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2024년 초 민생토론회 관련 기사
2024년 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재하여 열었던 민생토론회 관련 기사를 비공개로 모아놓았는데, 이번에 공개로 돌린다. 민생을 외쳤지만 정책 일관성, 타당성, 재원마련 방안이 없었던 민생토론회는 이번 대선에서 각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판단하는 데에도 시사점을 준다. 이를테면 권영국 후보를 제외하고 모든 후보가 감세를 외치면서도 재원 확보 방안은 빈약하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09206
대통령실 "TF 통해 물가 안정에 만전…다음주 민생토론회 재개"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2024.05.12 17:11)
대통령실이 최근 신설한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12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물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구조적인 측면, 예를 들어 유통 구조나 무역 구조의 개선에에 초점을 둬 물가를 전체적으로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경제 수장들과 만나 경제·금융 현안을 점검했고, 다음 날인 10일에는 시장을 방문해 물가를 잡는 데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또 "전략산업 TF를 통해 수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산업들이 계속 발전하고 양호한 수출 실적을 거두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투자와 인프라 지원 등을 강화하고, 그 성과가 2차, 3차 협력업체로 퍼질 수 있도록 해 경제 전반에 온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가 다음 주부터 재개된다.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24차례에 걸쳐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었으나 4·10 총선을 앞두고 중단했다. 김 대변인은 "민생토론회를 재개해 윤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삶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개선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와 국가재정전략회의 등을 개최해 우리 사회에 산적한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의 삶을 실제로 나아지게 만들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정쟁보다는 민생에 몰두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정책 방향을 민생과 대국민 소통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특히 여당과도 긴밀히 협력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또 국민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민생 정책을 만들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ytn.co.kr/_ln/0103_202405131510337457
경실련 "尹 민생토론회는 명백한 선거개입...엄정수사 촉구" (YTN 윤웅성 기자, 2024.05.13. 오후 3:10)
지난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진행한 민생토론회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신고한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첫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오늘(13일) 오후 경실련 관계자를 신고인 자격으로 불렀습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민생토론회 대부분이 총선 격전지에서 열렸고, 해당 지역구 맞춤형으로 발표한 정책들이 그대로 여당 후보들의 공약으로 이어지는 등 선거개입이 명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지원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재원 마련 계획은 부실했다며 현실 가능성이 낮은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최초 신고를 접수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무런 조치 없이 경찰로 사건을 넘긴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앞서 경실련은 지난달 5일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가 개최지에 따라 맞춤 개발사업 계획을 제시해 선거에 영향을 주고자 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0346.html
윤 대통령 ‘여당후보 지원’ 민생토론회 선거법 위반일까? 경찰, 법리 검토 착수 (한겨레, 김가윤 기자, 2024-05-13 16:02)
총선 전 24차례 민생토론회
‘통상적 업무 수행’ 여부가 관건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를 열어 국민의힘 후보자 공약과 겹치는 정책을 다수 발표한 것을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의 신고·고발이 이어진 가운데 경찰이 본격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법조계에선 민생토론회 개최를 대통령의 통상적인 업무수행으로 볼 수 있을지 등에 따라 위법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를 신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실련은 조사에 앞서 “선거 때마다 대통령이 개발정책과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진짜 일꾼들이 선출되기 어렵다”며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이 ‘불소추 특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 단계의 판단은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직 대통령이 중요 선거를 앞두고 특정 지역을 방문해 숙원사업 해결을 약속하는 등으로 선거에 개입한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지방선거 전 지역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지역공약을 언급해 “지방순시를 하며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신고된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상징색인 ‘빨간 옷’을 입고, 접전지를 방문해 야당을 비판하는 발언을 반복한 것으로 신고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총선 전 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했을 때도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공직선거법 제9조와 제85조 등은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은 선거에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의 해당 규정 위반 여부가 정면으로 쟁점화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다.
