 추운 계절에 새벽이와 잔디의 진흙 목욕은 휴지기를 갖는다. 그러다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계절에 다시 풍덩 몸을 담근다. 잠깐 들어가 거칠게 뒹굴며 몸에 진흙만 묻히는 수준으로 바로 목욕을 끝내는 날도 있고, 아예 자리를 잡고 누워 반신욕을 하는 날도 있다. 그날의 온도,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둘은 진흙을 적절히 이용한다.
새벽이는 이 여름, 진흙 목욕탕에 몸을 담근 상태에서도 숨을 거칠게 쉬었다고 한다. 진흙 목욕이라는 것이 지구가 불타기 전에 가능했던 방법이면 어쩌지? 강물에서 헤엄치던 연어가 산 채로 몸이 익는 시대다. 이런 날씨에, 더위를 피하기 위한 종의 본능이 효과가 있을까? 더 이상 진흙 목욕이 통하지 않는 지경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렇게 돌보는 동물의 힘든 숨소리를 통해, 우리는 기후 위기를 느낀다.
새벽이의 거친 숨소리에 대한 걱정 외에 또 다른 힘듦이 있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수많은 죽음이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폐사'라는 단어가 줄줄이 등장했다. 생추어리 밖에서 동물들은 시시각각 죽어 나갔다. 공장 안에서 마지막까지 숨을 헐떡거리다 죽은 이들의 수는 누적되어 기사화되었다.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의 요구안은 이러했다.
1.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2.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 일자리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하라
3. 철도 민영화 중단하고 공공교통 확충하여 모두의 이동권 보장하라
4.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신공항 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하라
5. 대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이 다섯 가지 안에서 숨을 헐떡이며 공장에서 죽는 이들이 보일 리 없다. 기후위기의 최일선 당사자인 비인간은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공장 안에 갇혀 있었고, 바깥에서 외치는 인간들의 목소리는 컸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다가오는 9월 7일, 다시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된다.
이번엔 기존과 다른 기후정의행진이 될 것이다. 그간 요구안에서 누락되었던 비인간의 이야기가 미약하게나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당사자이지만, 당사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언제나 배제되어 온 존재들을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피해 당사자의 곁에 서기 위해,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감금된 그들을 감히 대변하여 말할 것이다. 공장에서, 실험실에서, 번식장에서, 뜬 장에서 해방되어 이동권을 얻어낸 동물들이 더위와 추위를 피해 어디든 갈 수 있는 기후정의를 위하여. 그리고 그 세상에서 평온하게 숨 쉴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56561
계급투쟁 없는 환경운동은 정원 가꾸기일 뿐이다 (오마이뉴스, 김석 민주노총 정책국장, 24.08.22 15:26)
노동자들이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행진에 나서는 이유
기후위기가 일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한 달여 넘게 이어지는 폭염, 수많은 사람들이 온열질환에 쓰러지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까지 했습니다. 가히 기후재난입니다. 새로운 일상이 되어버린 기후재난, 더 이상 이상하지 않은 이상기후. 기후가 바뀌고 우리의 일상도 바뀌어 이제 예전처럼 살기 어려워지게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합니다.
올해도 9월 기후정의행진이 있습니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고 하고 있습니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꿔야 우리 삶을 송두리째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습니다. 그것은 기후위기가 지금의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 때문에 야기되고 있는 면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윤을 낼 수 있어야 뭐든 돌아간다고 믿는 세상에서, 먼저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들이, 돈 있는 이들이 에너지를 맘껏 쓰면서 다시 돈을 법니다. 그렇게 불평등은 더 커지고 온실가스를 뿜어대는 화석연료 소비는 줄지 않습니다.
시스템을 바꾸자
이러한 세상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그닥 책임이 크지 않은 이들이 기후위기, 기후재난의 우선적이고도 치명적인 피해를 떠안고 있습니다. 폭염 속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 농민들,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놓을 공간도 부족한 쪽방 내에 갇히다시피 여름을 나야 하는 빈곤층에게 폭염은 그야말로 재난이었습니다. 산업화에 뒤처져 화석연료를 써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여력도 없는 가난한 나라들이 해수면 상승에 시달리고, 가뭄과 홍수에 매년 큰 피해를 입습니다.
'기후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은 그래서 세계 기후운동의 중요한 구호 중의 하나였습니다. 노동자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먼저 세 가지 사례를 듭니다. 첫 번째는 방금 말씀드린 기후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계급투쟁 없는 환경운동은 정원 가꾸기일 뿐이다'는 말입니다. 새삼스럽게 계급투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정원 가꾸는 것을 폄훼하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불평등한 세상이 초래한 기후위기에 대해 제기하지 않고서, 이를 바꾸기 위한 공동의 싸움을 만들지 않고서 환경보호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했던 브라질의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는 결국 아마존 벌목 기업의 사용자들에게 살해당하고 맙니다.
세 번째는 '죽은 행성에는 일자리도 없다'는 것입니다. 노천 채굴을 위해 산꼭대기를 폭파하는 것에 맞서 싸웠던 미국의 환경운동가 주디 본즈의 말입니다. 무너져가는 세상에서 기득권을 둘러싼 논란은 큰 의미가 없음을 이야기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 번째 명제는 노동자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던져줍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도 있지만 노동자에게 일자리는 삶입니다. 나와 가족의 삶과 미래를 지켜주는 일자리는 그만큼 노동자에게 소중합니다. 그러나 내 일자리 지키는 데 정신이 팔려서 우리 공동체가, 우리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내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세상 무너지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으며, 그렇게 해서는 내 일자리 역시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사기업에 재생에너지 산업 내주고
환경 문제에, 기후위기에 노동자들이 소극적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여전히 상당수 노동자들은 그러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내 일자리는 소중하니까요.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들은 환경 문제에 보수적인 계층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마련하는데 나서야 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제 일터에서, 지역사회에서 기후위기에 맞선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몇 년 전부터 벌이는 녹색단체협약 캠페인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 기후정의를 불어넣기 위한 것입니다. 내 사업장과 내가 종사하는 산업 자체가 녹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을 단체협약을 통해 쟁취하겠다는 것입니다. 갈 길은 아직 멉니다. 시간이 많지도 않습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907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는 이유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기후정의를 외치고 함께 나설 수 있도록 일터에서, 지역에서, 기후정의행진을 알리고 함께할 것입니다.
2025년 말이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본격화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에너지 산업의 중단과 재생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합니다. 발전 노동자들은 내 일자리 지키겠다고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가로막고 나서지 않았습니다. 폐쇄에 동의하고 기후위기에 함께 맞서자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그 어떤 실효적인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폭 확장하겠다는 그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개발과 이윤 추구의 관점에서 바라볼 뿐입니다.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해상풍력발전의 90% 이상을 외국투기자본과 대기업들에 내주고 있습니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산업 투자는 극히 미약합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하지만 재생에너지 산업은 사기업에 내주고, 발전 노동자들의 고용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올해 907 기후정의행진은 공공 재생에너지 산업의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 적자의 이면에서 엄청난 이윤을 챙기고 있는 에너지 사기업들에 곧 에너지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재생에너지 영역을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민영화이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907 기후정의행진에 발전 노동자들도 앞장설 것입니다.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그것이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고 지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8222011015
올해는 ‘907’ 기후정의행진 (경향, 고금숙|플라스틱프리 활동가, 2024.08.22 20:11)
덥다. 참 덥다. 에어컨을 켤까 말까 번뇌할 때마다 두통이 심하면 발가락을 세게 찍어버리라는 식으로 서사하라 사막 근처의 마라케시를 떠올린다. 그곳의 40도 온도에서는 숨만 쉬어도 폐가 화상을 입듯 고통스러웠다. 너무 더워서 체내 열을 땀으로도 빼내지 못하면 6시간 내에 사람이 죽을 수 있는데 이를 습구온도라고 한다. 아마 그때 나는 감으로 습구온도를 느낀 것 같다.
