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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정책실험' 월 1만 원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우리는 어려울까?

새벽길 2022. 9. 19. 17:58

2022-09-17 01:05
일에서 내년에 9유로 티켓 정책실험 시즌2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봤기 때문에 시도되는 것일 터이다. 우리에겐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058543.html
인플레 시대, 독일 민심 달랜 ‘9유로 티켓’…내년 ‘시즌2’ 나올듯 (한겨레, 한주연 통신원, 2022-09-14 14:09)
대중교통 한달 무제한에 5200만장 팔려
전국 통용 49~69 유로 티켓 내년께 발매
베를린, 시 차원에서 29유로 티켓 내놔
“9유로 티켓으로 여행 다니면서 독일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다.”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에 사는 베티나는 이번 휴가 때 친구와 함께 ‘9유로(약 1만2000원) 티켓’으로 발트해와 요한 볼프강 괴테가 하이킹을 즐겼던 하르츠산에 다녀왔다. 유력 일간지 <타츠>는 9유로 티켓을 사용할 수 있었던 “2022년 여름은 유토피아였다”고 썼다. 9유로 티켓은 6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9유로짜리 티켓을 사면 티켓 구매 시점부터 한 달 동안 독일 전국 대중교통 상당수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한 달 정기권 판매 행사다. ‘이체’(ICE) 같은 고속열차 등은 이용할 수 없지만 지역 열차를 환승하면, 독일 전국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독일교통기업연합(VDV)에 따르면 3개월 동안 9유로 티켓 5200여만장이 팔렸을 만큼 호응이 폭발적이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신호등 연정’은 9유로 티켓 행사가 지난달 31일로 종료됐지만 폭발적인 호응 때문에 후속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다. 원래 이 행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내놓은 한시적 이벤트였으나, 폭발적 호응 때문에 후속 정책을 이어가자는 의견이 그동안 많았다. 독일 정부는 9유로보다는 가격이 많이 뛴 49유로에서 69유로 사이(6만8000원~9만6000원) 전국 사용 가능 월 정기권을 발매하기로 하고 세부 안을 조율 중이다. 독일 철도 요금제는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며 복잡하기로 악명이 높다. 9유로 티켓이 큰 호응을 받은 이유는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다르고 복잡했던 철도 요금제를 신경 쓰지 않고, 티켓 한장만 있으면 독일 전역을 이동할 수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6일 발표한 3차 인플레이션 부담경감 패키지에서 지역 철도를 포함한 대중교통 티켓 등에 15억유로(2조842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재무부 장관인 크리스티안 란트너는 9유로 티켓에 대해 “공짜를 좋아하는 정서”라며 비판하는 등 반대 의견도 여전하다. 란트너는 신호등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보수적 성향의 정당 자유민주당의 대표다. 또한, 대중교통이 열악한 시골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혜택을 받기 힘들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다.
후속 정책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중 교통 이용 활성화로 인한 탄소 배출 저감 효과와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 등을 이유로 든다. 독일교통기업연합(VDV)은 9유로 티켓 3개월 시행 기간 동안 180만t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었다고 추정했다. <타츠>도 지금까지는 중산층이나 이용할 수 있었던 철도를 취약 계층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이동의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논평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베를린시는 9유로 티켓의 후속 방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까지 시간을 고려해, 다음달부터 12월까지 베를린 대중교통에 한해 29유로 티켓을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베를린의 경우 대중교통 연간 회원권 가격을 월단위로 나누면 1달에 대략 61유로(8만5000원)가량에서 시작한다.
 
http://www.newsway.co.kr/news/view?tp=1&ud=2022091416430139629
국회 민생특위, 대중교통비 소득공제율 40→80% 상향 논의 (뉴스웨이, 문장원 기자, 2022.09.14 16:44)
기재부·국토부로부터 서민 교통비 부담 절감 업무보고
대중교통비 '50% 환급' 부분은 두 부처 모두 난색
"재정 부담 증가, 대중교통 혼잡도 상승 문제 있어"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가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중교통비 소득공제율을 40%에서 80%까지 상향하고 소득공제 한도도 50만원 증액하는 내용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았다.
국회 민생특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제4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서민 교통비 지원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았다. 기대부에서는 방기선 제1차관이, 국토부에서 어명소 제2차관이 각각 참석했다.
