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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사태의 경제적 비용 관련 글

새벽길 2025. 5. 7. 02:18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50900031
경제도 민주주의도 후퇴, 후퇴…내란 100여 일, 길고 무거운 청구서가 날아왔다 (주간경향, 박송이 기자, 2025.03.15 09:00)
자영업자에겐 통상 ‘연말 특수’가 있다. ‘연말 특수’는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이후 몇 달간의 비수기를 버틸 수 있는 재정 기반이 된다. 하지만 지난 연말은 자영업자들에게 최악의 시기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570만명대를 유지하던 자영업자 수는 올 1월 550만명으로 주저앉았다. 단 두 달간 20만명이 감소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자영업은 통상적으로 폐업과 신규 유입이 병행되기에 이 같은 급격한 감소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현상’으로 소비 위축이 심화된 상태에서, 지난 연말 비상계엄 사태까지 터지다 보니 소비가 더욱 둔화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3월 12일은 12·3 비상계엄 이후 100일째 되는 날이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가져온 경제적 파장은 일반 국민의 삶 속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되고 있다. 서울 시내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시동씨는 “작년 12월은 연말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장사가 안됐다. 지금 대학이 개강했는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20년 넘게 장사한 이웃 사장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하더라”며 “자영업 매출은 사회 분위기를 따라간다. 분위기가 경직되면 매출도 다운된다. 그나마 조금씩 나아졌는데 정치적 혼란이 또 소용돌이치면서 자영업자를 희생양으로 만들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계엄 직후인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로 발생한 경제적 대가는 5100만 한국 국민이 나눠서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상계엄은 단순한 경제적 충격을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 국제 위상의 추락, 사회 분열의 심화 등 여러 분야에서 복합적인 비용을 초래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100일간 한국사회가 치른 대가를 경제·정치·국제·사회 갈등의 측면에서 짚어본다.
■경제성장률에 드리운 계엄의 그림자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는 인구구조 변화, 가계부채 증가, 소비자 물가 상승 등 구조적 문제 위에, 미·중 무역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경제 성장 둔화 압력은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낮췄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1.6%로 하향 조정하며 1%대 초반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성장 둔화가 단순한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장기화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1년 발간한 보고서 ‘사회적 불안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The Macroeconomic Impact of Social Unrest)’에 따르면 사회적 불안이 발생할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세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보고서는 RSUI라는 사회적 불안지수가 1만큼 높아질 때마다 GDP 성장률은 6분기 이후까지 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한 필리핀은 마르코스 정권이 물러날 때까지 14년 동안 1인당 GDP가 1430달러에서 1570달러로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태국 역시 2006년,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며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한국 경제 역시 내재된 구조적 취약성에, 정치 리더십 붕괴로 인한 불안정성까지 겹쳐 장기적 성장 동력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다. 국내 경기도 위축돼 있는데 계엄으로 국가 리더십까지 흔들리니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나락으로 빠져들어 가는 길목에 있다”라고 말했다.

■얼어붙은 경제심리, 멈춰선 사회적 대화
정치적 불안은 외국 자본 유출, 기업 투자 지연, 소비자 심리 위축을 초래한다. 12·3 비상계엄 직후 외국인 투자 심리는 급격히 냉각됐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12월 9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360까지 하락했다. 원화 가치는 15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27일 1달러당 1487원까지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비심리 역시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 이후 최대 폭인 12.8포인트 하락해 88.4를 기록했다. 지난 1~2월(95.2) 반등했지만, 여전히 계엄 전인 11월(100.7)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해 팬데믹 때인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 11월 91.9이었던 12월 CBSI는 87.3으로 떨어졌다. 1월(85.9), 2월(85.3) 연속 하락하며 기업 체감경기가 얼어붙어 있음을 보여줬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매출 감소가 일상화될 정도로 체감 경기가 빠르게 나빠졌다. 계엄 직후인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소상공인 연합회가 실시한 소상공인 경기 전망 긴급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4%가 매출 감소를 호소했으며, 그중 50% 이상 감소한 경우가 36%에 달했다.
이처럼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고령화, 노동시장 구조 변화, 인구 절벽 등 한국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및 주요 정부위원회의 활동이 멈추면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일·생활 균형’, ‘인구구조 변화 대응과 계속고용’ 등 시급한 핵심의제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이는 계엄으로 민주적 거버넌스가 무너져 토론과 합의 과정이 정지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주의 지수 32위로 추락…공고화에 균열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12·3 비상계엄은 그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헌정질서를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학자는 “행정부가 군·경찰력을 이용해 입법부를 장악하려 했다는 점에서 2016년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후퇴는 국제 지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EIU)이 지난달 발표한 민주주의지수 2024(Democracy Index 2024)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10계단 하락한 32위를 기록,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강등됐다. 권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엄을 “민주주의 퇴행이 아닌 민주주의 전복 시도”로 규정했다. 민주주의 퇴행이 행정부의 권력 증대, 야당 괴롭히기, 선거 방해 등 합법적으로 선출된 현직자가 민주주의 규범과 가치를 점진적으로 잠식하는 현상이라면 12·3 비상계엄은 이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공고화’가 균열을 맞았다고 분석한다. 그는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려면, 정치 엘리트들이 민주적 수단 이외의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하며, 국민 대다수가 민주주의보다 나은 대안은 없다고 확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와 계엄 이후 윤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진행되고 있는 극우 정치세력화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훼손했다.
민주주의가 흔들리면 그 영향은 단순히 정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의 신뢰도와 안정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민주주의 체제가 견고할수록 국가의 신인도가 높아지고,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용이해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2023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 ‘민주주의 후퇴가 초래하는 금융 및 경제적 위험(The Financial and Economic Dangers of Democratic Backsliding)’에 따르면, 민주주의 수준이 높은 국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글로벌 금융 환경이 긴축될수록 이러한 ‘민주주의의 이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긴축 환경에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위험 관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민주주의 수준이 낮은 국가의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위기와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의 장기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프트파워 1위 국가의 추락, 대미·대중 관계 부담
12·3 비상계엄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IMF 보고서에서 소프트파워가 가장 높은 나라로 평가됐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력과 문화적 성취, 민주주의의 안정이 결합한 성공 스토리가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이끌었다”고 설명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계엄 시도는 한국 정치의 취약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면서 소프트파워에 대한 국제적 평가를 크게 실추시켰다”고 했다.
계엄 직후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이 잡혀 있던 스웨덴 총리가 방한 일정을 전격 취소하는 등 ‘코리아 패싱’이 이어졌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시점에 한국은 내부 혼란 속에서 효과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정치 논리에 따라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양시키고, 이를 정파적 충성의 잣대로 활용하는 상황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중국을 거론하며 반중 정서를 보수층 결집의 매개체로 활용했다”며 “이런 행보가 미래에 부담으로 작용해 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 경우 향후 한·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악의 사회갈등, 배제와 분열로 치닫나
윤석열 계엄의 가장 큰 문제는 법적·절차적 논란을 넘어 한국사회의 이념 갈등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에도 불법성을 인정하기보다 극우 성향 지지층에 기대는 발언을 이어갔고, 사회적 불신과 증오는 그만큼 더 깊어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월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이 체감한 사회갈등지수는 4점 만점에 3.04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사는 계엄령 선포 이전인 지난해 6~9월에 실시됐는데, 계엄 이전부터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이 3.52점으로 가장 심각하게 인식됐다.
이 같은 갈등은 12·3 비상계엄과 이어진 윤 대통령 탄핵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최고조에 이르렀다. 계엄 이후인 지난 연말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한국사회의 이념 갈등이 매우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3.7%에 달했다. 이는 해당 기관이 2008년 이후 17년간 진행한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때보다 높았다.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면서 국민이 상대 진영을 바라보는 감정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025년 1월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상대 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분노보다 역겨움을 느끼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심리학적으로 ‘역겨움’은 대상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감정이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이 확산할수록 사회 갈등은 타협보다는 배제와 분열로 치닫게 된다. 하 교수는 “이제는 서로에게 화를 내는 상황조차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화라는 감정은 상대에게 기대하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 때 나타난다. 또한 내가 화를 내더라도 상대가 나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오히려 서로에 대한 ‘역겨움’을 ‘분노’로 전환하는 정도라도 돼야 관계 개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점점 더 상대방이 사라지면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이후 사회적 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까. 정치적 긴장과 사회적 진통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현재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결집했고 중도층은 탄핵에 무게를 두는 상황이라 헌법재판소 결정에 각 진영이 순순히 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탄핵이 인용돼 차기 대선이 진행될 경우 대선 과정에서의 충돌이 심화하고, 심지어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 문제로까지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갈등을 완화할 희망적 요소는 찾기 쉽지 않다. 정 원장은 “기대 요인은 탄핵이 인용됐을 경우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보였던 태도와는 다르게 중도층을 향한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는 등 자기반성을 한다면 갈등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극우와 거리를 두고 윤 대통령과 단절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은 중도층 표심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인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리더가 없어 보인다. 중도층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요구와 자기의 지지 기반에서 강력히 탄핵에 저항하는 상반된 흐름을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길고 무거운 청구서와 불투명한 해법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00일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위법적 권력 남용으로 인한 복합적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경제는 위축됐고, 국제적 위상은 흔들렸으며, 민주주의 지수는 하락했다. 국민 사이의 이념 갈등도 극단으로 치달아 사회 통합이 위기에 놓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혼란을 넘어 국가 전체에 장기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기업과 자영업자는 얼어붙은 시장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고, 국민은 정치 불안과 갈등으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향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탄핵 절차와 차기 대선 국면에서 갈등이 더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이후의 후폭풍이 얼마나 오래갈지, 헌정질서 회복과 시민 갈등 완화를 위해 정당·시민사회가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할지가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국민의 손에는 길고 무거운 청구서가 남아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012059015
[경제직필] 늑장 탄핵 선고의 값비싼 대가 (경향,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2025.04.01 20:59)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변론 종결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결론 없이 이어지자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웠다. 헌법재판소가 4월4일을 선고일로 예고하며 정치적 리스크는 일단 기한을 갖게 됐지만, 시장은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치 갈등이 아니라, 구조적 경제 충격을 유발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고 있다.