그런데 먼 곳의 일이 아니었다. 한국의 기온 상승률이 세계 평균보다 3배 더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덥고 춥고 더럽고 서러운 일은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라지게 될 직업을 ‘체험리즘’으로 기록한 책 <어떤 동사의 멸종>에는 ‘까대기’라는 작업이 나온다. ‘까대기’는 택배 상하차 일인데, 밤새 한 사람이 25t 정도의 물건을 들어올리고 1590번 정도 굽혔다 일어선다. 이 물류창고에 에어컨이 없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회사에서 포도당을 지급한다. 이주 노동자가 이주의 자유 없이 붙박이로 일하는 비닐하우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에어컨을 설치하다 사망한 20대 초반의 노동자가 작업하던 급식실에는 선풍기가 2대 있었다. 이 폭염 속에서 나이 든 급식 노동자들은 불을 써서 요리를 해왔다.
축사에 감금된 닭, 오리, 돼지는 땀샘이 없다. 돼지는 진흙이나 물속에서 온도를 식혀야 하고, 새는 날개를 펼쳐 바람을 맞아야 한다. 땀샘이 없어 다른 방식으로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 동물 90만마리가 폭염에 죽었다. 이들은 재산피해액으로만 계산된다.
최근 전국 65개 섬에 전력을 공급하던 하청 노동자 184명이 해고당했다. 회사는 불법 파견으로 판결나자 노동자에게 자회사로의 이직을 제안하며 더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자 모두 해고. 또 다른 발전소인 태안화력발전소에선 도시 외곽 발전소까지 운행하는 통근버스에 정규직만 탈 수 있다. 비정규직은 탑승 금지다.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메탄가스가 터져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한 간호사가 음식물쓰레기 시설에서 실려 온 노동자를 응급실에서 본 가장 처참한 죽음 중 하나로 뽑았던 글이 생각났다. 그는 온몸이 음식물쓰레기로 뒤덮인 채 응급실에 실려 왔다. 지하로 내려가 우리 앞에서는 사라져도 여전히 그곳에 사람이 있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스크루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고 겨울엔 꽁꽁 언 음식물쓰레기를 뜨거운 물로 녹인다.
가끔 환경운동이 대책 없이 발랄해보이기도 한다. 에코백과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전기차를 타자고 외치고 국 끓일 때 냄비 뚜껑을 열어두었다가 가스를 낭비한다고 화들짝 뚜껑을 닫는 나는 피식 스스로를 조소한다. 그러나 대량소비를 떠받치는 택배와 물류, 값싼 전기와 고기 반찬, 내놓으면 다음날 사라지는 쓰레기가 만수산 칡넝쿨처럼 환경운동과 엉켜 있다. 더위와 추위, 고통을 느끼는 존재들의 절절한 이야기다. 기후행진이 아니라 기후정의행진이 열리는 까닭이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은 9월7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다. 사정없이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정작 가장 더운 곳에서는 에어컨 없이 생명이 죽어가는 이 미친 부정의를 바꿔야 한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408261535001
[기후정의행진 릴레이 인터뷰(1)] 강남에서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는 행진을 벌이는 이유 (경향, 김기범 기자, 2024.08.26 15:35)
다음달 7일 서울 강남대로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국내에서 올해로 네번째를 맞은 기후정의행진은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맞서 정부·기업이 더 적극적인 기후대응에 나서고, 기후 불평등을 해소할 것을 주문하기 위해 시작됐다. 더 많은 시민이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의미도 담았다.. 올해 기후정의행진 표어인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의 의미, 주요 요구사항인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정의로운 전환 등을 두고 3회에 걸쳐 연속 인터뷰를 게재한다.
“기후위기에 있어 상징적인 공간인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대규모 행진을 벌여 ‘기후정의’를 외치려 합니다. 삼성전자, 포스코, 구글코리아 등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기업들 앞을 행진하는 것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김은정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대규모 집회·행진 하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종로·시청·대학로 대신 강남대로에서 올해 기후정의행진이 열리는 것에 대해 “서울 강남은 자본의 중심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기후 불평등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량생산과 소비는 기후위기를 불러온 주요 원인 중 하나인데, 강남은 이런 것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며 “수만명이 강남을 행진하면서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온실가스 10분의 1을 뿜어내는 포스코, 기후재난의 한가운데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쿠팡,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빅테크기업 앞을 지나며 기후정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후정의행진은 201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집회·행진에는 환경 분야 집회·시위로는 최대 인원이었던 약 5000명이 참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이었던 2020년과 2021년을 건너뛴 뒤 2022년과 2023년 서울 시청 등 도심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는 각각 약 3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첫 기후정의행진이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열렸다면, 두번째와 세번째 행진에선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정당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을 포함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늘었다.
올해로 네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기후정의행진에서는 기후불평등을 초점에 맞추고,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라는 표어를 쓴다. 김 위원장은 “기후를 무시하거나 지우려는 것이 아니라 기후를 변화시키는 구조,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상의 범주는 개인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정책이나 사회체제, 구조 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고리, 불평등 구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동시에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현재의 사회 시스템이 기후위기를 자초한 원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곳곳에서 목격하듯 극심한 이상 기후들로 피해를 받는 곳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들”이라며 “2년 전 폭우로 인해 반지하방에서 일가족이 숨지고, 건설 노동자, 배달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숨지고, 쪽방촌에서 삶을 버텨내야 하는 분들이 모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폭염이 전기세를 더 내는 것 정도의 불편함이라면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내놓고 하루하루 버텨야 하는 전쟁터와 같다”며 “기후위기 앞에 선 최일선 당사자들의 고통은 이중 삼중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자본 중심 성장 구조는 생태계 파괴와 탄소배출의 원인인 동시에 사회를 위기에 취약한 구조로 만든 기후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보고서에서 기후정의와 형평성을 강조한 것처럼 기후 문제와 정의의 문제, 평등의 문제는 하나”라고 말했다.
올해 행진의 주요 요구사항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탈핵과 에너지 정의 실현, 탈석탄·탈화석연료 계획 마련,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 신공항·4대강 등 생태파괴 중단 등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기후정의행진은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탈석탄법 제정 운동 등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켜 왔다”며 “이번 행진이 하루 대규모로 모여서 운동을 벌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선형 운동을 실현하고, 경험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나선형 운동이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는 듯하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7일 오후 3시로 강남역 일대로 예정된 집회·행진 신고에 대해 경찰은 집회 제한 통보를 해왔다. 강남대로 전체가 아닌 일부 도로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기후정의행진 조직위는 경찰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행진에서는 단체 참가자들뿐 아니라 개인 참가자들도 함께 즐기고, 함께 기후정의를 외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행진에 오기 전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000을 바꾸기 위해 기후정의행진에 간다’는 등의 참여선언에도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57783
'부정의'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기후정의행진에 갑니다 (오마이뉴스, 하헌종 경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24.08.27 11:23)
'아리셀 참사'와 '기후 부정의'는 모두 '자본사회의 이윤추구 욕망'에서 비롯된 비극
아리셀 등의 중대재해참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서울 강남대로 907기후정의행진에 갑니다.
저는 사회과 교사로 30여 년을 근무하고 퇴임한 이후 정치적 무능력자 신분을 벗기 위해 정당에 가입하였습니다. 60대 남성, 서울지역, 교사로 살아오면서 에너지와 온갖 자원을 탕진한 '꼰대세대'로서 학생들과 제 자녀 등 다음 세대에게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강화시켰던 책임을 느낍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2021년 10월 녹색당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22년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처음 참여했을 당시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는 꿀벌들의 실종이었습니다. 이상 기후현상과 꿀벌 응애방제농약의 살포, 말벌의 습격 등이 꿀벌 실종의 주요 원인이었고 그래서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나의 주된 목적은 '꿀벌들을 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해 꿀벌 모양의 모자를 쓰고 행진에 참여했어요.