방 차관은 업무보고에서 "고유가에 따른 출퇴근 교통비를 절감하고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한 예산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며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광역버스 준공영제 등 대중교통 활성화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대중교통 이용편의 증진 사업 예산도 2배 이상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년 하반기 대중교통 이용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현행 40%에서 80%로 2배 확대해 서민 중산층의 교통비 부담을 경감하고 대중교통 이용 촉진을 지원하겠다"며 "기대 효과는 대중교통에 상·하반기 각각 80만원씩을 지출할 경우에 대중교통 소득공제액이 전반기는 64만원에서 96만원으로 32만원 상향 조정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어 차관도 "대중교통비 부담 경감을 통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시내버스 도시철도 환승할인 준공영제 지원을 적극 하고 있으며 알뜰교통카드 대중교통비 소득공제를 40%까지 하고 있다"며 "교통카드 확대를 적극 추진 중에 있다. 현재 162개 시군구에서 44만명이 이용 중에 있지만 내년에는 청년 저소득층 등 대중교통 부담이 큰 계층을 대상으로 지원금액을 확대하고 2026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서민층의 대중교통비를 50% 환급하는 부분에 대해선 두 부처 모두 난색을 표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노선버스 도시철도 이용자의 대중교통비 50% 환급을 5개월간 지원하는 내용의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또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은 국토교통부 장관의 대중교통 특별할인 제도 운용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우원식 의원은 국가지자체의 교통요금 체계 개선과 재정지원 강화 책무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같은 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어 차관은 "대중교통비를 50% 환급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재정 부담이 약 3조3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개인별 혜택이 월 3만3000원으로 크지 않은 점, 또 지속 가능성이 제한적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광역버스 도시철도 혼잡도도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대중교통 요금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 2분의 1 내지 4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고 했다. 특히 어 차관은 독일은 '9유로 티켓'을 언급하며 "교통비 부담 완화 등의 효과는 있었지만, 재정 부담이 증가되고 대중교통 혼잡도가 상승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대중교통비 50% 한시적 환급에 대해 기재부도 같은 국토부와 같은 생각인가라고 묻자 방 차관은 "저희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라고 답했다. 최대 4조6000억원이 들어가는 재정 부담에 비해 실질적인 개인별 혜택은 크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은 "(대중교통비 50% 환급의) 개인별 혜택이 3만3000원으로 그리 크지 않다는 말은 소득공제율을 40%에서 80%로 인상했을 때는 어느 정도 혜택이 가는데 이 반값 혜택은 작다고 보는 건가"라며 "내년 3월 환급이 되는데 이러면 국민들이 느끼기에 조금 체감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고 물었다.
이에 방 차관은 "국민들이 사실은 소득공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이 인지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에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결국 연말정산을 할 때 정산액이 좀 더 커지면서 돌아오는 금액의 규모가 더 커진다는 걸 다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체감도 자체가 그렇게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조금 참고해야 하실 부분이 50%의 소득 환급을 할 경우에도 사실 준비 기간이 상당히 오랫동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세액공제나 소득공제식은 간접적이고 저소득층일수록 체감도가 낮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 저소득층에 직접적인 체감효과를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 환급이든 직접 할인을 하든 대중교통비 직접지원 늘리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만나서 한 긍정적인 반응에 대한 정부의 확대 조치라고 하기에는 미미하다"며 "적극적인 방안을 생각해달라"고 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고물가와 고유가의 고통이 큰 층들이 사실상 아무런 혜택을 못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에 대한 공제율을 높이는 제도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할인을 해주거나 혹은 환급해 주는 게 훨씬 더 조세 정의 차원에서도 맞는 것 아닌가 한다"며 "(환급이) 50%가 아니더라도 제가 발의한 법안의 내용처럼 어떤 층에 어느 정도 혜택이 돌아가는지와 지금 기재부의 의견대로 소득공제율을 40%에서 80%로 올릴 때 어떤 계층이 얼마만큼 혜택을 받는지를 조금 우리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대상층을 나누어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고유가 고물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우리 특위의 노력이 특정한 계층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소외계층에 대한 통계가 정확하게 추계돼야 저희가 어떤 정책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http://tbs.seoul.kr/news/newsView.do?typ_800=3&idx_800=3478357&seq_800=20471023
'유럽발 정책실험' 월 1만 원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우리는 어려울까? [모빌런들] (TBS뉴스, 이강훈 기자, 2022-09-16 18:16)
최근 독일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판매된 '월 1만 원대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9유로(한화 약 1만 2천 원)만 지불하면 한 달간 독일 전역의 버스와 지하철, 트램, 일반열차(고속열차 제외)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했습니다.