3월31일 기준, 코스피는 급락하며 2481선으로 내려앉았고, 코스닥은 690선까지 밀려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발표로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각각 4.0%, 3.2%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시장을 더욱 압박한 것은 ‘탄핵 판결 지연’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었다. 여기에 공매도 전면 재개와 상호관세 발효 같은 외부 변수까지 겹치며 투자심리는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외환시장도 민감하게 반응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5원까지 치솟았다가 1472원에 마감했다. 씨티그룹은 탄핵이 인용될 경우 3개월 내 환율이 1450원대로, 6~12개월 내에는 1435원대까지 안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 시장은 방향이 아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결론이 미뤄질수록 불확실성 프리미엄은 커지고, 한국 경제의 위험도는 상승한다.
채권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토지허가제 정책 발표, 철회 혼선과 함께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주 대비 5bp(1bp=0.01%포인트) 오른 2.637%로 마감됐다. 기업과 가계의 자금 부담은 늘어나고,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 우려스러운 신호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다. 한국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이 지표는 다시 오르고 있다. 아직 신용등급 하향은 없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미 한국의 정치·경제적 불안 요소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1.8%에서 1.4%로, S&P는 2.0%에서 1.2%로, 골드만삭스는 1.8%에서 1.5%로 낮췄다.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수출은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금리 인하 여력이 좁아진 상황에서, 지금은 재정이 나서야 할 시점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필자는 올해 초부터 25조원 규모의 추경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지난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된 예비비·국채이자 복원 2조9000억원, 경기하락 대응 12조9000억원, 세수 결손에 따른 세입경정 10조원 등을 종합한 수치다. 다행히 여야 정치권도 최근 그 필요성에 공감하며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기재부는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3월30일에야 발표하며 늑장 대응을 보였다. 추경 규모는 턱없이 부족했다. 시장이 정부의 결단을 기다리는 동안, 기재부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기재부의 태도다. ‘국회가 논의하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정책 결정 주체의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다. 위기를 인식하고도 행동하지 않는 것은 무대응보다 더 나쁘다. 침묵하는 재정은 위기의 공범이 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을 흔드는 시기엔 재정의 기민한 대응이 필수다.
그사이 서민과 소상공인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는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자영업자 전체로 보면 금융권 연체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수수료 부담까지 겹치며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실물경제의 최전선에서 버티던 이들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다다르고 있다. 봄은 달력 위에만 와 있을 뿐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지금 한국 경제는 여전히 긴 겨울 속에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시장의 신뢰를 흔들고, 기재부의 소극적 대응은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이제 결단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는 4월4일 ‘12·3 내란’이라 불리는 사안에 대해 신속·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군을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한 반헌법적 시도에 대한 법적 판단만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다. 기재부가 더는 머뭇거려선 안 된다. 정부 재정은 위기 때 쓰기 위해 존재한다. 지금이 그때다. 추경 규모를 다시 설정하고, 속도감 있게 실행해야 한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그 대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703679_28993.html
[스트레이트]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파면된 자가 남긴 청구서 (MBC, 2025-04-06 21:17)
■ 막대한 청구서
전국에 '갑호비상'이 발령되고 헌법재판소와 국회, 한남동 관저 주변엔 수천 명의 경찰력이 배치된 긴장 상태. 낙담한 탄핵 반대 집회는 금방 마무리됐습니다.
[전광훈/목사 (유튜브 '전광훈TV', 4월 4일)]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어떻게 전원일치가 되냐고 <일단 목사님, 행사 종료 선언을 하고요.>"
그렇지만 광장에 남은 흔적은 뚜렷했습니다. 친위 쿠데타를 합리화하는 궤변은 내란 사태를 정치적 찬-반 문제로 변질시켰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헌법재판소 앞, 4월 4일)] "하나님, 어떻게 해요. 아버지‥ 왜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요, 주님."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헌법재판소 앞, 4월 4일)] "자유대한민국을 빨갱이 나라로 만들고 있는 거야, 이 XXX들아!"
권력을 등에 업은 극단 세력들은 부정선거, 선관위 중국 간첩 등 근거 없는 음모론과 혐오를 확산시켰습니다.
[유튜브 '성령과부흥BRCMtv' (호남권 대학연합 탄핵 반대 시국선언, 3월 7일)
"빨갱이래요. 빨갱이래요"
[이화여대 탄핵 반대 집회 (2월 26일)] "저 계단에 있는 중국 X들을 한번 보고 야유를 한번 보내줍시다. 차이나 아웃!"
극심한 갈등은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관저가 멀지 않은 서울 한남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영배 씨. 지난 1월, 가게 주변에서 탄핵 찬성 1인 시위를 하던 노인이 탄핵 반대 세력에 둘러싸여 괴롭힘을 당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윤영배/식당 운영] "(노인을) 대피를 시키기 위해서 제가 이제 들어갔는데, 한 30명 넘으신 분들이 이제 어디서 셀 수도 없이 많은…하도 욕을 하면서 옷을 잡아당기고 그래서 저도 이제 화가 나니까 저도 이제 똑같이 대응해가지고 욕설을 했고 제 옷과 잠바 그다음에 멱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잡혔죠. 제 옷도 다 찢어지고 잠바도 다 찢어지고"
이 장면을 촬영한 극우 유튜버는 윤 씨를 '빨갱이 패륜아'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유튜브 '구국채널' (1월 2일)]
"야 이 새끼야"
"여러분, 빨갱이 온 거 보이죠?"
"야, 이 자식아, 어른들한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윤영배/식당 운영] "제가 폭행당하는 장면은 전부 삭제해서 의도적으로 손가락으로 가리셨더라고요. 정말 어르신들한테 욕을 하는 사람으로만 보이게끔. 물론 뭐 저도 욕을 한 거에 대해서는 죄송하고"
식당 이름과 주소가 공유되면서, 비난 전화에 시달리다가 윤 씨는 결국 아예 식당 문을 닫았습니다. 
[윤영배/식당 운영] "제가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 간 것뿐인데 전화가 200통이 넘어가니까 새벽 5시, 6시까지 계속 전화가 오거든요. 그리고 나서 저희 가게를 예약할 수 있는 온라인의 모든 통로를 통해서 허위 예약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생계가 솔직히 어떻게 보면 이게 주 수입원이었는데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죠."
[배병인/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 사회가 그런 억지나 궤변들을 정화할 수 있는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지금 비상계엄이나 내란 사태를 거치면서는 우리 사회의 자정 능력 자체가 지금 사실상 잠깐이지만 중단된 상태라고 생각이 들고요."
악영향은 거시적인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이미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소매판매액지수는 하락했습니다. 역대 최장기간입니다.
금융 시장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 왔습니다. 지난 화요일.
[한덕수/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 (제14회 국무회의, 4월 1일)] "현실에서 어떤 의사 결정이 총주주 또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한덕수 권한 대행이 상법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약 한 시간 뒤, 탄핵심판 선고일이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엔 지수가 상승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1,200~1,300원대였던 환율은 12.3 계엄 사태 이후 1,470원대를 찍기도 했습니다. IMF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1월 16일)] "계엄이나 이런 정치적인 이유로는 한 30원 정도 올라간 거고, 그게 이제 저희 펀더멘탈(경제기초)에 비해서 많이 올라간 측면이고‥"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엄 찬/중소기업 이사] "저희는 침구 제조 기업인데요. 그 원단하고 솜이 다 환율 그다음에 석유 가격 이런 거랑 다 민감하게 연동이 되는 부분이거든요. 환율이 올라가고 그러면서 원자재 값이 올라가는데 저희는 그만큼 그 모든 부분 원가 상승분을 완제품에 적용하기가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원가 대비 출고가가 압박이 심한 편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통보했습니다.
[류덕현/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어두운 긴 터널에 초입에 있다. 이제 막 들어가려고 하는 터널 길이가 얼마나 길지는 모릅니다.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초에 당선이 되고 나서 그 중요한 시간이 있었죠. 그리고 실제로 취임은 (올해) 2월에 했기 때문에 그 준비하는 2개월 동안 우리가 한 걸 생각해 보시면 '비상계엄'을 했습니다. 우리는 리더십이 사실은 없는 상태예요."
나라 살림은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온 지 오래입니다. 세금을 깎아야 투자가 살고 경제가 산다며 감세 정책은 계속 내놨습니다.
[추경호/당시 경제부총리 (경제정책 방향 브리핑, 2022년 6월 16일)]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하면 결국 이것이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법인세 과세 표준 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내렸고, 종합부동산세는 기본세율 적용 대상을 2주택 이하로 확대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도 폐지했습니다. '부자감세', '재정 악화'라는 비판은 웃어넘겼습니다.