작년 923 행진 한달 전 8월 24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핵오염수 태평양 무단 투기를 감행했습니다. 세계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와 미국과 유럽의 정부들의 묵인 방조, 핵산업자본의 후견인 IAEA의 동의하에 후쿠시마 핵폭발 오염수를 알프스라는 정수장치를 통해 희석해서 투기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바다를 핵쓰레기장으로 삼아 버렸습니다. 내가 작년 9월 23일 기후대행진에 참여한 주된 이유는 후쿠시마핵폐수 태평양 투기 중단이었고 행진 시민들의 주된 구호도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이었습니다. 우리는 핵 드럼통을 메고 행진했습니다.
올해 6월 24일 화성의 아리셀공장에서 리튬전지가 폭발했습니다. 작은 전지의 폭발로 시작했는데 이해할 수 없게 되풀이되는 대형 참사들처럼 어이없는 원인과 대처 과정으로 인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국내 노동자 5명과 이주노동자 18명을 포함해 노동자 23명이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비극적이게도 하늘색 리본이 상징으로 추가되었습니다.
7월 1일부터 시작된 화성시청 아리셀 희생자 추모문화제에 틈나는 대로 갔었습니다. 한 번은 화성시청 분향소에 분향하고 희생자들 사진 하나 하나와 이름을 보며 기억하려고 있는데 웬 남자분이 다가와 한 영정사진 앞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는 "○○엄마! 나 왔어. 3일만에 보네. 그러길래 왜 내 말 듣지 않고 여기 있냐?" 하면서 흐느꼈습니다. 나 또한 그 희생자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나서 그 자리를 뜰 수가 없었습니다. 유족들의 입과 귀의 역할을 하는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유가족 통역사를 자임하신 박동찬님을 통해 듣는 희생자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억울하고 마음을 짠하게 했습니다.
대형참사가 일어나면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사건 현장을 찾아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라"라고 말하고 이후에는 망각의 상태로 빠집니다. 참사발생 2달 만에 발표된 경찰수사와 언론의 반응은 교과서적인 흐름이었지만 해결되리라는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 몸과 마음으로 느낀 것은 " 자본가들과 정치꾼, 주류언론들은 생명에도 등급이 있다고 행동하는구나. 기억이란 잊혀지는 것이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들 중에서 최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파견노동자들은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일 뿐이어서 기업들과 국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위한 비용마저 아까워하는구나...
비자, 국적에 따라 차등보상원칙을 내세워 교섭에 나서지도 않고 개별적으로 유가족을 회유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에스코넥과 아리셀 박순관 대표 등 자본가들과 일이 터지면 무마와 립서비스로 일관하는 대통령이나 총리,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 그리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불법파견 규제완화를 관철하려는 고용노동부 관료들, 적극적인 진상 규명의 의지가 없는 경찰,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바를 외면한 채 백서발간 등 정치적 홍보로 이용하려는 지방자치단체,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왜곡하며 피상적인 보도에 집착하는 언론에 대한 분노가 치밉니다.
이윤 추구 이외에는 무관심한 한국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보는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자책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기후위기의 모습은 때와 장소에 따라 꿀벌의 실종으로,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태평양 무단투기로, 세월호, 오송리 지하차도, 아리셀 등 대형참사의 모습으로 다양하게 우리 주변에 나타나지만 무엇보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각자도생의 경쟁을 확산하고 각자의 욕망을 부추기는 불평등한 자본주의 체제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907행진은 대한민국 차별과 불평등의 상징 강남대로에서 열립니다. '나와 내 가족의 강남 진입을 위해서라면, 나라도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기후위기와 노동자나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의 비참한 현실을 외면하라는 대한민국 자본의 탐욕스런 부추김을 떨치고 정의로운 체제전환을 위해 나는 907에 자본과 욕망의 거리 서울강남대로를 저항의 거리로 전환하기 위해 갑니다. 작은 도토리 하나가 만드는 떡갈나무 혁명을 위해, 우리는 갑니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362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907기후정의행진, 강남에서 열리는 이유는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8.27 14:42)
907 기후정의행진 기자간담회 개최돼
기후위기 최일선 피해노동자 현장발언
907 기후정의행진이 9월 7일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서 열린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으로 열리는 이번 행진은 단순히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행사가 되길 거부한다. 907 기후정의행진 기자간담회가 27일 오전 10시 30분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열린 가운데 907 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가 이같이 밝혔다.
기후행진을 강남에서 개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자본주의의 첨단을 상징하는 곳이다. 삼성전자, GS칼텍스, 포스코, 구글코리아 등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뿜어대며 천문학적 이윤을 축적하는 대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또한 과시적이고 낭비적인 자본주의적 소비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곳을 수만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행진하며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고 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에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500여 개의 사회운동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는데, 3시 본집회 이전에 7개의 다양한 주제의 사전집회가 열린다. 본집회 이후 삼성역까지 이어지는 행진에서는 이번 행진의 3대 기조를 드러내는 ‘생태파괴에 맞서는 거점’(역삼역), ‘기후재난, 불평등에 맞서는 거점’(선릉역), ‘에너지 체제전환을 향한 거점’(포스코)을 기획하여 이번 행진의 기조와 요구를 행진 과정에서 선명하게 드러낼 계획이다.
정록 공동집행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기후위기와 재난은 무한한 이윤축적을 위해 자연과 인간을 수탈하는 자본주의 성장체제가 만들어 낸 사회의 위기이자 재난”이라면서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파괴하며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회경제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더이상 공존의 삶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진 간담회 순서도 불평등과 생명 파괴에 맞서고 있는 최일선 당사자들의 발언으로 채워졌다. 최효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분회장이 발언에 나섰다. 최 인천분회장은 "근무했던 캠프는 새벽 1시 경 온도가 36도, 습도 60퍼센트로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숨 쉬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뜨거운 열을 뿜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일하는 소분 노동자는 작업시간 내내 단 한 명도 화장실에 가지 못했고, 관리자의 허락 없이는 물을 가지러 갈 수도 없었다"고 현장을 설명한 뒤 "이런 환경에서 실내 온도가 35도가 넘으면 매 시간 15분의 휴식을 지급해야한다는 산업안전보건규칙에 관한 기준 566조는 휴지조각이었다"고 떠올렸다. 
더해 "인간답게 일 할 최소한의 권리도 박탈당하는 이유는 쿠팡을 가장 차별화시킨 ‘로켓배송’ 서비스에 대한 쿠팡의 탐욕 때문이다. 물류센터와 캠프 뿐 아니라 택배 분야에서도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라면 "쿠팡은 탄소발자국을 줄인 친환경 기업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과다한 생산과 끊임없이 물류센터를 증설할 계획을 둔다"며 규탄했다.
하연경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부위원장은 발언에 앞서 "저는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일하는데, 기후위기 입장에서 보면 기후악당인 일자리인 셈"이라며 너스레 아닌 너스레를 떨었다. 폐쇄를 앞둔 발전소 노동자들의 일자리문제,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 앞에 '정의로운 전환'은 없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하 부위원장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발전공기업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할 시기다. 재생에너지의 신규 건설 투자 98% 이상이 민간에서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산업을 민영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신규 재생에너지 건설을 민간에서 한다면 머지않아 재생에너지 시장도 공공이 아닌 민자발전사가 독차지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두렵다"며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재생에너지의 투자를 하나로 모아야 석탄화력발전소로 잃은 일자리를 재생에너지에서의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에너지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에 걸림돌이 되는 윤석열 정부의 ‘핵 폭주’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전 세계 핵산업은 이미 저물어 가고 있다.” 면서 일본, 독일, 영국, 미국 등 주요국에서 운영 중인 핵발전소 수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 정책위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K-원전을 홍보하고 있으나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오히려 한수원의 ‘원천 기술 부재’가 드러나고 ‘저가 수주 논란’에 휘말리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러는 사이 “분산형-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추진”이 지연되고 있음을 비판했다.