독일교통기업연합(VDV)에 따르면 3개월 간 이 티켓의 총 판매량은 약 5,200만 장으로, 이는 독일 전체 인구 8,388만 명중 62%에 달하는 규모인데요. 독일 정부는 이 티켓 판매로 대중교통 이용률이 10~15% 증가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독일의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자, 우리나라도 월 1만 원 수준의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지난 7월 24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는 9,900원에 한달 간 버스․지하철을 무제한 탈 수 있는 이용권, 가칭 ‘K-교통패스’를 시범 운영하자는 제안이 올라왔는데요. 이 제안은 오늘(16일) 오전 기준 57만6천7백여 명이 ‘좋아요’를 눌러, ‘좋아요’건수 상위 10개 제안 중 2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정부는 막대한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일찌감치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요.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4일 이 제도를 두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데 이어, 지난 14일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독일 정부가 9유로 티켓 판매를 위해 수조 원의 예산을 쓴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 차관은 "독일의 사례를 보면 3개월간 9유로 패스를 운영하면서 3조 4천억 원 정도를 쓴 것으로 나온다"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대중교통 요금이 다른 주요국 대비 1/2 내지 1/4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정부는 내년에 9유로 티켓 '시즌2'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주변 국가인 스페인 정부도 이달부터 보증금 10유로(한화 약 1만 3천원)만 내면 공공철도네트워크 '렌페' 소속 일부 열차를 무제한 탑승하고 사후 보증금을 환급받는 사실상의 무료 티켓을 판매 중입니다.
이미 국제 사회에 확산 기미가 감지되는 '월 1만 원'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 우리나라에서도 대중교통 화성화와 기후위기 대처, 고물가시대 대응을 위해 이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더욱 자세한 진단, TBS <모빌런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출연
이강훈 TBS 보도본부 기자
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거대도시 서울철도' 저자)
https://youtu.be/IaASAMZ0PK8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91909550280070
어디까지 가봤니? 독일, '9유로 티켓'의 효과 (프레시안, 송영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청년위원장 | 2022.09.19. 10:15:38)
[복지국가SOCIETY] 기후위기에 대응할 '무한 도전'이 필요하다
독일의 막바지 휴가철 풍경
8월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역은 휴가 끝자락에 기차를 타려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보통의 독일 늦여름 날씨답지 않게 후덥지근했다. 몇 년 만에 방문한 곳이지만 에어컨 안 나오는 것은 여전했다. 업무로 인해 출장 형식으로 오랜만에 다시 온 독일은 그래도 친숙하게 느껴졌다.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왜인지 반갑기까지 했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 고속열차(ICE) 표를 구매하여 기차를 기다리는데 여지없이 안내방송이 나온다. 10분 정도 기차가 연착하니 양해해달라는 내용이다. '그래, 10분 정도야 뭐 기다릴 수 있지. 종종 있던 일이니까.' 플랫폼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드디어 타야 할 기차가 도착하고, 무거운 짐들을 내리고 올리는 승객들과 함께 열차의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다행히 테이블이 있는 좌석이 비어있어 앉았다. 기차는 다음 역에 도착할 때마다 연착 시간이 늘어갔다. 승객들이 많아지다 보니 출발시간이 지연되는 것이었다. 
1시간을 달려 쾰른에 도착했을 때는 예정 시각보다 무려 30여 분이 늦어진 상태였다. 축구 경기가 있었는지 유난히 사람들이 열차에 많이 들어왔다. 필자가 앉은 옆과 앞 빈자리에 경기의 열기를 아직 식히지 못한 세 명의 남성 축구 팬들이 착석했다. 세 명 모두 미처 표를 사지 못했는지 스마트폰으로(독일을 떠난 사이 열차 안에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좌석표를 구매하면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9유로 티켓은 장거리 열차에는 해당 안 되는 거지?" 
"내 아내는 친구들이랑 9유로 티켓으로 멀리 여행 다녀오던데!" 
"아니, 멀리 갈 수는 있는데 몇 번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거야." 
"그럼, 우리가 탄 이 고속열차 티켓은 따로 사야 하는 거잖아." 
"아까 안내방송에서도 뭐라고 계속 말해주던데." 
한국에서 듣던 대로 '9유로 티켓'은 화제였다. 출장을 나오기 전 지인으로부터 듣게 된 이 티켓의 존재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시외교통은 말할 것도 없고(참고로, 필자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역에서 직접 구매한 2시간 거리 편도 기차표 가격은 101유로(한화 약 13만 원)였다) 시내 교통비도 비싼 독일에서 한 달에 9유로만 지불하면, 장거리를 연결하는 고속열차를 제외하고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소식은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도대체 독일은 왜 이런 정책을 실행한 것일까? 