[윤석열/당시 대통령 (출근길 문답, 2022년 6월 17일)] "(감세) 그럼 하지 말까?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시장 메커니즘(구조)이 역동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또, 중산층과 서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우려대로 세수에 펑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에는 예측했던 것보다 무려 56조 원의 세금이 덜 걷혔고, 지난해에는 31조 원(30조 8천억)이 모자랐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으로 예산을 편성했을 때 국세 수입 규모는 396조 원.
그런데 지난해 말 걷힌 세금은 336조 5천억 원으로 2년 만에 15% 줄었습니다. 외환 위기(-3.0%), 금융 위기(-2.8%), 코로나19 위기 (-2.7%) 때보다 감소 폭이 도드라집니다.
박근혜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21조 8천억 원의 세금이 늘어나는 장부를,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 6조 8천억 원의 세금이 늘어나는 장부를 넘겨줬지만, 윤석열 정부는 다음 정부에 무려 100조 원의 '세수 마이너스 청구서'를 넘겨주게 됐다는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역사상 2년간 세수를 마이너스 15% 줄였던 정부는 존재하지 않고요. '차기 정부 5년간 100조 원 정도로 세수가 감소된다'. 국가의 지출 규모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세금을 감세한 것만큼 더 내야 될 수밖에 없어요. 그 누군가가 우리 후손일 수도 있고 다른 근로소득자일 수도 있는 거죠."
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계엄은 찬물을 부었습니다. 비상계엄 직후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윤 전 대통령을 "GDP 킬러"라고 평가하면서 "한국 국민들이 대가를 오랜 기간 할부로 갚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무려 0.4%P나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국의 명목 GDP는 연간 약 2,500조 원. 대략 10조 원이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겪었던 정부는 물론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도 낮습니다.
[류덕현/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사랑하는 사람들하고 따뜻한 곳에서 밥 한 끼 편안하게 먹는 것이 꿈이다' 이런 것이 우리가 사실 필수적으로 누려야 될 어떤 것인데 지금 필수적인 것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은 굉장히 불행한 일이죠. 어떤 '리더들의 철학, 그다음에 도덕성, 그다음에 비전(미래전망), 이게 뭐냐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우리 국민들은 한다'라고 생각이 들고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그 자리엔 민주주의와 법치 훼손, 극심한 사회 갈등이라는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청구서는 물론 경제 파탄이라는 거액의 청구서도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 청구서들은 이번에도 국민들의 몫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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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7 15:36
단 12.3 내란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윤석열 파면, 구속으로 하루속히 종결되어야 하지만, 불법계엄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니, 이에 따른 비용이 엄청나다. 포브스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을 '대한민국 국내총생산 킬러'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알만 하지 않은가. 하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경제 운운하면서 정치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조치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듯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7일 “오직 국민과 역사의 평가만 두려워하며, 국가를 위해 제대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만이 공직자로서 저희들의 도리”라고 밝혔다. “국정의 조기 안정과 민생경제의 회복을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한다면,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도록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해야 할 게 아닌가? 경제가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닐테고, 무슨 생각인지... 관료란 어쩔 수 없는 건가. 
 
https://view.asiae.co.kr/article/2024120620375533530
"월급이 줄었다" 결국 국민이 지불한 '계엄비용'…경제적 손해도 천문학적 (아시아경제, 박소연 오유교 김대현 기자, 2024.12.09 06:40)
해외 주재원 월급줄고, '기러기 엄빠'들 등골휘어
한국 기업과 거래에는 '리스크 프리미엄' 추가비용 붙어
연말 성수기에 침통한 나라 분위기 자영업자들 '울상'
# "월급이 줄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주재원 가족으로 현지에서 생활 중인 김씨(38)는 "대통령이 비상계엄 발표하고 딱 1시간30분 만에 원·즈워티(폴란드 통화) 환율이 2.5%나 튀었다"며 "원화로 월급을 받아서 현지 통화로 바꿔 쓰고 있는데 전 직원이 침통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엔 포스코와 LG에너지솔루션, LS전선 등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회사마다 월급 지급 방식이 다른데, 한국 돈으로 받아 즈워티로 바꿔 생활해야 하는 가족들은 환율 상승분만큼 월급이 줄었다. 즈워티로 월급을 받는 주재원들도 매달 특정일의 원화 가치를 기준으로 월급을 산정하는 구조라 어떤 경우든 손해가 발생한다. 그는 "회사에서 한창 일하고 있는데 폴란드 사람들이 뉴스를 보고 먼저 알려줬다"며 "월급도 월급이지만, 외국에 나와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자긍심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이미지가 나빠진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시장 대혼란‥코스피 시총 사흘간 58조 증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치적 대혼란이 장기화하면서 환율, 증시 등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가 천문학적금액으로 늘어나고 있다. 위태로운 국내 정치 상황으로 해외 거래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국가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었다. 파생상품 손실부터 자영업 침체 등 전방위 피해가 관측된다. 대통령의 반헌법적 계엄선포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국민들이 대신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종가기준 코스피 지수는 2428.16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있기 전인 3일 종가(2500.10) 대비 71.94포인트(2.87%) 하락했다. 3일 코스피 시가총액 2046조2610억원에서 6일 1988조5100억원으로 떨어지며 사흘 새 약 58조원이 증발했다.
국내 가상자산시장도 큰 혼란을 겪었다. 그동안 1억3000만원 선을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계엄 선포 이후 1시간도 되지 않아 국내 거래소에서만 8000만원대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계엄 쇼크'로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일부 거래소에서 이용자 접속이 막히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폭락 장에서 투자자가 무더기로 애플리케이션(앱) 접속을 시도하자 거래소 시스템이 마비돼 업비트와 빗썸 등의 앱 접속이 한두 시간 지연됐다. 다행스럽게도 코인 가격이 다시 오르고 시장이 안정화했지만, 매도 실패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커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산업·금융계 경기침체에 '환율방어·정치파업' 비용 더해져 곡소리
정국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6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142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대형항공사는 항공기의 절반을,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기 대부분을 임차해서 운영하기에 대규모 리스비가 발생한다. 여기에 매출 원가의 30%가량을 연료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 비용을 모두 달러로 지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고정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수출 위주의 산업은 환율이 오르면 매출이 증가하지만 원자재 구입, 해외 설비투자 비용 역시 늘어나 중장기적으로는 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조원 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로서는 환율 상승에 따라 투자 비용 지출이 급증할 수 있다. 업종에 따라 달러로 원자재를 수입해 엔화와 위안화, 유로 등 다른 통화로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환율 변동성에 더욱 심하게 노출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출 중심인 우리 기업들의 경우 환율이 적당히, 그리고 완만히 오르면 수출개선 효과가 나타나지만, 현재 환율 상황은 너무 급변동하고 예측 불허의 방향성을 보인다"며 "우리 기업과 금융사들이 환위험 관리에 많은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의 경우 외환을 사고파는 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런 환리스크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국가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해외 파트너사와 가격협상에서 불리해졌고, 자금조달 비용도 증가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외화채 조달 비용이 올라간다"며 "외화채 발행기업들은 좀 더 높은 비용으로 차환을 해야 하므로 현재 많은 기업이 부담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율이나 국내 지수와 연동한 파생상품 손실 우려도 커졌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도 예상치 못한 정치리스크에 고객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 증권사 한 PB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돼 우리 국채가 이제야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왔는데 여기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국가신용도 하락 등 발생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는 팔았지만 밸류업에는 관심이 많았고, 코스닥도 이제야 좀 올라가는 분위기였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개인 삶에 송달된 '계엄청구서'‥연말 성수기에 줄줄이 '예약취소'
개인의 삶에 전가된 '계엄비용'은 체감상 더 크게 다가온다. 환율 변동성에 연말 해외여행 계획했던 여행객들의 부담이 커졌다. 내수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지갑은 더욱 굳게 닫혔다. 연말 성수기만 기다려 온 자영업자들에게도 비상계엄과 그 후폭풍은 치명타다. 용산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30대 A씨는 "계엄 사태 이후 단체예약이 다 빠져서 이 동네 자영업자들이 다들 너무 힘들어한다"며 "나라 꼴이 이 모양이니 올해 장사는 망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있었던 2004년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1% 감소했다. 2003년 2분기(-0.6%) 이후 3개 분기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이 처음 제기된 2016년 4분기도 소비가 주춤했다. 2016년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2%로 같은 해 2분기(0.8%)와 3분기(0.4%)에 못 미쳤다.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41217012500641?input=1825m
[경제쏙쏙] "계엄은 GDP 킬러"…청구서는 국민이 할부로 갚아야? (연합뉴스TV, 경제부 김동욱 기자, 2024-12-17 15:40:07)
[앵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온 나라가 혼란스러웠는데요. 그런데 계엄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계엄 선포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계엄 사태로 인한 전반적인 경제적 손실은 수십조 원에서 최대 15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특히 계엄 직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는데요. 계엄 후 나흘간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이 144조원 증발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팔고 나가는 모습이고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계엄 후 3일간 1조102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선포 이후 1,440원대까지 상승했다가 지금은 1,430원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안정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딱 얼마 손실이 생겼다 정확한 수치로 계산하기는 어렵겠네요. 그런데 장기적인 영향과 간접적인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더 클 수 있다고요?