네 번째 발언자로 나선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사망선고하고 보 재가동 강행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이 사무처장은 정부의 ‘기후대응댐’이 “토건족의 배만 불리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계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4대강 사업’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120여 일째 세종보 인근 금강 하천부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의 투쟁을 언급하며 “지금껏 개방돼 왔던 세종보는 윤석열 정부의 제2의 4대강사업’을 막을 최전선이자 마지막 보루”라며 기후정의행진을 통한 연대를 호소했다.
끝으로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불평등이 기후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 세태를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22년 반지하 참사 이후로 정부와 서울시가 내놓은 ‘반지하 대책 및 주거취약계층 지원방안’ 등을 두고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을뿐더러 주거불평등이 오히려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간 규제 완화를 통한 개발 활성화와 분양아파트 공급 확대 같은 기조로는 본질적 빈곤의 문제나 기후위기 시대 취약 계층의 안전한 주거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907 기후정의행진은 오는 9월 7일 토요일,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서 집회와 행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기후정의행진은 기자간담회에서 소개된 현안 이외에도 ‘공공 의료·공공 교통 확충’, ‘농업 재해 대책·생태농업 전환·농민 생존권 보장’, ‘동물 착취 시스템 철폐’, ‘군비 축소 ·반전 평화’ 등 11개 세부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5659.html
기후위기 지하철 광고 ‘승차거부’…교통공사 “사회적 합의 안 됐다” (한겨레, 고나린 기자, 2024-08-28 05:00)
‘의견광고’로 분류, 게재 불승인 통보

지난 14일 ‘907기후정의행진’이 서울교통공사에 심의 요청한 지하철 광고 포스터. 907기후정의행진 제공

“해당 광고는 의견 광고로, 승인 불가함을 안내드립니다.”
지난 14일 ‘907기후정의행진’ 홍보팀(기후정의행진팀)에 지하철 광고를 승인할 수 없다는 전자우편이 날아들었다. 기후행동의 달인 9월마다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을 홍보하기 위해, “기후가 아니라 □을 바꾸자. 9월7일(토) 오후 3시, 강남역 일대에서 확인하세요!”라는 문구를 넣은 광고였다. 서울교통공사(교통공사)는 2022년 10월부터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의견을 진술하는’ 의견광고 게재를 중단하고 상업광고만 허용하고 있다. 기후정의행진팀은 광고 게재 지침을 존중해 행사의 이름, 시간, 장소만 담았는데도 교통공사는 이를 거부했다.
유에스더 907기후정의행진 홍보팀장은 27일 “지하철 열차 내 광고를 하려면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해 행진의 주장, 요구안 등을 담지 않은 홍보물을 제작했다”며 “홍보물이 ‘의견광고’로 분류돼 불승인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민원을 핑계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광고를 제한하는 (교통공사의) 광고 게재 기준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간 교통공사는 지하철에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고 변희수 하사 추모’ 등의 광고 게재를 거부해 논란을 키웠다. 2022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광고 심의를 위한 체크리스트 평가표를 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교통공사는 2022년 말부터 의견광고는 심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예 논란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지하철은 논쟁의 장이 아닌 사회적 중립 공간으로,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광고규정 개정 이후 의견광고를 포함한 모든 지하철 광고의 심의를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위탁해 공사는 심의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다양한 사회적 의견이 게시될 수 있는 곳으로, 외국에서도 논쟁을 거치며 공론장의 역할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영국 런던교통국도 공적인 논란과 민감성에 관련된 이미지·메시지가 있거나 정당 또는 정치적 명분과 관련 있는 광고는 게재를 거부하지만 인종, 성별, 장애, 연령, 성적 기호,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동등함을 촉진하고 불법적 차별을 해소할 경우엔 이를 허용한다는 예외를 뒀다. 실제로 지난해 런던 지하철에 붙은 광고 7건 중 1건꼴(1만3920건 중 2071건)이 정치·사회적 광고였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의견광고가 오히려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높일 수 있다며 공론장을 닫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기후정의행진 광고는 정파성을 띠고 있지 않고 기후위기는 세계적 이슈이기에 일부 집단의 이익과 관련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의견의 장’을 막는 건 과도한 권한 행사”라고 했다. 서범석 세명대 명예교수(광고홍보학)도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은 범죄, 인종차별, 성차별 등에 해당하는 내용만 금지하고 있어 의견광고를 전면금지하는 것은 상위법에도 어긋난다”며 “인권위 권고대로 명확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의견광고를 심의해 게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58621
노동자 죽이는 기후위기... 노동자들이여 일어나라 (오마이뉴스, 우상범 한국노총 정책 1본부 국장, 24.08.28 15:45)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하는 열대야 기세가 무섭다. 서울을 기준으로 열대야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2018년 26일 기록을 가뿐히 갈아치웠다. 더위가 한풀 꺾여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라는 처서(處暑)가 지났지만 아직도 전국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대구의 더위 때문에 붙은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별명을 전국 어느 지역에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이렇게 더운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이고 주범은 이산화탄소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산업혁명 당시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어쩌면 올 여름이 앞으로 있을 여름 중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라는 예상도 한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노동자는 기후위기로 고용 불안과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정부는 2036년까지 전체 58기 석탄화력발전소 중에서 28기를 폐쇄하기로 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고용이 불안정하다. 발전노조에 따르면 폐쇄가 결정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는 공공과 민간부문 노동자는 총 2만 5천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딸린 식구들까지 포함하면 거의 10만 명에 육박할 것 같다.
그래서 석탄화력발전소를 바람, 태양, 물 등 재생에너지발전소로 전환하여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다. 이처럼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은 별개가 아니라 정의롭게 함께 가야 한다. 그래서 기후위기로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구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한 살인 무기와 같다. 뙤약볕에서 일하거나 폐쇄된 채 찜통 더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온열질환을 겪게 된다. 그런 대표적인 업종이 건설업이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는 잠깐 쉴 그늘막도 없이 내리쬐는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오죽하면 땀으로 배출되는 소금기를 보충하기 위해 식염정을 따로 먹겠는가.
정부는 폭염 때는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 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어떻게든 공사를 빨리 끝내려는 사용자의 요구로 현장에서 지켜질 리 만무하다. 노동자의 건강에는 관심없고 공사 기간 단축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내려는 사용자들의 욕심이 도를 넘었다.
이밖에 폭염 속에서 환기도 되지 않는 찜통같은 배 안에서 작업하는 조선 노동자, 아스팔트의 뜨거운 지열을 견디며 헬맷까지 쓴 채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배달 노동자, 그늘 한점 없는 들판과 사우나 같은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농업 노동자 등 우리 주위에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노동자들이 많다.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34억 노동자 중에서 70%가 넘는 24억 명이 폭염에 노출되어 있고 매년 2만 명 정도가 폭염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폭염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쓰려져 사망하는 사건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거제도 조선소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2명이 고온의 밀폐된 곳에서 작업하다가 사망하였고, 에어컨을 설치하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구토 증상을 보인 뒤 쓰러져 가족 곁을 떠났다. 2023년 한 해에만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가 총 2818명이었고 이 중 32명이 사망하였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신영복 선생님은 '여름 징역살이는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은 증오를 넘어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고 생명을 빼앗아간다. 노동자들은 기후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더군다나 가만히 있으면 정부가 잘 해결해 줄거라고 믿는 낭만적인 시대는 끝났다.