어서 와, 9유로 티켓은 처음이지?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총 3개월 동안 독일은 매달 유효한 교통 티켓을 판매하는 특별 정책을 시행했다. 가격은 9유로, 한화로 약 1만2000원이다. 독일 전역에서 운행되는 시내 및 근거리 버스와 기차에 적용되는 티켓이다. 한국의 코레일에 해당하는 도이체반(Deutsche Bahn AG)의 장거리 고속열차(ICE, IC, EC 기차) 및 장거리 버스는 제외되었다.
보통 시내에서 버스, 지하철, 트램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세 정거장 정도의 거리에 해당하는 교통비는 대략 2유로 내외(지역, 도시마다 상이함)다. 말하자면 한 정거장이라도 이동하게 되면 한화로 2500원 정도는 지불하는 것이다. 한국의 시내 교통비와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그래서 보통 학생, 노인, 장애인을 제외(학생증 등 해당 증명서로 할인가격으로 제공)한 독일 성인들은 정기권을 구매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이마저도 가격이 매달 최소 약 8만 원(구간별로 가격 상이함) 정도로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전거로 출퇴근 또는 등하교를 하거나 심지어 걷는 것이 익숙해진 곳이 바로 독일이다. 

▲독일 9유로 티켓 : 직접 구매한 8월분 티켓. ⓒ송영신
9유로 티켓은 독일 연방 정부의 연정위원회가 2022년 3월 23일 합의한 '에너지 완화 패키지' 계획의 일환으로서 전기, 식품, 난방 및 이동 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시민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정책이다. 또한, 시민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게끔 유도해 기후 친화적이면서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계획이다. 독일 역시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해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겪는 가운데 설상가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에너지 수급 문제와 관련한 고민이 상당히 깊었을 것이다. 9유로 티켓은 이런 영향의 결과가 고스란히 국민,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독일 정부가 시행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재정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연방정부는 '근거리 대중교통의 지역화 법률(Regionalisierungsgesetz: RegG)'에 따라 재정을 집행했는데, 이 지역화 기금이 증가함에 따라 9유로 티켓을 모든 주에서 시행하도록 했다. 3개월 동안 이 티켓을 위한 총 자금 합계는 25억 유로(한화 약 3조4000억)였다. 에너지 완화 패키지에는 티켓 외에도 운송회사들이 직접 받을 수 있는 혜택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연료에 대한 에너지 세금의 일시적 감면과 '신재생에너지법(EEG)'에 따른 할증요금 조기 중단조치가 포함되었다. 
9유로 티켓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렇다면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시행된 9유로 티켓의 결과는 어떠할까? 독일운송회사협회(Verband Deutscher Verkehrsunternehmen: VDV)는 9유로 티켓이 현재까지(9월 1일 기준) 5200만 회 판매되었다고 발표했다. (필자도 8월분 티켓을 구매하였기에 이 결과에 기여한 셈이다.) 또한, 3개월분 티켓을 한 번에 구매한 고객도 약 1000만 명에 달했다. 독일운송회사협회(VDV)는 티켓 이용에 대한 시장조사(6월~8월까지 14세 이상 매주 6000명 온라인 인터뷰, 총 7만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를 수행하여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 대중교통 이용률 증가 
● 9유로 티켓 사용자의 17%가 8월에 자동차 또는 자전거 등에서 대중교통으로 전환
● 9유로 티켓 구매자의 10%가 매일 최소 1회의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을 포기 
▶ 대중교통 이용 신규 고객 증가 
● 9유로 티켓 구매자 중 5명 중 1명은 이전에 한 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신규 고객
● 구매자의 27%는 이전에 대중교통을 한 달에 한 번 미만 이용했던 고객 
▶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 이용 선호 
● 9유로 티켓을 구매하는 이유가 자동차 이용을 피하기 위함(41%에서 43%까지 증가) - 티켓 활용도가 높은 사용자 및 신규 고객의 두 번째 중요한 구매 이유 
▶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이용 만족도 
● 9유로 티켓 사용자의 88%가 최소한 ‘만족’, 5명 중 1명은 ‘매우 만족’으로 응답 – 모든 사용자가 만족하고 있음 
▶ 9유로 티켓으로 추정되는 기후에 미치는 영향 
(배출량 산정을 위한 TREMOD 모델과 전국 시장조사 근거로 한 추정치) 
● 월 10억 회 이동 
● 구매자 중 자동차에서 대중교통으로 전환된 비율: 10% 
● 월 평균 온실가스(CO2 환산) 절감: 월 약 60만 톤의 CO2 절감 
● 최대 온실가스(CO2 환산) 절감(일반 대중교통 이용 건은 고려하지 않음): 캠페인 기간 동안(3개월) 약 180만 톤의 CO2 절감 
무모한 도전? 무한도전! 