2004년 국회는 “국민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것 등을 이유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탄핵 소추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소추안을 기각하면서도,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선거의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라며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선관위는 ‘특정 후보 및 정당’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통상적인 대통령의 업무수행’으로 판단하거나, 아무 판단 없이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넘기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의 경우엔 윤 대통령이 총선 전 24차례(1차례 불참)에 걸쳐 전국 주요지역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열었다는 점, 해당 토론회에서 약속한 내용이 여당 후보자들의 공약과 지나치게 겹친다는 점에서 위법성을 따져볼 만하다고 평가한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체제에서 대통령은 국정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고 정치적인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람”이라며 “(이번 사례는) 역대 대통령에 비해서도 명시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선거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총선 전 대통령의 행위와 관련해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경우 지속적인 선거운동을 했으면서도 아닌 것처럼 포장한 것이라 죄질이 나쁘다고 볼 수 있지만, 유죄 선고까지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입법적으로 선거를 앞둔 시점엔 토론회나 기자회견을 제한하는 등의 절차를 미리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40466.html
윤 대통령 “민생토론회 시즌2 시작”…49일 만에 재개 (한겨레, 장나래 기자, 2024-05-14 10:32)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 주제
윤석열 대통령이 49일만에 재개한 13일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 노동약자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열린 25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근본적 차원에서 노동약자들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 법은 미조직 근로자들이 질병·상해·실업을 겪었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를 지원하고 노동약자들이 분쟁 조속히 해결하고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분쟁조정협의회 설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노동약자들을 위한 표준계약서도 이 법의 틀 안에서 마련될 것이고, 미조직근로자 권익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부 재정지원 사업의 법적 근거도 이 법에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원청기업과 정부가 매칭해 영세 협력사의 복지증진을 지원하는 ‘상생연대 형성지원사업’과 단독으로 복지 기금 운영이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복지기금을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사업’ 확대 등 노동 약자들을 위한 권익증진사업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이륜차운송보험료 부담 경감 △플랫폼종사자 휴게시설 확충 △공동복지기금조성 사업 확대 △원-하청 상생연대 지원사업 등을 언급하며 “현장에서 즉각 해결할 수 있는 노동약자들이 처한 문제들은 빨리 풀겠다”고 했다.
이번 민생토론회는 총선 전인 지난 3월26일 충북에서 개최된 24번째 민생토론회 이후 49일 만에 재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머리발언에서 “이제 민생토론회 시즌 2를 시작한다”며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지혜를 함께 모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514066200001?input=1195m
尹 "민생토론회 시즌2 시작"…49일 만에 현장 토론 재개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2024-05-14 11:11)
총선 후 첫 민생토론회…국민의례·장관 발표 없애고 시민 발언부터
"이제 민생토론회 시즌 2를 시작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민생 현장에서 국민과 만나 토론회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재개한 것은 지난 3월 26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토론회 이후 49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직전인 3월 말 민생토론회를 중단한 뒤로 한 달 반 가까이 토론회를 열지 않았다.
진한 남색 정장에 연두색 넥타이 차림의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장에 입장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곧장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과거 민생토론회에서 늘 진행했던 국민의례는 이번 토론회 순서에서 빠졌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곧바로 이어졌던 소관 부처 장관 발표도 이번 토론회에서는 사라졌다. 대신 윤 대통령이 발언을 마친 후 카페 근로자, 증권사 총무팀 근로자, 건설 현장 안전 관리 근로자 등 시민들이 먼저 발언을 이어갔다.
남편과 함께 배달 일을 하다 계단에서 넘어져 산재를 당한 한 근로자는 윤 대통령을 향해 "배달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양손을 모아 시민들의 말을 경청하며 간간이 메모했다.