특히 노조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철저히 사용자 이익을 대변하는 지금의 정부하에서는 더 그렇다. 노동자가 직접 나서서 외치고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노총은 이번 '907기후정의행진'에 27개 산별연맹과 150만 조합원이 연대하여 세상 바꾸는 일에 적극 참여하려 한다. 2024년 9월 7일 강남대로에서 한국노총 150만 조합원과 일반시민이 어우러져 기후위기로 위험에 빠진 지구, 대한민국 그리고 노동자를 구하는 행진에 함께 할 것이다.
'2000만 노동자여 단결하자.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행진에 참여하자.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613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당신에게 (미디어오늘, 이송희일 영화감독, 2024.08.31 11:34)
[이송희일의 견문발검]
지금 이 추세라면, 2050년경 플라스틱 생산량이 3배 더 늘어난다. 이는 석탄발전소 1700곳 이상과 맞먹는 탄소 배출을 야기할 뿐더러 바다에서 인간의 혈액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으로 출렁거리게 할 것이다. 수도꼭지를 잠그고, 기업을 규제하고 영리 활동에 따른 생태적 비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개인적 책임과 실천이 유일한 해법인 양 호도하며 위기가 해소되기를 바라는 것, 그것은 미신적 주술에 가까운 일이다.
물론 지구와 우리의 안녕을 걱정하는 그 선량한 마음에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문제는 자본과 지배 엘리트들의 지휘 아래 우리의 실천양식이 복속될 때, 파괴적인 이윤 추구 시스템에 세상을 그냥 맡겨놓았을 때, 지구는 더욱 뜨거워지고 가난한 이들의 삶부터 차례차례 붕괴될 거라는 점이다.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첫 응답은 고립을 떨쳐내고 서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벽장이 아니라 광장, 개인이 아니라 시민. 문제가 무엇인지 난전을 벌이고 함께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그 시작일 터다. 과학 유투버의 주장과 달리, 그 만남의 장에선 할 게 넘쳐난다. 그것이 시위든, 공유지 운동이든, 공동체 텃밭이든, 그 무엇이든. 함께할 수 있는 시민적 실천들이 넘쳐 흐른다.
예를 들어 9월7일에 열리는 기후정의행진도 그런 만남의 장이다. 수만 명이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고 민중의 힘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자는 뜨거운 자리다. 우리가 함께 더 뜨거워져야 타오르는 지구를 식힐 수 있다. 그곳이 바로 우리의 광장일 것이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당신께, 외롭게 절망하지 말고 함께 길을 내자고, 불안에 삼켜지기 전에 우리가 대안을 생산하자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409022022025
[기후정의행진 릴레이인터뷰] “민영화된 재생에너지로는 생태계 훼손 못 막아…공공성 확대 시급” (경향, 김기범 기자, 2024.09.02 20:22)
② 한재각 ‘907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
“바람·태양 독점 불가한 ‘공공재’
정부, 민간기업에 시장 다 내줘
화력발전소 노동자 재취업 문제
정부도 지자체도 기업도 외면
풍력단지 갈등 공공개발이 해법”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는 심각하게 민영화되어 버렸습니다. 민영화된 상태에선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이나 주민 참여는 물론 생태계 훼손을 막는 것도 어렵습니다. 기후정의행진에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한재각 907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이미 90% 이상 민영화된 상태”라면서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여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람, 태양 등 재생에너지는 물이나 땅처럼 누군가 독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공공재”라고 했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는 오는 7일 서울 강남대로에서 열리는 907기후정의행진에서도 주요 의제로 등장할 예정이다. 민영화 일변도로 가고 있는 재생에너지 정책에 제동을 걸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대부분이 민간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해상풍력의 경우 초국적 금융자본과 국내외 대기업이 사업의 93%를 허가받은 상태다.
환경단체와 전문가 등은 현재처럼 재생에너지가 민영화된 상태로 유지되면 주민 갈등·생태계 훼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발전소 노동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 위원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민영화로 가져가는 흐름에서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걸림돌이 된다”면서 “정부는 공공을 강화해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는 계획이 아예 없고 민간기업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다 민주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협동조합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위원은 특히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등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는 ‘정의로운 전환’에 있어서도 공공에너지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2025년부터 폐쇄가 시작되는 태안화력발전소와 관련해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재교육을 통해 태안 앞바다에 들어설 예정인 풍력발전소에 재취업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지만 “태안에 들어설 풍력단지 5곳 중 사업자가 확정된 3곳은 민간기업이 맡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자들은 고용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정부나 태안군, 민간기업 모두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민영화된 국내 재생에너지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탈석탄법 제정 과정에도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추천하는 법률가를 포함시키고, 발전소 노동자들이 포함돼 있는 공공운수노조 역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들이 탈석탄법제정연대 등 단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위원은 “이미 국내에서도 공공재생에너지가 지역 에너지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예들이 있다”면서 “제주에너지공사의 풍력개발지구 지정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기업들이 풍력발전단지를 만들려다 주민들과 심한 갈등이 일었는데, 이때 시민사회에서 들고나온 해결책이 ‘풍력공개념’이었다”며 “삼다수를 제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사례처럼 풍력발전단지를 공공에서 개발하도록 한 것”이라며 “제주에선 풍력공유화기금을 만들어 풍력개발의 이익금을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복지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은 “기후정의행진 이후에는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입법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공공재생에너지법과 한국발전공사법 등의 제·개정을 통해 내년 태안화력발전소 폐쇄 이전에 노동자들이 벼랑 끝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9022038015
섬마을 전기는 불법으로 흘렀다 (경향,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2024.09.02 20:38)
지난 8월21일 충남 태안군 가의도에 번개가 쳤다. 하필 발전소 근처 전봇대 통신 계량기가 번개에 맞아 가의도 일대 전기가 끊겼다. 폭우가 쏟아진 밤이었다. 섬마을 주민 75명은 높은 습도와 더위로 고통받았다. 게다가 주민 대부분은 고령으로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정전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했다. 전기는 10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복구됐다.
가의도의 한 주민은 8월27일 서울의 섬 여의도 국회 앞으로 와 이날의 참상을 알리고, 한국전력(이하 한전)에 책임을 물었다. “한전은 숙련된 노동자들을 해고함으로써, 우리 전력시스템의 안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렸습니다.” 바다를 건너온 전국의 섬마을 주민 150여명도 그의 옆에 있었다. 한전 위탁업체 JBC에서 일하다 집단해고된 노동자들이다. 한전은 지난 30여년간 전국 66개 섬마을 전기 공급과 관리를 JBC라는 기업에 임의로 맡겼다. 한전 퇴직자들이 ‘OB들의 친목과 소통의 커뮤니티’라는 구호를 내걸고 만든 조직 한국전력전우회가 100% 출자한 회사다. JBC 직원에 대한 실질적인 업무지시는 한전이 했고 JBC는 사실상 인력 공급 관리 역할만 했다. 그러나 전력업무는 파견허용 업종이 아니다. JBC가 파견업체인 것도 아니다. 불법파견이었다. 이에 법원은 JBC에 소속된 노동자가 한전 소속 근로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섬마을 전기가 불법으로 흘렀다는 것이 드러났다.
상식적인 회사라면 법원 판단을 존중할 것이다. 그러나 한전은 항소는 물론 JBC와의 위탁계약을 종료하고 노동자들에게 자회사인 한전MCS로 옮기라고 했다. 전기검침, 전기요금 관리 등을 하는 회사다. 불법파견을 저지른 기업이 늘 보여준 꼼수다. 한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포기하고 다시는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강요했다. ‘부제소특약’이라고 한다. 한전은 긴 재판과정을 견디기 힘든 노동자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고만 한다.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자회사에서 참고 일할 수는 있지만, 어렵게 밝힌 진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한전은 결국 소송 포기를 약속하지 않은 민주노총 조합원 184명을 집단해고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섬마을 주민을 위해 30년간 헌신적으로 일한 숙련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섬마을 노동자를 잘라낸 것은 섬마을 전기를 잘라낸 것과 같았다. 가의도 사태는 시작일 뿐이다.