[기자] 네, 여러 가지 유무형 손실도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GDP에도 악영향이 예상되는데요.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을 '대한민국 국내총생산 킬러'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내렸는데요. 계엄 후인 지난 8일 발표한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GDP 예상치를 1.7%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2% 내외인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1954년 이후 2% 아래로 떨어진 경우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등의 영향이 컸던 해를 포함해 6차례뿐인데요. 내년에도 2%를 밑돌 가능성이 큰 상황인 겁니다. 국가 신용등급도 현재 당장 하향 조정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향후 낮아질 위험이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당장은 이번 계엄 사태가 한국의 신용등급에 미치는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피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가계와 기업의 신뢰가 약화하고 공공 재정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K-팝, K-푸드 등 K-브랜드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무형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그 비용을 정확히 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계엄으로 인한 비용이 생각보다 크네요. 그런데 계엄 비용에 대한 청구서를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물론 직접적인 청구서가 오는 건 아니지만, 결국은 5,100만 국민이 이 계엄청구서에 대해 오랜 시간 할부로 갚아야 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계엄으로 인한 1인당 지불비용이 최소 600만원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고환율이 미치는 영향부터 살펴보면요. 해외 주재원의 월급과 유학생들의 생활비가 줄어들게 됩니다. 게다가 산업계는 경기침체에 '환율방어' 비용이 더해져 부담이 커집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 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여행업계나 관광지의 수입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여러모로 우울한 연말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앵커] 계엄에 놀란 국민들이 송년회도 많이 취소하고 했잖아요. 특히 연말 특수 이런 것들이 사라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클 것 같습니다.
[기자] 보통 연말에 송년회 등이 많잖아요. 이런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도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계엄 사태로 인해 송년회 등의 단체 예약이 취소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소상공인 경기전만 긴급 실태조사'를 보면요. 응답자의 88.4%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도 36%나 됐습니다.
연말 경기 전망도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소상공인이 62%였습니다. 매출 감소뿐만이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서 대출 심사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경영 악화와 자금 조달 어려움을 동시에 겪게 된 겁니다.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상태인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한목소리로 송년회 재개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탄핵안 가결을 공표한 직후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우원식 / 국회의장(지난 14일)>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국민 여러분의 연말이 조금 더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취소했던 송년회, 재개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자영업, 소상공인 골목 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앵커] 다들 어려운 상황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실적 잔치를 하고 있는 곳이 있죠?
[기자] 네, 바로 금융지주들입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잔치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연말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주요 계열사인 은행들이 높은 예대금리차를 바탕으로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총 2조4천30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보다 80% 넘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올해 연간으로 보면 총 16조9천24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예금과 대출의 금리 격차가 확대된 덕분으로 분석됩니다.
금융사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급등으로 저마다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고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화색을 감추고 표정 관리 중인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앵커] 금융지주 이렇게 실적이 좋으면 상생 압박이 커질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인데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금융지주들에 상생 금융 압박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아까 자영업자 어려움을 말씀드렸잖아요. '비 올 때 우산 뺏기'식 영업하면 안 되겠지만 은행들은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심사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마저도 올해 들어서는 취약계층 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규모는 1분기 1조4,812억원에서 3분기 1조83억원으로 매 분기 감소하고 있는데요. 
은행 문턱이 이처럼 높아지면, 어려움을 겪는 중·저신용자들은 2,3 금융권으로 밀려나 결국 대부업체까지 손을 뻗게 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이 상생 금융, 포용 금융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수익만 추구한다는 비판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75275.html
환율 1500원 넘어가나…‘내란 불안 장기화’ 우려 때마다 폭등 (한겨레, 정남구 기자, 2024-12-29 09:54)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27일 장중 한때 1486.7원까지 올랐다. 전날 종가(1464.8원)에 견줘 21.9원(1.5%) 상승하고, 3일 밤 내란사태 전 주간거래 종가(1402.9원)에 견줘서는 83.8원(5.97%)이나 오른 것(원화가치는 하락)이다. 다만 이날 주간거래는 상승폭을 대거 반납한 146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분석가들은 외환당국의 매도 개입이 있었고, 더 공격적인 매도 개입을 경계해 달러 매수를 자제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낮은 야간 거래에서는 다시 3원 올라 147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신속히 내란 사태를 완전 종식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할 경우, 1500원을 넘기는 것을 시간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밑바탕에 ‘글로벌 달러 강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단이었다. 에너지·식량을 필두로 인플레이션이 세계를 휩쓸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면서 달러가치가 급등했다. 유로·엔·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에 견준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DXY)가 2월말 96.71에서 9월 한때 114.78까지 올랐고, 9월 말 112.12에 이르렀다. 7개월 사이 15.9% 오른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도 2월말 1200.12원에서 9월말 1439.96원으로 20% 뛰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주요 6개국 통화보다 큰 것은 무역비중이 큰 한국 경제가 다른 국가·지역보다 외부충격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자본이동으로 급등했던 달러지수는 2022년 말 103대까지 떨어졌다. 그 뒤 100∼107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달러지수가 이른바 ‘박스권’을 뚫고 108대로 올라서게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이 계기가 됐다. 11월5일 103.42였던 달러지수는 12월19일 108.48까지 올랐고, 29일 현재 108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원화의 약세폭(원-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폭보다 훨씬 크다. 그런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12월3일 내란 사태 이후다. 달러지수는 12월3일 106.36에서 27일 108.00으로 1.54% 오르는 데 그쳤으나, 27일 야간 거래 종가까지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폭은 4.8%에 이른다.
환율 급등을 초래한 모멘텀(계기)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때의 폭등이 시발점이 됐다. 1402.9원에 주간거래를 마친 환율이 야간거래에서 한때 1442원까지 폭등했다. 환율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면서 1425원으로 떨어졌고, 다음날 주간거래에선 1410.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2월7일 토요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열린 9일 시장에서 한차례 더 폭등세를 연출했다. 장중 1438원까지 올랐고, 1437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후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소폭 하락에 그쳤다.
환율 급등의 세번째 계기는 26일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하고,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의 공포를 거부하는 담화를 발표한 일이다. 이날 환율이 장중 1470원까지 튀어올랐다. 국회에서 한덕수 총리 탄핵안이 통과되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외환시장에선 여전히 불확실성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27일 외환시장 분석가들이 낸 시황보고서를 보면, 환율 불안 원인으로 한결같이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국내 정치 불안을 꼽고 있다.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열쇠는 지금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가진 최상목 권한대행이 쥐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75393.html
윤석열이 긁은 ’계엄의 비용’…“5100만명이 장기 할부로 갚아야” (한겨레,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2024-12-30 06:00)
반헌법적 12?3 비상계엄의 비용은?
불편으로 치부된 시민의 고통과 비용
계엄 뒤 환율 급등과 증시 하락 겹쳐
“세계사를 살펴보면 자유시장과 자유주의 정치 시스템이 있는 곳에서 번영과 풍요가 꽃을 피웠습니다. 저는 무너진 헌법 가치를 바로 세우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알 수 없으나, 그의 취임사에 ‘무너진 헌법 가치’의 회복과 수호는 새겨질 게 틀림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을 뱉은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전복시켰다. 지난 3월 총선을 앞두고 제51회 상공의 날을 맞아 그는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서 기업 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이란 제목의 경제사상을 다룬 논문 같은 으레 긴 강연을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복원하여 더욱 강화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말마따나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를 해태하고, 결과적으로 권력을 잠시 맡겨준 국민을 배신했다.
‘선택할 자유’를 버린 대통령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시민의 자유를 폐기한 윤 대통령은 놀랍게도 지난 3년간 자유의 수호자를 자처해왔다. 그가 취임사에서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22번이나 외쳤던 ‘자유’는 기실 우리가 익히 교과서에서 배운 자유와는 다른 것인지 모른다. 그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는 밀턴 프리드먼이 쓴 책, ‘선택할 자유’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엉뚱하게 독해했을 가능성이 짙다.
21세기 보수주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경제사상가 중 한명인 프리드먼은 책에 이렇게 썼다. “군대나 경찰은 모두가 국내외의 억압?폭력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유사회를 성취하고 유지하는 데 가장 어려운 문제는 자유의 보루로서 정부에 맡겨놓은 군대나 경찰에게 어떻게 하면 본래의 목적에만 충실하게 하고 엉뚱하게 자유를 짓밟는 일을 막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우리의 개국공신들은 헌법을 기초할 때 이 문제를 놓고 씨름을 했었다. 현재의 우리는 이 점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 프리드먼이 ‘큰 정부’를 겨냥해 쓴 책이지만, 불법 비상계엄은 그가 말하는 군대나 경찰의 본래의 목적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그는 또 다른 책, ‘자본주의와 자유’에서도 “경제적 자유의 증가가 정치적?시민적 자유의 증가와 함께 이루어졌고, 더 큰 번영으로 이어졌으며, 경쟁적 자본주의와 자유는 분리할 수 없는 것임이 드러났다”고 썼다.
그의 열혈 독자였던 대통령 윤석열은 보수 경제사상과 정책을 관통하는 작은 정부론과 규제 완화, 감세 등을 서툴게나마 이해하고 추진했지만, 정작 프리드먼이 그 대전제로 여긴 ‘자유의 보루로서 정부’는 거부했다. 그는 한국 현대 정치사를 44년 전으로 퇴행시킨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사상적 스승의 교훈을 따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스승의 사상이 아니라, 1973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자유시장주의 노선을 채택한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의 경제정책을 자문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프리드먼의 행동에서 ’엉뚱한’ 영감을 얻었는지 모른다.