독일은 지난 여름 용감한 실험에 도전했다. 독일의 6월부터 8월은 휴가철로, 교통이동이 가장 많은 기간이다. 이 시기에 도로에 수많은 자동차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 뻔했다. 독일 정부는 이로 인해 환경에 미칠 영향을 미리 상정하고 이 같은 정책을 실행했을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으로 인한 유가상승에 대한 부담 역시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이 실험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가치 있는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늘 민감하게, 선제적으로 반응하는 독일에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북극의 사라지는 빙하, 유럽의 가뭄, 아시아의 대홍수, 미주대륙의 폭염이 더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전적인 정책 실험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기후변화로 파급되는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국민의 삶을 돌아볼 민생안정의 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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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일이송, 9월 3일 오후 12:11 
독일의 9유로 실험이 끝났다. 
탄소를 절감하고 물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3달간 기차와 트램 등 모든 대중교통을 단돈 월 9유로로 이용할 수 있게 했더랬다. 결과는 어떨까?
일단 180만톤의 탄소가 절감됐다. 독일 정부에 따르면, 이는 35만 가정이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전체 이용자 중 1/5가 평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신규 유입이 이뤄진 것이다. 또 이 기간 동안 독일의 대기질은 6% 향상됐다. 아울러 시민들의 생활비를 절감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었다. 
시민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3달간의 이 한시적 실험이 끝난 건 재정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돈이 없다는 건 정부의 핑계, 환경 오염에 관련된 정부 보조금 지출만 줄여도 충분한다는 게 독일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한편, 스페인이 이 실험의 바톤을 이어 받았다. 스페인은 지금부터 연말까지 300㎞ 이내를 오가는 이용객에게는 무료 티켓을 제공한다. 보증금 제도를 이용한 무상화 정책. 여행객에게도 해당된다. 생활비 절감과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서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정부 인터넷이 다운될 정도로 사람들이 쇄도했다. 특히 고물가로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층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평가다. 
독일과 스페인만 이 같은 대중교통 실험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미 오스트리아에서는 '기후 티켓'이란 이름의 대중교통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연간 1,095유로, 하루로 치면 3유로. 이 경비로 오스트리아에 있는 모든 대중교통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자동차 주행거리를 줄이는 대신, 대중교통의 비중을 40%까지 늘이고, 자전거 주행을 2배 더 확장하는 게 목표다. 
누누히 말하지만, 교통 부문에서 유의미한 탄소 절감을 하려면 '전기자동차'가 아니라 '대중교통 강화'다. 또한 대중교통 강화는 곧 공공성의 강화이며 이는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다. 가장 좋은 기후 대응은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다. 룩셈부르크도 무상 대중교통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 프랑스의 덩케르트, 미국의 보스턴 등 대중교통의 무상화 실험이 기후위기와 불평등 시대를 횡단하며 계속 발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서비스의 질과 네트워크다. 독일의 경우 이번 9유로 실험에 대한 시민들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기차 운행 횟수가 밀려드는 승객들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자전거와의 연계 시스템이 불충분하다는 게 드러났다. 
특히 룩셈부르크의 실험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동차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이겠다는 애초의 목표에 근접하지 못하자, 대중교통에 대한 인센티브보다 자동차 이용에 대한 패널티로 정책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횡행했다. 하지만 룩셈부르크의 경우, 비싼 부동산과 주거환경도 문제지만, 대중교통의 질이 좋지 않아 시민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간적 사유가 아니라, 하나의 수단이나 기술이 세상의 구원을 가져올 거라는 단순한 믿음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해법은 간단하다.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강화하고, 교통의 공공성을 확장하며, 도시 공간을 그에 맞춰 점차 재설계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덩케르트'의 실험이 나름 괜찮은 본보기가 될 듯 싶다. 2018년부터 100% 무상화를 시작했다. 승객 수가 급증했다. 주중에는 70%, 주말에는 140%가 늘었다. 버스는 10분마다 출발하고, 노선은 더 늘어났고, 더 많은 버스전용 차로를 깔았다. 버스 이용객이 늘자 외부에서 도시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늘어 도시 중앙 상가가 전보다 더 활성화됐다. 이게 안착되자 사람들은 자동차를 집에 놓고 출근하거나 아예 팔아버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단다. 
한국의 경우 화성시에서 23세 이하와 65세 이상에게 무상화를 시행하고 있는데,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외려 가장 활발히 외부 활동과 노동을 하는 30~50대에게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공공지출도 줄이고 부자나 감세하고 앉았는 윤석열 정부 하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남우새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ktx를 예약하다가 문뜩 이런저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