한전은 우리 모두에게 필수적 에너지인 ‘전기’를 다루는 공공기관이다. 그래서 한전 홈페이지에는 사회적 가치 10대 행동강령이 게시되어 있다. “사회규범과 모든 제반 법규를 준수한다. 공공의 이익과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함께 일하고 좋은 기업문화를 조성한다”라는 선언들이다. 사회적가치위원회도 만들어 진보적 활동을 하는 인사도 앉혀놓았다. 한전 홈페이지에는 사회적 가치가 흐르지만 한전의 노동현장에는 정의도, 상식도 흐르지 않는다. 9월7일 서울 강남에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건 기후정의행진이 벌어진다. 강남의 행진이 전국의 섬마을과 노동자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연대의 전선을 놓아야 할 때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90216544310371
"기후는 혼자 행동하지 않는다"…907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는 이유 (프레시안,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 2024.09.03. 05:02:03)
[홍명교 칼럼] 기후위기 대응, 정치운동이자 국제적 체제 변화 운동으로 발전해야
낯설지 않지만, 지루한 이야기
지난 8월, 몇 차례에 걸쳐 동료들과 함께 합정역사 안에서 퇴근길 시민들에게 9월 7일 강남역에서 열리는 기후정의행진 참가를 호소하는 작은 홍보물을 배포했다. 우리만의 행진, 원래부터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만의 행사를 넘어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길 바라는 염원 때문이었다.
가만히 서서 퇴근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 다양한 색깔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기둥에 기대 30분이 넘도록 친구와의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 빠른 걸음으로 귀가하는 사람,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상암동으로 향하는 사람, 낡은 수레를 끌고 지하철 차량 내에서 싸구려 물건을 파는 할머니, 맛집에서의 데이트로 향하는 청소년, 기후정의행진 홍보물을 흔하디흔한 가게 전단지처럼 취급하는 사람….
이런 다양성 속에서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다른 어느 이슈에서보다 사람들이 홍보물을 잘 받아가고, 또 반응한다는 점이었다. "이번 여름은 정말 너무 더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앞으로는 더 더워진다고 합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 9월 7일 기후정의행진이 열립니다!"라고 외쳤을 때,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시민들은 "꼭 갈게요!"라고 말해주거나, 가던 길을 굳이 돌아와 홍보물을 달라고 손을 내밀기도 한다. 이 작지만 강한 관심이 담긴 반응들 속에 어떤 균열이 있으리라.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메이저 언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폭염이나 폭설, 폭우, 산불, 해수면 상승과 엘니뇨,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의 융해로 인한 생태 위기 등 전 세계적 기후변화에 대한 적신호가 뉴스 화면을 연일 장식한다.
하지만 인간이란 으레 같은 서사가 반복됐을 때 설령 그 서사가 재앙적인 상황을 예고하고 있을지라도 완전히 그 상황에 적응해버리고 사유를 멈춰버리기도 한다. 재앙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익숙해진 소비 패턴과 완벽하게 빈틈없이 매워져 있는 듯한 글로벌 착취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실천들은 정말 효과적인가?
그러나 머릿속에는 여전히 불편함이 남아 있다. 한여름 찌는 듯한 날씨 때문에 에어컨을 켤 때, 혹은 바깥 기온과 차이가 큰 나머지 몸이 으슬으슬해질 때, 폭염 속 노동에 쓰러져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소식을 전해들을 때, 불편은 괴로움 혹은 죄책감으로 전이된다. 어떡해야 할까? 기후위기를 진정으로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실천이라도 동참하려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작은 노력들,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분리수거 등 일상 속 캠페인이 지속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질문들이 끊임없이 머리 속을 맴돈다. 이런 노력들이 모두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면? 실제로는 늘어나는 탄소 배출을 감추는 면피성 효과에 그칠 뿐이라면?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각종 '대책들'이 하나같이 낡은 탄소 거래 시스템을 유지한 채 이뤄지는 거짓말들에 지나지 않는다면? 평범한 사람들을 향해 '모든 게 탐욕스러운 인간 때문'이라는 질타가 사실은 책임 떠넘기기에 지나지 않는다면?
소비패턴을 바꾸기 위한 노력, 쓰레기 줄이기 위한 작은 노력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그런 실천에 미약하나마 참여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그런 실천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소비로 가득한 삶이 야기하는 어떤 파괴들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열어준다는 점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작은 실천들이 우리들의 자기만족이나 죄책감 덜기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는 "기계와 경영관리 수단들을 통한 화석연료의 대규모 활용을 이상화하는 기술정치 체제"(탄소기술관료주의) 하에서 발전해왔고, 이는 기후와 생태를 파괴시켜왔다. 더군다나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착취했으며, 국가권력에 의한 사회 통제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즉 생산성 증진에 대한 오늘날의 모든 정치경제적 신화는 기후위기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우리는 더 정치적이어야 하고, 억압받고 착취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 모순을 봐야 한다.
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21세기 이래 글로벌 북반구의 주요국들은 탄소 배출을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왔고, 이는 한국 역시 다르지 않다. 이런 노력의 결과 유럽연합은 1990년 56억 톤이었던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이 2018년 42억 톤으로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중국·일본·영국·한국 역시 수십년 내에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지속가능성'과 'ESG'라는 장밋빛 전망을 신화화하고 있다. 포스코 같은 대표적인 기후악당 기업들이 ESG를 장식삼아 자신들이 마치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마냥 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런 기만에 속아 넘어가주는 우리가 참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심지어 탄소 시스템 하에서 이윤 증식을 이어가고 있는 에너지 기업들이 '친환경'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내놓는 비즈니스들을 떠올려보라. '친환경 석유'와 '친환경 탄약' 같은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선전되는 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풍경이다.
우리의 작은 실천들은 세계적이고 정치적이며, 거시경제적 난제들과 무관하지 않다. 로리 파슨스(Laurie Parsons)의 저작 <재앙의 지리학>(원제: Carbon Colonialism, 오월의봄)은 냉정하게도 앞서 언급한 작은 노력들로 기후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전제하며, 글로벌 공급망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기후붕괴의 현장을 감춘다. 가령 벽돌이나 옷은 더 이상 하나의 국가에서 생산되지 않으며, 다양한 공장과 국가를 거쳐 가공된 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런 식의 생산은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지만 공급망의 실체를 희미하게 만든다.