‘GDP 살인자’가 된 친위 쿠데타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국회에서 빠르게 해제되긴 했지만,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비싼 2시간 반짜리 계엄의 경제적 비용은 모든 국민이 그것도 상당히 오랫동안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 보수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6일 ‘윤석열의 필사적인 곡예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살인자(Killer)인 이유’란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한국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 비상계엄을 한 마디로 ‘지디피 살인자’로 표현했다. 기사는 말미에 섬뜩한 문장으로 끝난다.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가 초래한 값비싼 대가는 한국인 5100만 명이 시간을 두고서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다.”
역사에 오래 기록될 사고를 친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이런 진단과도 너무 동떨어져 있다. 계엄을 한국 사회가 잠시 겪은 ‘불편’ 정도로 여긴다. 계엄이 뜻대로 되지 않고 실패한 지 나흘 만에 내놓은 첫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 윤석열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다”라고 말한다. 또 그 뒤 닷새째 되는 12일에는 에이포(A4)용지 15쪽에 이르는 장문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그의 손을 거쳐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6항에서도 ‘불편’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또 그날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낸 긴급 담화문에서도 “계엄 선포로 인해… 선량한 국민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마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윤석열에게 보수가 그토록 즐겨 써왔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훼손,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엄청난 경제적 충격과 피해를 불러온 비상계엄은 ‘불편’이란 단어로 표현된다. ‘어떤 것을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거북하거나 괴로움’을 뜻하는 불편의 사전적 뜻을 아무리 곱씹어도 계엄이 초래한 상황을 설명하기엔 너무 가볍다. 한국 사회가 장기간 할부로 갚아나가야 할 엄청난 계엄의 비용이 잠시, 잠깐의 불편일 순 없다. 그의 의도와 계획이 그나마 실패해서 다행이지, 성공했다면 한국 사회는 회복하기 어려운 재앙에 가까운 고통과 비용을 요구받았을지 모른다.
민주주의도, 경제도 위태롭게 한 계엄
지난 12일 국회의원 190명이 국회에 제출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대한민국 시민들이 떠안게 된 계엄의 비용을 총론적으로 이렇게 정리했다. “피소추자의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선포와 무장병력을 사용한 내란 행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흔들리고, 급격한 환율 인상, 경제와 정국의 불안이 초래되었다… 국민을 지켜야 할 국군이 총부리를 국민에게 향하는 모습을 본 국민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으며, 환율과 주가는 요동을 쳤고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우세해졌다.” 소추안은 ‘신속한 탄핵소추와 파면’만이 “손상된 근본적 헌법질서의 회복이며, 국민의 통합, 정국의 안정, 경제 불안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불안’이 가장 크게, 직접 나타난 곳은 금융시장이다. 특히 탄핵 소추안에서 언급한대로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급등했다. 환율 상승은 미국 달러에 견줘 원화의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상대 가치의 변화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계엄 전날인 지난 2일(한국 시각)부터 27일 현재까지 대략 1.5% 상승했지만, 원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는 같은 기간 4.8%나 뛰었다. 달리 말해 주요 6개 통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3배나 더 하락한 셈이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원부자재 수입 시 가격 상승 부담과 해외 자금 조달 및 상환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물론 미국의 중앙은행이라 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강달러주의자’ 트럼프의 당선이란 변수도 영향을 줬지만 무엇보다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소추와 이후 안갯속을 헤매는 정국의 혼란이 결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계엄 전날부터 27일까지 환율은 딱 4일 하락했고, 반대로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날이 18일이나 된다. 지난 27일 현재 환율은 1475.50원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황(패닉)에 빠졌을 때 급등(1534원, 2009년 2월 평균 환율)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한달 동안 원-달러 환율과 유로-달러 환율 추이. 원화의 가치가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보다 더 크게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서울외국환중개

환율은 ‘외환위기’를 트라우마로 기억하는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불안이자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1997년 12월에 당시 보유 외환이 거의 바닥나 1달러당 약 1695원까지 치솟았다. 물론 그때와 달리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4154억 달러(약 613조원, 11월 기준)에 이른다.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그래도 방심할 수 없는 이유는 2021년 4692억 달러에 이르던 보유액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어서다. 최근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계속 쏟아붓고 있어, 다음 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할 외환보유액이 4천억 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무너진다면, 이는 지난 한 달 사이 환율 방어에 20조원 넘게 썼다는 의미가 된다. 대통령 윤석열이 말한 ‘불편’의 비용치곤 너무 비싸다. 앞으로도 한동안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계엄 사태 뒤 환율 방어 누적 비용은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계엄 뒤 증시에서만 79조원 증발 
계엄 이후 증시도 죽을 쑤고 있다. 이미 바닥권에서 오르내리던 증시는 비상계엄 뒤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자 2360.18까지 폭락했다. 다시 회복하긴 했으나 반등하지 못한 채 등락을 반복하며 지난 27일 현재 2400대를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증시는 경제의 선행지표이자 경제 심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누구보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면서 ‘밸류 업’(Value-up, 가치 상승)을 외쳤던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증시를 크게 ‘밸류다운’(Value-down, 가치 하락) 시켰다. 비상계엄 뒤 증시는 맥을 추지 못하면서 79조원이 증발했다. 시가총액은 2000조원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불편’이라고 하기엔 주식 투자자들의 손실이 너무 크다. 계엄 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증시는 확실한 반등의 계기를 당분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한 달 동안 코스피 추이

계엄 뒤 정치적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한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심리 또한 모두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2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전달보다 4.5%포인트 낮은 87.0(100 이하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을 기록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을 때인 2020년 9월(83.0)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후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도 걱정이지만, 경제 지표 중 제일 크게 영향을 받는 건 기업의 투자다. 안 그래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로 바뀌면서 투자하기가 좀 불확실한 상황이었는데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기업의 투자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 지표도 추락 중이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보다 12.30 하락한 88.40(100 미만은 현재 경기가 과거 평균보다 좋지 않음)을 기록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18.3)에 이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때(12.6)와 비슷하다. 불확실한 정치, 경제 상황에서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소비 시점을 미루기 마련이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의 위축은 결국 경제의 동력을 떨어뜨려 시간을 두고서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1호 공약과 국정과제 1호의 파기 
계엄으로 경제를 망가뜨렸지만 기실 대통령 윤석열은 ’민생’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의 후보 시절 1호 공약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였다. 국정과제 1호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회복과 도약이다. 그는 지난 2일 마련한 임기 후반 첫 민생토론회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불러 놓고서 “전향적인 내수 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예산시장을 확 바꿔 놓은 백종원씨를 예로 들며 민간 상권기획자 1천 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 날 그가 선포한 계엄으로 1호 공약이자 국정과제 1호는 파기됐다. “21세기 상상하기 어려운 비민주적 상황”(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을 초래한 그의 극단적 선택은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어려움에 빠뜨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12일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한 경기전망 긴급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4%가 '매출이 감소' 했다고 답했다. 연말인데도 계엄으로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상공인의 송년 특수는 실종됐다.
’이번 계엄은 다르다’
가장 가까운 계엄은 지금으로부터 43년 전 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1979년 10?26 다음날 선포된 계엄은 81년 1월24일 해제됐다. 무려 456일 지속했다. 그로 인해 환율과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금과 단순 비교할 순 없다. 당시 환율은 ’단일변동환율제도’에서 ’복수통화바스켓제도’(80년 2월부터 시행)로 바뀌었으나, 두 제도 다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는 방식이다. 80년 1월 정부는 환율을 484원에서 580원으로 20% 올렸으나 이는 계엄의 영향이라기보다 2차 석유파동(오일 쇼크)으로 인한 국제수지 악화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 조처였다. 증시 또한 당시 영향을 논할 수조차 없을 만큼 규모도 작고 개방돼 있지 않았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로 출범한 주식시장은 1981년 3월에서야 전산화 되었고, 1992년부터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1980년대 초 여전히 폐쇄적인 데다 금융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엄이 직접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 2시간 만에 실패한 계엄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비상계엄 다음날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비상계엄과 금융시장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해외 사례를 제시하면서 “계엄령 발동에 따른 영향은 길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4년 태국 계엄령 발동 때 SET 지수는 1.6% 하락한 뒤 상승하고, 밧화 환율도 1.2% 평가절하된 뒤 1주일 만에 회복한 사례를 들었다. 또 2016년 튀르키예(옛 터키) 계엄령 발동 당시 BIST 지수가 13% 하락하고 리라화 환율도 6% 절하됐으나 10일 뒤 원래 추세대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나라에서 ‘일상’이 된 쿠데타와 계엄은 이들 나라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가중해왔고 이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계엄은 겉으로 나타난 지표보다 더 깊은 상처와 고통을 수반할 때가 잦다. 필리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1972년 친위 쿠데타를 하면서 계엄령을 선포했고 1981년에서야 해제했다. 필리핀 계엄 박물관은 누리집에서 “마르코스는 1986년 축출될 때까지 권위주의 독재자로서 모든 권력을 유지했고, 계엄령의 효과와 유산은 마르코스보다 오래 지속하였다”고 기록했다. 72년 계엄령 선포 뒤 마르코스가 물러날 때까지 무려 14년 동안 필리핀의 1인당 지디피(GDP)는 1430달러에서 1570달러로 1% 상승했다. 사실상 정체됐다. 필리핀의 잃어버린 ’14년’이다. 이 수치 하나만으로도 필리핀이 얼마나 혹독한 계엄의 비용을 치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상황은 과거 2번의 탄핵과도 다르다. 일단 강도가 너무 세다. 후진국에서 볼 수 있는 친위 쿠데타가 시도됐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적 ’반동’과 불확실성도 과거보다 훨씬 크다. 이는 한국사회가 지불해야 할 정치·경제적 비용 또한 과거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낸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 방향’이란 제목의 보도참고자료 맨 끝에 “향후 정치 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경우에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도 그 경고는 유효하다.