글로벌 생산의 세계가 우리의 시선에서 사라진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래 선진국들에서 일어난 많은 변화들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북반구 선진국들은 '제조강국'으로서 자국 시장에 팔 티셔츠나 냉장고 같은 상품을 직접 만들었다. 이제 북반구 선진국 소비자들이 자기 일상에서 소모하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만들어진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이자 탄소배출 국가로 거듭난 이유는 전 세계의 유명브랜드들이 임금이 저렴한 머나먼 땅에 하청공장을 세우고, 글로벌한 착취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옷만 해도 온전히 하나의 국가에서 생산되는 경우는 없다. 우리가 입는 많은 옷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종주의적이고 착취적인 면화 재배 강제노동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이렇게 해서 생산된 원자재는 임금이 매우 저렴하고 노동조건이 끔찍하기로 소문난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의 면직물 의류 공장으로 옮겨진다. 가령 캄보디아에서 사용되는 면화의 총 86.4%는 직간접적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데, 이는 다시 거대한 상선에 실려 유명 브랜드 라벨을 달고 선진국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우리는 기껏해야 완성품이 만들어진 국가를 라벨에 적힌 아주 작은 글씨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완제품이 만들어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국가의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면직물 원단이 캄보디아, 베트남이나 라오스, 캄보디아의 공장에 도착할 때까지 평균 1만4000킬로미터를 이동하고, 완제품이 다시 서울에 오려면 수천 킬로미터를 와야 한다. 이런 운송 과정에서 이미 적지 않은 탄소를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대다수 상품들은 이렇게 측정하기가 불가능하다. 어떤 상품에 들어가는 여러 원자재들은 제각각 다른 국가에서 옮겨오고, 그것은 또 다른 국가에서 채굴된 것일 수 있다. 공급망의 복잡성과 모호성은 비윤리적인 모순들을 낳을 뿐만 아니라, 탄소 비용 측정마저 어렵게 한다. 이 과정에서 야기되는 막대한 수준의 탄소배출을 해결하지 않으면 기후위기 해결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재앙의 지리학>은 우리에게 덧씌워진 환상이 왜 잘못됐는지 설득력 있게 논증하고,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유포되는 기만을 폭로한다. 나아가 오늘날 글로벌 북반구의 주요 국가들이 내세우는 계획들이 탄소 배출이라는 지구적 문제를 개별 국가 이슈로만 제시함으로써, 문제 해결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탄소만을 기준으로 삼는 '낡은' 탄소 회계 메커니즘 하에서는 글로벌 기후붕괴 시대에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끈질기게 기업이나 각국 정부에 의해 공표된 '녹색 약속'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기후위기는 동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기후재앙의 시대에 인간이 경험하는 기후위기는 결코 동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가 캄보디아 벽돌 가마와 의류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도시빈민의 시선에서 글로벌 공급망과 탄소 식민주의의 그늘을 직시할 때다.
캄보디아가 신자유주의 개발 모델을 받아들이자 자연에 대한 통제권을 시장에 넘겨주게 됐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여지없이 파괴됐다. 재앙은 북반부보다는 남반구에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몰려오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과 글로벌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훨씬 더 가혹하다. 로리 파슨스가 말했듯 "기후는 절대로 혼자서 행동하지 않"는다. 기후는 "사회라는 옷을 입고 인간을 만난"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면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전개된다. 우리 모두가 기후위기를 동일하게 마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떙볕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 거리에서 하루를 보내야 간신히 입에 풀칠할 수 있는 만큼의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영세 상인 등과 온종일 에어컨을 쐬며 일할 수 있고, 단 1분도 바깥에 나가지 않고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상류층 사람들이 체감하는 기후위기나 더위는 완전히 다르다. 후자에게 폭염은 잠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이지만, 전자에게 폭염은 재앙 그 자체다.
재작년 수해 참사가 발생했을 때 어떤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떠올려보자. 죽은 이들과 피해를 입은 이들은 하나같이 반지하층에 살고 있는 가난하고 평범한 노동자들과 장애인, 시민들이었고, 대통령실이나 서울시장은 잠시 생색내는 듯하다가 이내 본색을 드러냈다. 퇴근 후 몸을 뉘일 수 있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주거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 상태에 놓인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재난'이다.
9월 7일,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
오는 9월 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재작년과 작년 9월 말 열렸던 기후정의행진에는 약 3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기후위기 최전선에 서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강남역이다. 강남은 대한민국 기술관료주의적인 화석연료 체계 하 온갖 자본이 모여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포스코나 현대, 삼성 등 초국적 기후악당 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남역 대로에서의 행진은 이 위기가 결코 동등하게 다가오고 있지 않음을 폭로하고, 작금의 주류적인 대책들이 한낱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낼 수 있다. 바로 이 자리에 근심어린 시선으로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점차 파괴되고 있는 일상을 간신히 지키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대거 참가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의 경우 이번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에 비례 위성정당에 속했던 정치세력들이 참가한다는 이유를 들어 '행진 불참'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위성정당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진의에는 공감하지만, 운동의 기각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빈번하게 위성정당을 비판했던 장본인으로서 말하자면, 잘못된 선택을 했던 정치 그룹의 오류를 비판하고 정정하기 위한 모든 과정은 오직 광범위한 운동의 장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제도정치판에서 흔하디흔한 경향적 오류는 (보이콧이나 캔슬컬쳐가 아니라) 대중운동의 우위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뿐이며, 우리는 그 운동을 조직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운동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위성정당 비판의 '조직적인 목소리' 역시 모이기 어렵다.
기후정의행진의 지향과 정치적 의의는 여전히 중요하며, 가야 할 길은 멀다. 우리는 탈정치화되거나 시장화(탄소거래제, 각종 '친환경' 수식이 덧붙은 탄소 상품들의 탄생)된 가짜 기후위기 대응에 맞서 자본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과 착취에 도전해야 한다. 하루의 행진이 이를 해결하는 종착지는 아니지만, 이런 목소리를 확대하고 전파하는 중요한 거점이 될 수는 있다.
'907 기후정의행진'에 주변 사람들과 함께 적극 참여해 자꾸만 정치 바깥, 경제 바깥,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비판 바깥에 머무르려 하는 경향을 극복하자.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힘을 다시 동네와 일터, 해외로 나누어 보다 다양한 운동과 국제연대의 구축으로 연결시키자. 그것이 방글라데시 의류하청 공장 노동자들의 외침, 캄보디아 벽돌 공장 노동자들의 땀, 신장위구르자치구 면화 재배 노동자들의 눈물과 연결될 때 비로소 우리는 각국 정부와 자본을 압박하는 막강한 기후정의 네트워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90418010806382
[데스크 칼럼] 지금, 바로 여기에서 (부산일보, 박세익 플랫폼콘텐츠부 부장, 2024-09-04 18:07:59)
역대급 폭염 몸살 앓은 대한민국
많은 생명 잃고도 매번 ‘기억상실’
기후위기 원인제공자 남의 일 여겨
퇴출 불사하는 ‘연대 행동’ 나서야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주 남쪽 샌 안토니오에 눈이 펑펑 내린다. 놀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손을 휘젓고 머리를 감싼다. 같은 시각, 멀지 않은 휴스턴. 눈 폭풍이 거세게 몰아친다. 주유소 연료도, 마트 식료품도 동난다. 수도관이 얼어 물이 나오지 않고, 동파로 천장에서 물이 쏟아진다.
그해 6월 캐나다에서 체감 기온이 50도까지 치솟는다. 케냐에선 메뚜기 떼가 창궐해 식량을 휩쓸고, 거대한 싸이클론이 인도네시아를 덮친다.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차 안에서 아이가 신을 찾으며 울부짖는다. 끔찍한 홍수와 산사태는 독일, 중국, 미국 등지를 강타한다. 위성에서 내려다 본 지구에서 셀 수 없는 산불이 일어나 숲과 집을 삼킨다.
잘 만든 재난영화의 장면들일까? 모두 2021년 한 해에 벌어진 실제 상황. 마침 5일 오후 6시 30분 영화의전당에서 닻을 올리는 세 번째 하나뿐인지구영상제(BPFF) 개막작 ‘히어 나우 프로젝트(The Here Now Project)’에 담긴 현장이다. 17개국 12개 언어를 쓰는 세계인이 담은 이 기후위기 다큐멘터리는 이날 처음 아시아에서 공개된다.
올해 우리는 역대급 폭염을 온 몸으로 견뎠다. 기후학자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 3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폭염으로 3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그래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우리는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영화를 보면, 재앙이 발생하기 전 잇따르는 징후와 경고를 무시하다가 늘 사달이 난다. 현실에서도 기후위기가 부르는 파국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 뻔하다.
기후위기는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생명을 앗아가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앗아가서다.
악순환의 고리는 이렇게 연결된다. 기후 변화는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인간의 건강은 더욱 나빠진다. 어린이, 청소년의 기후 우울증이 폭증한다. 식량난에 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한다. 이는 노동력과 생계소득, 식량 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삶의 질은 갈수록 떨어져 극단적인 양극화가 심화한다. 기후변화를 유발시킨 최상위층이 재력으로 편안한 삶을 유지하는 사이 그럴 수 없는 이들이 더 고통을 받는다. 사회 갈등이 폭발한다. 사회 시스템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결국 세상은 ‘지옥’이 된다.
이런 재앙의 현장은 멀리 있지 않다. 아름다운 푸른 하늘에 지금도 매일 1억 600만 t이 넘는 공해 물질이 퍼져나간다. 비행기, 석유 제조, 산불, 제조업체, 농작물 소각, 대규모 축산업 등이 범인이다.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는 역사에 남을 판결을 남겼다.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설정하지 않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이다. 이대로는 국민, 특히 후손들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 기후위기 이야기가 나오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많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열심히 쓰레기 재활용을 한다고, 간헐적 비건으로 살아간다고 해서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 한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며 자포자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초래한 것이다. 자연은 죄가 없다. 인간이 해결해야 한다. 지구는 인간이라는 골칫덩이가 사라져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속도를 늦추고 서둘러 적응해야 한다. 대안을 찾기 위해 같이 연구하고 지지하지 않으면 도미노처럼 모두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 많은 투자로 속도를 늦추고, 뜨거워진 세상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열사병 증세를 보이는데도 ‘꾀병’이라거나 ‘좀 쉬면 낫겠지’라고 안이하게 대응하다가 소중한 생명을 잃는 비극을 더 반복해선 안된다.
‘기후위기 각성’을 해야 한다.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이라는 JTBC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세계 각국에 있는 타인의 삶을 72시간 동안 대신 살아보는 것이 콘셉트다. 나만의 삶이 아니라 기후위기로 세계인이 겪는 고통을 잠시라도 체험하는 콘텐츠, ‘지구촌’과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기후위기는 나 몰라라 무작정 탄소를 배출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타격을 주는 ‘연대 행동’이 지금 필요하다. 탄소 저감 활동, ESG 경영에 무신경한 기업에 전화나 SNS채널 등으로 항의하고, 불매운동에 나서자. 반기후위기 공약은 투표로 심판하자. 변하지 않으면 퇴출된다는 사실을 기업인과 정치인이 깨닫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함께 연대하며 행동해야 우리 아들딸이 살아남는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9051534001
악천후에 사지 내몰리는 라이더들에게 필요한 기후정의 (경향, 김기범 기자, 2024.09.05 15:34)
“폭우나 폭설이 내리는 날 라이더들은 평소보다 더 많이 사지로 나가게 됩니다. 불안정 노동을 하면서 수입이 들쑥날쑥한 입장에서 ‘기상할증’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이죠. 라이더들이 몇 푼 할증요금 대신 안전을 택할 수 있도록 ‘기후실업급여’가 필요합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김지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사무국장은 “불안정·야외노동을 하는 이들이야말로 ‘기후정의’가 필요한 이들”이라면서 “현재도 기후위기는 배달 노동자들을 포함한 불안정 야외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후위기가) 더욱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양한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며 일명 라이더로 불리는 배달 노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일상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비나 눈이 많이 내리면 길이 미끄러워지고, 시야를 좁아지게 해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 또 폭염 시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것은 열사병 등 온열질환의 위험을 키운다.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도로 한복판에서 주변 자동차들이 내뿜는 에어컨 열기와 배기가스까지 맞닥뜨려 정신이 아찔해진 경험이 있다고 라이더들은 호소한다.
김 국장은 “특히 폭염은 라이더들을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며 “안전을 위해서는 머리 전체를 감싸는 헬멧을 쓰고, 관절마다 보호장비를 차는 것이 맞지만 무더위 때 헬멧을 쓰고 장시간 일하는 것은 그만큼 더 힘들고, 온열질환 가능성도 높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위를 견디기 힘든 나머지 자전거 헬멧처럼 가벼운 장비를 쓰는 라이더들도 있는데, 그만큼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특히 플랫폼업체들의 ‘기상할증’이 배달 노동자들을 기상 악화 시에 더 위험한 노동환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 플랫폼들은 악천후 때 라이더들에게 500~1000원 정도의 배달료를 더 많이 지급하는 등의 조건을 내거는데 수입이 일정치 못한 배달 노동자들로서는 이를 거부하기가 어렵다. 플랫폼 기업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사고 위험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아무런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국장은 “나도 2020년 장마철에 새로 산 오토바이를 타고 일하다 미끄러지면서 골절 산재를 당한 적이 있다”면서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오토바이를 타면 안 된다고 생각해야 하지만, 라이더들은 ‘이런 날 바짝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했다.
김 국장은 “기후정의 측면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목숨을 지킬 수 있도록 파라메트릭 보험(지수형 보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라메트릭 보험은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배달 노동자들에게는 폭염이나 폭우, 폭설 등 날씨 조건에 따라 지급되는 일종의 기후실업급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눈이 와서 배달이 위험해지면 배달 노동자들에게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면서 위험한 노동환경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한국의 기후가 비가 내리는 시점이나 강우량을 예측하기 어렵게 변해가는 것도 배달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요소다. 옆 동네엔 햇볕이 났는데, 이 동네는 동남아시아의 스콜 같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가 익숙해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다른 시민들에게 조금 불편한 정도라면 라이더들에게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끄러움으로 인해 목숨을 위협당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속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면서 “토요일이라 라이더들에게는 일이 많은 날이지만, 오는 7일 기후정의행진에 다른 라이더들과 동참해 불안정 야외 노동자들을 위한 기후정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9051822001
[사설] ‘탄소 중립’ 정의로운 전환에 석탄발전 노동자는 왜 빠졌나 (경향, 2024.09.05 18:22)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6년까지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58기 가운데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키로 했다. 이 계획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다. 5일 민주노총 발전비정규노조와 한국노총 한전산업개발노조의 실태조사를 보면, 한전산업개발에서 2021년부터 3년 반 사이 전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142명이 퇴사했다.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가 일했던 한국발전기술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퇴사자가 총원의 50.1%인 449명에 달했다. 석탄발전소가 지역 내 가장 큰 기업이었기에 지역경제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기후위기를 막을 산업 전환의 결과는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이어야 하는데, 전환 책임을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이 일방적으로 떠안고 있다.
이런 퇴사 러시는 정부가 2020년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위기감이 컸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이 지난해 1월 발전비정규직 2003명을 조사한 결과, 고용불안 인식은 79.2%(2022년)에 달했다. 응답자 83%는 고용보장을 책임져야 할 주체로 ‘정부’를 꼽았다. 문제는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을 공언하고도, 뒷짐 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취업 교육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발전공기업과 협력사 등에 떠넘기는 식이다. 한 하청노동자는 “여름이니 아이스크림 공장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니 어이가 없다.
국회는 지난해 10월24일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지만, 준비는 미흡하다. 발전소 노동자들을 위해 교육 지원과 일자리 소개 수준에 그치는 정도다. 소멸할 지역에 대한 방안도 없다. 노동자·지역 주민의 집단행동이 터져나올 때까지 불씨를 키우겠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발전소만 줄인다고 능사는 아니다. 노동자들조차 발전소 폐쇄에 동의하지만, 정부는 논의 구조에서 노동자들을 제외하는 ‘부정의’를 범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길에서 전환 충격을 줄이려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취업을 전제로 하지 않는 재교육 등 뻔한 정책으로는 부족하다. 7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시민들의 ‘기후행진’이 열린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이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이들의 외침을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