계엄 뒤 한국 경제는 조타수를 잃은 배와 같다. 내부의 리더십 실종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트럼프의 복귀로 예고된 국제 정치·경제 질서의 격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나마 긴 시야를 갖춘 어느 경제학자는 부정 속 긍정을 되새긴다. 한국 경제학계 거두였던 학현 변형윤 선생을 기리는 학현학술상을 지난봄 수상한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이렇게 짚었다. “한국이 분단과 냉전 체제의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경제발전을 한 집단 기억이 너무 강해서 이런 시대착오적인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쿠데타 속에 분단 냉전 체제의 인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 반국가세력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 단계 나아가려면 한 번쯤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민주화의 성공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쿠데타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진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유산을 빨리 청산하고 극복하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311953045
[경제직필] 비상계엄과 탄핵의 경제적 비용 (경향,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2024.12.31 19:53)
2024년 12월3일의 비상계엄 선포(이후 12·3 내란) 이후 한국의 정치와 경제상황이 요동치고 있다. 극심한 불확실성의 폭증에 따라 경제적 충격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과연 계산할 수 있을까, 있다면 어느 정도일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선, 명시적 비용이다. ‘12·3 내란’ 이후 연말까지 주식시장은 코스피 4.0%, 코스닥은 1.8% 하락했으며 이에 따른 시가총액 감소는 약 100조원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발표 전 1425원에서 12월30일 현재 1471.2원까지 상승했다. 원화 가치가 단기간에 3.1% 하락한 것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1500원대 수준까지 환율이 치고 올라갈 기세이다. 큰 폭의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유발, 외화 차입 비용 증가와 기업 원가 부담 가중, 소비 위축 및 내수 침체, 외국인 자금 유출과 금융시장 불안정 등을 초래하며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확대한다. 비상계엄과 내란에 대한 위헌성을 명백히 판정하고 민주적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에 역행하는 흐름이 보일 때 국내외 투자자들은 불안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해서 시장이 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신속한 탄핵재판을 위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하고 내란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이 불안한 것이다. 원인은 대통령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비상계엄 선포와 민주적 헌정질서 회복에 대한 방해인 것이고, 결과는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급변하고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것이다. 한편, ‘12·3 내란’ 이후 소비와 투자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약화되어 향후 소비 지출과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기업심리지수(BSI)는 2024년 12월 현재 87.0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저수준으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 역시 크게 위축되고 있다.
‘12·3 내란’에 대한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2025년도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9%이다. 2025년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 대비 0.1%포인트 하락할 경우 실질 GDP 감소 규모는 2조3000억원 정도이다. 그런데 ‘12·3 내란’의 충격으로 성장률이 작게는 0.5%포인트, 크게는 1.0%포인트 하락할 경우 이에 따른 GDP 감소 규모는 2025년도에만 각각 11조5000억원과 23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금전적 손실로 평가한 명시적 비용 외에도 경제적 기회와 신뢰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묵시적 비용 역시 크게 증가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수십년에 걸쳐 쌓아 온 한국의 국제적인 신뢰도 추락에 따른 비용과 정치불안에 따른 사회 활력 저하로 인한 생산성 둔화 등에 따른 비용은 계산하기 힘들 정도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의 안정성에 의문을 가지며 장기투자를 축소할 수가 있다. 이는 IPO(기업공개)와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위기 프리미엄이 증가하여 자금조달의 비용 또한 증가할 수 있다. 외환시장의 경우,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환율 변동성이 증가하여 기업들이 환율 리스크관리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내란 상황과 법치 약화를 이유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 번도 하향하지 않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경우 해외자본 조달비용은 크게 상승할 것이다. 경제성장 측면에서도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정책 추진력이 약화되며, 규제 개혁이나 혁신 경제 전환이 지연되는 등의 구조적 성장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 소비와 투자심리의 장기적 악화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약한 내수기반이 더욱더 약화될 수 있다.
더군다나 탄핵심판과 내란수사 과정이 지체된다면 앞서 언급한 비용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반대로 민주적 절차가 성공적으로 완수되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민주주의 회복이 이루어질 경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모범으로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글로벌 투자자와 파트너들이 한국을 다시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인 경제 환경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외국인 투자 유치와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탄핵심판과 내란수사 과정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완수하는 것이 명시적 묵시적 경제적 비용을 가장 작게 하는 지름길이자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0314210005048?did=NA
윤석열과 잃어버린 30년 (한국일보, 한준규 경제산업부문장, 2025.01.03 17:00)
물가·성장률·가계빚…윤 정부 내내 ‘최악’
경제 실패 책임 민주주의 파괴만큼 심각
거취 정리해 ‘장기불황’ 일본 전철 피해야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기록적인 가계 부채를 줄이며, 평균 소득을 늘리거나 기업 환경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지난 31개월은 한국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었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954일에 대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평가다. 앞서 포브스는 계엄을 ‘국내총생산(GDP) 킬러’로 표현하며 “이기적인 계엄 선포의 대가를 5,100만 한국 국민이 할부로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미 계엄 이전부터 윤 대통령의 무능이 한국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다고 본 것이다.
포브스의 ‘뼈 때리는’ 지적이 아니더라도 윤 대통령 집권 시기만큼 ‘먹고사는 문제’가 국민들의 걱정거리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2021년 359만9,000원으로 정점을 찍은 근로자 월평균 실질임금은 윤 정부 출범 이후 계속 감소(2022년 359만2,000원, 2023년 355만4,000원, 2024년 상반기 354만3,000원)했다.
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은 사상 처음이었는데, 고물가 영향 탓이다. 윤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2년 물가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23년 3.6%, 2024년 2.3%로 물가상승률이 하락했지만, 기준이 되는 전년 수치가 워낙 높아 상대적으로 당해 수치가 낮아지는 기저효과 덕이 컸다. 이마저도 물가상승률이 최저 0.4%에서 최고 1.9%에 불과했던 2013~2020년과 비교하면 엄청난 고물가 시대였다. 그런데도 지난해 “물가 상승세 안정화로 대외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자찬했던 게 윤 정부다.
물가는 오르고 실질 소득은 줄어드니 쉽게 돈을 쓰지 못한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도 공교롭게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2분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마이너스인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감소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의 판매금액을 조사해 작성한다. 이 지수가 윤 정부 내내 감소했으니 그동안 국민들의 소비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내수 침체의 직격탄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향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1~8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19.7%로,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웬만해선 자영업으로 먹고살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의 1호 공약 ‘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가 무색한 결과다.
1,48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경제성장률 1%대 고착화, 1,913조 원을 돌파한 가계 빚…. 윤 정부의 수많은 경제지표들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쁘거나 이전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악의 숫자들이다.
탄핵소추로 불확실성이 다소 걷혔다고 하지만, 포브스는 여전히 “향후 6개월 동안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일본형 장기 불황에 접어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불법 계엄으로 파괴된 민주주의는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으로 차근차근 회복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붕괴된 경제는 트럼프의 복귀로 예고된 ‘글로벌 쇼크’에 적응할 절대적인 시간조차 부족하다.
그런데 한국 경제에 폭탄을 터뜨린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용산 관저에서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의 ‘잃어버린 31개월’이 향후 ‘잃어버린 30년’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와 경제를 모두 파괴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일만큼은 피하길 바란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052103005
[정동칼럼] 최상목이 정말 경제를 지키고 싶다면 (경향,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25.01.05 21:03)
계엄 사태 이전에도 한국 경제는 침체의 조짐을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고, 2025년에는 2.0%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국내 수요 회복의 약세를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며, 성장률이 1%대로 둔화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지난해 11월7일 대통령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설명했던 자화자찬과는 완전히 다른 현실이다.
2024년 12월3일 내란 사태는 가뜩이나 힘들었던 한국 경제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계엄 선포 후 30분 만에 140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444원으로 치솟았다. 비트코인은 35% 하락했고 한국인 지분율이 높은 리플은 60% 하락하였다. 주식시장은 다음날 개장과 동시에 하락하여 12월6일 기준 코스피는 계엄 전보다 -2.9%, 코스닥은 -4.3% 하락하였다. 윤석열 디스카운트가 현실이 되었다.
대통령은 통치 능력이 없고, 내각은 내란에 가담하거나 방조했다. 집권 여당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계엄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에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의 주식과 국채를 대량 매도했다. 외국인들은 내란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약 3조40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국채 선물도 17조원 이상 매도했다. 그러자 환율은 다시 상승하여 1500원에 근접하고 있다. 비상계엄 이전, 한국 국채는 세계국채지수 편입 소식에 힘입어 6개월간 외국인들이 50조7450억원을 순매수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다. 국회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했다. 다행히 최상목 부총리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하였다. 하지만 법적 근거 없는 국회 합의 여부를 이유로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을 사실상 거부하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스스로는 기가 막힌 최적의 수를 두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국무위원들, 대통령실, 집권 여당, 국회의장, 야당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윤석열 정부의 경제팀은 최 권한대행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2025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정 불안이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 권한대행께서 경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지하고,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지원을 드릴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고 밝혔다. ‘F4’로 불리는 범금융 부문의 경제팀은 경제를 정치 과정으로부터 분리하여 최소한 금융 부문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12월3일 계엄의 밤에 최 권한대행에 대한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반대했다는 그의 주장이 무색했다. 계엄을 멈출 수단은 많았다. 계엄 문서에 부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계엄이 불법임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침묵했다. 대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와 기재부 간부회의를 열었다.
국회가 계엄을 해제할 때 최 권한대행은 한덕수 총리와 같은 정부서울청사에 있었다. 총리에게 달려가 계엄 해제 국무회의 개최를 요구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국회에서 계엄군과 싸우는 국민을 뒤로하고 따뜻한 집으로 도망쳤다. 박근혜 국정농단의 악몽 때문에 무서워서였는지, 대통령의 2차 계엄을 돕기 위해 국무회의를 지연시키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안위를 택했고, 한국 경제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경제를 정치에서 분리해 지키고 싶다면, 먼저 무너진 헌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 법과 제도가 예정한 길로 가야 한다. 그 첫걸음은 근거 없이 거부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일이다. 9인의 온전한 헌법재판소가 필요하다. 내란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막아선 경호처도 바로잡아야 한다. 무리하게 서둘러 발표한 경제정책방향도 국회의 여·야·정 협의체와 협의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한남동 관저 앞에서 멈춰버린 헌법과 법률을 되살려내야 한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는 제도가 경제에 앞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경제를 외면한 대통령을 단죄하지 않고서는 경제도 살아날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지금은 대통령에게 위임했던 권력을 회수한 ‘국민의 시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0515090001616?did=NA
환율 이어 국채까지 '셀코리아'... '최상목 결단' 촉구하는 경제 위기 (한국일보, 세종= 이성원 기자, 2025.01.06 04:30)
한 달째 정치 불안 지속...경제위기 현실화
셀코리아에 국채 금리 상승→이자 부담 커져
환율 상승→재정부담, 금융부실 가능성↑
경제전문가들, 최상목 '경제살리기' 결단 촉구
12·3 비상계엄 사태 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치 불안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대외신인도 하락이 몰고 온 국가 경제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계엄 여파로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데 이어 외국인들의 대규모 국채 매도 움직임까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6일)가 임박한 가운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를 위해 '정치' 불안을 종식시키는 대승적 결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외국인, 12월 국채 '3조 팔자'… 국채 금리 상승→ 정부 이자부담↑
5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국고채 보유액은 지난해 12월 약 3조 원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선행지표 격인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한국 국채(선물3~30년물 기준)를 15조8,949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비상계엄 직후인 12월 4일부터 따지면 18조7,131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2021년 9월 이후 3년 3개월 만의 최대치다. 우리 국채는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예고되면서 외국 자본이 꾸준히 유입됐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채시장의 우호적 흐름에 급제동이 걸렸다.
국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은 정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올해 국고채 총발행 한도는 197조6,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잘 안 팔리는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시장조성용 발행분을 제외하고, 나랏빚을 늘리는 순발행 한도만 80조 원에 이른다. 올해 10조~20조 원으로 예상되는 추가경정예산까지 고려하면 적자국채는 100조 원에 이른다.
환율 한 달 새 65.5원 폭등...글로벌 IB들 전망치 잇따라 상향
좀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외환시장이다. 지난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은 65.5원 폭등했다. 실제로 투자은행(IB)들은 원·달러 환율 전망을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주요 글로벌 IB의 올해 1분기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2분기 중 1,500원까지 치솟고, 3분기 말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환율 상승 역시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 예산안에 담긴 외화 예산 규모는 61억1,400만 달러로 편성 기준 환율은 1,380원이다. 외화 예산은 무기를 구입하는 것부터 재외공관 운영, 공적개발원조(ODA)까지 다양한 부처의 사업에 포함돼 있다. 원화로 계산하면 8조4,373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편성 기준보다 환율이 8.7% 상승해 1,500원을 돌파하면 7,340억 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 위해 최 권한대행 결단해야"
문제는 경제 위기의 근원인 정치 불안이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무위에 그치고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6일)가 임박했지만 정치적·법적인 교착상태가 이어지며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협조 요청에 대해 사흘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 권한대행이 경제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다시 한번 결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이은 탄핵에 따른 대외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관 2인을 전격 임명한 것처럼 경제살리기를 우선에 두고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헌법재판관 임명 후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가 꺾이고 이틀째 안정세가 이어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 때문에 우리 국채를 시장에 팔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며 "한국 경제를 안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현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며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하면 내국인 자산도 유출되고, 환율이 또 오르면 금리를 내리지 못해 금융 부실이 커질 수 있다"며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려 대미 수출액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 텐데, 내수가 침체된 상태에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적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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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더한 ‘비상계엄 사태’, 신속 탄핵이 우선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2025.01.20 16:30)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 큰 우려
정치 제도가 착취적이면 경제 제도도 착취적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후 12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고,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적 불안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비상계엄 직후 주요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12월 4일 새벽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장중 최고치인 1,446.5원을 기록하며 급등했다. 코스피200 야간선물 지수와 뉴욕증시에 상장된 국내 주요 기업의 주가도 모두 하락 마감했다.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일 오전 9시 35분 기준 전일 대비 0.29bp 상승한 34.02bp를 기록했다. 당일 장중 최대 상승폭은 2.88bp였다. 이후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12월 7일 탄핵소추안 투표가 부결되면서 경제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12월 9일 코스피지수는 2,400선을 하회하며 2,360.58로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최고 1,438.53원을 기록했다.
* Credit Default Swap,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
* Credit Default Swap Premium, CDS 거래 시 발생하는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 채권자와 제3의 금융회사 간에 CDS 거래가 진행됨. 채무자가 돈을 못 갚고 부도를 낼 경우 제3의 금융회사가 채무자를 대신해 채권자에게 돈을 갚음. 보증의 대가로 채권자는 제3의 금융회사에 일정한 금액(=프리미엄)을 지불함. 신용위험도가 높을수록 CDS 프리미엄이 오름. 신용 지표로 활용됨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혼란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신속히 도출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12월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과 대응 방안 긴급 좌담회’가 개최됐다. 좌담회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제특보단과 박홍배·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주최했다.
좌담회 좌장은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발제는 강영대 한국은행노동조합 위원장(재무금융 박사)이 ‘금융시장에 대한 정치 충격과 대한민국 시민 복원력’을 주제로 진행했다. 토론에는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송종운 한국사회경제학회 박사,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주동헌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과 최호걸 금융노조 사무총장도 참석해 금융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더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환율 상승 위기 촉발
토론회에 참석한 모두는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를 위협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영대 위원장은 “(금융시장이) 아주 큰 위기까지로 다가간 것은 아니지만, 대외 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치며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부분은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발제를 이어갔다.
강영대 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자본시장 국장이자 전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정책 국장인 토비아스 아드리안(Tobias Adrian)과 여러 학자들이 활용하는 그래프를 통해 현 상황을 진단했다. 해당 그래프는 X축을 충격(Shock,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같은 일들), Y축을 위험의 가격(Price of risk, 예를 들어 채권 신용 스프레드)으로 상정한 그래프다. ‘취약성이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 ‘취약성이 낮은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 두 나라는 같은 충격이라도 지불해야 할 위험의 가격이 다르다. 취약성이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일수록 같은 충격이라도 상응하는 Y축의 값이 급격히 높아진다. 강영대 위원장은 “취약성이 낮은 경제라면 충격에도 CDS 프리미엄이 급격히 올라가지 않는다”며 “비상계엄 사태 충격으로 한국도 CDS 프리미엄이 올랐지만, 아주 급격히 오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경훈 교수도 “원-달러 스왑레이트*(3개월물)의 경우 12월 4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1.64 수준을 기록했는데, 계엄이 해제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면서 12월 5일 -1.44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그러나) 12월 8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뒤 12월 9일 다시 -1.64까지 상승했다가 국민의힘 일부 의원 탄핵 찬성 발표 등으로 12월 11일 -1.45까지 하락했다”고 전했다.
* 어느 통화의 현물 환율(spot rate)과 선물 환율(forward rate)의 차이
실물경제 위기 증폭 가능성 커
서민과 취약 계층 어려움 예상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제외한 금융시장에서의 불안정성은 우려 수준이 아니지만, 문제는 ‘민간 신용’과 ‘실물경제’ 부문에서 촉발되는 경제 위기다. 강영대 위원장은 “‘금융불균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불균형은 과도한 레버리지(대출 등 부채를 통한 자산 증식), 이로 인한 자산 가격 고평가(버블 심화), 위험 추구 투자 증대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 악순환해 금융불균형이 ‘누증’된다고 표현한다.
강영대 위원장은 “현재 한국의 금융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에서 비상계엄과 같은 충격은 두 가지 경로로 문제를 야기한다”며, “급격한 금융불균형 조정과 실물경제의 악화”라고 했다. 이어 금융불균형 조정 과정에서 자산 가격 급락, 부채 디레버리징, 신용 공급 축소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에서는 가계소비 위축, 기업투자 감소, 금융 중개 기능 약화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기업 부채비율 및 이자보상비율 1미만 기업 비율’의 문제도 지적하며 “돈을 벌어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1미만 기업 비율이 40%에 달한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더 심한 위기 속에 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정치적 충격으로 발생하는 경제 위협의 크기는 취약 계층에 더 크게 다가간다는 뜻이다.
이동진 교수도 실물경제 위기를 우려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폭증된 상황이고, 불확실성 확대는 일반적으로 △투자 위축 △소비 위축 △금융비융 상승 효과 등을 낳아 실물경제를 위축 시킨다”고 했다. 또 “경제 불확실성(EPU* 기준) 확대 충격에 따른 실물경제 영향을 추정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불확실성(EPU)이 박근혜 탄핵 수준으로 증가한다면 GDP 성장률이 0.4%p~1.0%p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윤석열 탄핵이 지연될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진 교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트럼프 2기 출범 등 대내외 경제상황 변화에 신축적 대응이 곤란해지는 문제도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 Economic Policy Uncertainty Index, 경제정책불확실성지수
악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
비상계엄으로 기름 부은 것
또 다른 문제는 비상계엄으로 인한 경제 위협이 결과가 아니라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송종운 박사는 “인프라까지 망가지고 있는 경제 상황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며 “비상계엄 시도가 최근 침체 국면에 있던 한국 경제에 회복 불가능한 충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송종운 박사는 “통계청 경기순환시계를 보면 2020년 5월 저점을 찍고 그 후로 회복하지 않아 현재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2024년 10월 경기순환시계에 의하면 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수입액, 취업자수,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대기지수는 하강국면, 수축액 지표는 둔화국면, 소매판매액지수는 회복국면에 있으며, 광공업생산지수와 설비투자지수 두 가지만 상승국면에 있다”고 했다.
아울러 송종운 박사는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2004년과 2016년 두 차례 탄핵 사건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사례라고 했다. 2004년과 2016년은 각각 중국 호황이라는 외부적 호재, 반도체 사이클의 강력한 상승세로 경제 위기를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종운 박사는 “하지만 2025년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다른 수출 중심 경제국들이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부적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지금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의한 경제 위기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가계 부채는 통제하고
정부 부채는 적절히 활용하고
그렇다면 위기의 기로에 놓인 한국 경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강영대 위원장은 “앞으로 정부는 부자만 살찌우는 정책이 아닌 불평등을 해소하고 취약 계층 살리는 정책을 실현시켜야 한다”며 “특히 가계 부채를 통제해야 한다. 가계 부채를 크게 지고 있는 취약 계층은 불확실성에 따른 충격으로 위기에 빠지고, 이는 전체 경제 위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빨리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추경을 통해 경상지출·이전지출 정책을 펼치고 한국 경제 상황이 위기 국면으로 가는 것을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동헌 교수는 국가 부채에 대한 관점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주동헌 교수는 “금융기관이 민간 영역에서 금융 중개를 하는 것처럼, 정부는 공공 영역에서 금융 중개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정부는 현재 경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판단하고 필요한 부분의 지출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재원을 세금으로 마련할 건지 부채로 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단순히 국가 부채는 안 된다는 시각으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송종운 박사는 “우리는 87년 체제의 끝에서 대안 없이 윤석열 정권의 정치 체제와 지배 질서를 직면했다”면서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은 그런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재수립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만 바라보지 말고 앞으로 우리 사회를 재구성하는 논리와 이념을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지켜야
경제도 지킨다
강경훈 교수는 정치 제도와 경제 관계의 중요성을 전했다. 강경훈 교수는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이 쓴 책 《좁은 회랑》을 언급하면서 “한 번 민주화를 이뤘다고 해서 더 이상 걱정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구불구불하고 좁은 회랑 같은 길을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정치 제도가 포용적이지 않으면 경제 제도도 포용적이지 못하고, 정치 제도가 착취적이면 경제 제도도 착취적이다. 착취적인 정치 제도와 착취적인 경제 제도에서는 경제성장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포브스는 ‘윤석열을 GDP 킬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강경훈 교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일시 증폭하더라도 어렵게 만들어 온 민주주의 제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영대 위원장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달려갔고,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긴급히 모여 비상계엄 해제를 결의했다. 그리고 시민과 노동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해 광장에 모였다”며 “이를 시민 복원력이라 말하고 싶고, 시민 복원력으로 경제에 가해진 충격을 줄여가고 있는 것이다. 하루 빨리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고 동조자들을 수사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5012101039910226003
6조3000억 원 짜리 비상계엄…쏘나타 22만5000여대 날아간 셈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 2025-01-21 07:44)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미친 충격의 규모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약 6조3000억 원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 대에 2800만 원 가량 하는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쏘나타’를 22만5000여 대 팔아야 메울 수 있는 규모에 해당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조사국은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심리 위축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추정한다.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줄어들고, 그만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28일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이 수치가 1.6~1.7%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음 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종전 전망치보다 0.2~0.3%p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며, 이 중 약 0.2%p가 계엄 여파 때문이라는 게 한은 판단이다.
올해 성장률을 1.9%로 가정한 실질 GDP는 2335조4370억 원이다. 만약 이보다 0.2%p 낮아진 1.7%이 된다면 실질 GDP는 2330조8530억 원으로 4조5840억 원 줄어들게 된다. 단순 계산해 계엄 여파로 올해 이만큼 실질 GDP에 구멍이 날 거라는 얘기다.
아울러, 지난해 4분기 GDP도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한은은 조만간 발표하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0.5%의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0.2%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연간 실질 GDP는 4분기 성장률을 0.5%로 가정하면 2291조8910억 원, 0.2%로 가정하면 2290조1740억 원으로 1조7170억 원 차이가 난다. 즉,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고려한 GDP 감소분을 모두 더하면 6조3010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실제 직·간접 충격은 이를 초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문제는 정치 불확실성이 신속히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해외 투자은행(IB)인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헌법재판소가 3월 중순쯤 탄핵을 인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5%로 낮췄다. 한은은 전날 블로그에서 "무엇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되고 이에 따라 내수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79803.html
[아침햇발] 민주주의 킬러, GDP 킬러 (한겨레, 안선희 | 논설위원, 2025-01-26 14:18)
“윤석열의 계엄령 사태가 초래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할부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라는 우울한 문장으로 끝을 맺었던 국제경제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의 칼럼(포브스, 2024년 12월6일) 제목은 ‘윤석열의 필사적인 곡예가 한국의 지디피(GDP·국내총생산) 킬러인 이유’였다.
칼럼 제목처럼 12·3 내란사태가 한국 지디피의 살인자라는 사실이 속속들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지디피 성장률은 0.1%로 집계됐다. 이는 내란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0.5%보다 0.4%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한은은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내란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의미다. 0.5% 성장률을 가정했을 때 4분기 실질 지디피는 575조770억원이지만 성장률이 0.1%일 때는 572조8550억원이다. 2조2220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내란사태의 영향은 지난해 4분기로 한정되지 않는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는데, 최근 이를 1.6~1.7%로 하향 조정했다. 역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이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성장률을 1.9%로 가정한 실질 지디피는 2332조4130억원인 반면, 1.7%로 가정하면 2327조8350억원에 그쳐 4조5780억원이 줄어든다. 내란사태로 인한 지난해 4분기 지디피 감소분과 올해 예상되는 지디피 감소분을 합치면 6조8000억원에 이른다. 7조 가까운 지디피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청구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란사태 전 1400원 안팎을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내란사태 다음날인 12월4일 단숨에 1410원까지 치솟았고,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147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글로벌 강달러 등의 영향 외에 정치적 이유로만 오른 환율 상승분이 30원 정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를 떠받치고 서민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했지만 고환율 탓에 한은은 지난 16일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물가도 환율 상승 탓에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고용 쇼크’도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5만2000명이 줄어들었다.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에 88.4에 그쳐 11월에 비해 무려 12.3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의 하락폭이다. 1월 들어서도 3.0포인트 반등하는 데 그쳤다.
대외신인도도 갉아먹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에 한국의 국가 시스템이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하려 애쓰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 국가신용등급에 변동은 없겠지만 국가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다. 페섹은 칼럼에서 “현대 아시아에서 계엄령 시행자를 떠올릴 때,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타이, 그리고 이제는 한국까지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폭동사태는 한국은 ‘불안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켰을 것이다.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거침없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와중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사실도 불안감을 키우는 지점이다. 지난해 11월2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신정부의 보편관세 가능성, 후발국의 기술 추격 등을 거론하며 “향후 6개월이 우리 산업의 운명을 가르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겨우 일주일 뒤에 내란사태가 터졌다. 세계 경제의 질서가 바뀔지도 모르는 이 6개월의 골든타임 동안 우리 정부와 국회가 적확하고 밀도 있는 대응책을 펼쳐나갈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
망상에 사로잡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후퇴시킨 민주주의의 킬러는 국민들이 생계와 일상을 영위하는 터전을 파괴하는 경제 킬러이기도 하다. 하루라도 빨리 내란사태를 법적·정치적으로 마무리하는 것만이 국민의 고통과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