윤 대통령을 제외한 대통령실 관계자나 정부 관계자들은 노타이 차림으로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장 근로자들의 발언에 답변하며 "일터에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공정하게 보상받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행동하는 노동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40515/124937712/1
尹 “개혁은 적 만드는 일… 뺏기는 쪽서 정권퇴진 운동” (동아일보, 전주영 기자, 2024-05-15 01:40)
교육-노동-연금-의료 개혁 완수 의지
민생토론 재개 “노동법원 설치 검토”
“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적을 많이 만드는 일로 뭔가를 빼앗기는 쪽에서는 정말 ‘정권퇴진 운동’을 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노동·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렇지만 그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제 임기 동안 반드시 (개혁)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그냥은 안 되겠다”고도 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추진 후 의료계 집단 반발로 의료 공백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여당의 4·10총선 참패 이후 야당이 ‘채 상병 특검법’ 등을 고리로 대통령 탄핵 여론을 띄우고 있는 데 대한 비판적 시각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노동현장을 주제로 총선 후 처음 열린 25차 민생토론회에서 “우리 정부는 추상적인 어떤 무슨 경제 슬로건이 아니고 교육, 노동, 연금, 의료 등 4가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과 의대 증원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을 하게 되면 결국 많은 국민들에게 이롭지만, 또 누군가는 어떤 기득권을 빼앗긴다”며 “이로움을 누리게 되는 사람들은 별로 인식을 못 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걸 잘 못 느낀다. (반면에) 뭔가를 빼앗기는 쪽은 정말 정권 퇴진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말 어떤 개혁을 해 나간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이 개혁은 근본적으로 우리 국민들을 더 안전하게 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정권 퇴진 운동” 발언까지 꺼낸 것은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론을 띄우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여권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노동법원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노동자가) 어떤 민사상 피해를 봤을 때 이것이 원트랙으로 다뤄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체불임금 등 노동자의 피해나 더 큰 이슈들이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노동법원의 설치를 적극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언급했다.
토론회에선 윤 대통령 발언 이후 곧바로 이어졌던 소관 부처 장관 발표가 사라졌다. 그 대신 윤 대통령이 발언을 마친 후 카페 근로자, 증권사 비정규직 근로자, 건설 현장 안전 관리 근로자, 아이돌 가수 출신 페인트공 등 시민들이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시민 발언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개선 방안을 주문했고 “점심도 거르고 (토론회를) 더 계속하고 싶다”라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40698.html
[사설] 민생토론회 재개 윤 대통령, 야당 협조 얻을 방안 있나 (한겨레, 2024-05-15 18:24)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선거 개입 논란을 빚었던 민생토론회를 49일 만에 재개했다. 직접 명명한 ‘민생토론회 시즌2’를 통해 민생을 챙기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입법이 필요한 정책 사안을 내놓으면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야당과의 협치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보여주기용’ 행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열린 2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 약자’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지칭한다고 한다. 노동계가 주장해온 이들의 ‘노동자성’ 인정이나 사용자 책임 부과 등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다. 이와 함께 임금체불 등 노동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노동법원도 임기 내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법원 설치는 그간 노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왔으나, 현 정부에선 한번도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법체계를 바꾸는 중대한 사안을 깜짝 발표한 셈이다. 당장 3년도 남지 않은 임기 안에 이를 수행할 동력이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2개의 정책과제 모두 입법이 필수적인 사안들이다. 앞서 24차례의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과제는 240개에 이르고, 이 가운데 입법이 필요한 과제는 85건이었다.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4건에 불과해 여전히 81건의 법률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2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추가된 2건을 더하면 83건에 대해 국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21대는 물론 22대 국회에서도 야권과 긴밀히 협력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는 공수표가 된다는 얘기다.
거대 야당은 국정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노동·의료 개혁 등과 관련해 “개혁은 지금 같은 세상에선 적을 많이 만드는 일” “뭔가를 빼앗기는 쪽에서는 정권 퇴진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요구를 기득권 싸움 정도로 폄하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위해 서울∼부산을 일곱번 왕복하는 거리(5570㎞)를 이동했다고 자화자찬한다. 하지만 ‘대통령 원맨쇼’로 전락한 민생토론회의 내용적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를 얻을 방안부터 궁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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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politics/election/1127216.html
총선지원 대통령 민생토론회 3월까지…실현 가능성 의문표만 (한겨레, 김미나 기자, 2024-02-04 19:47)
이제까지 8차례 서울·경기권 집중…3월 초까지 15차례 안팎 진행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3년차 ‘민생 행보’를 부각하려고 시작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의 업무보고가 4일로 반환점을 돌았다. 현장성을 가미한 쌍방향 소통을 통해 현장에서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즉각 해결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지만, 상당수 대책이 법 개정 사안으로 현실화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회 개최 지역도 총선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경기권에 몰려 있어, ‘여당 총선 지원 행보’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경기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민생경제’를 시작으로 주택(1월10일), 반도체(15일), 상생금융(17일), 교통격차 해소(25일), 디지털·국민권익보호(30일), 의료개혁(2월1일) 등을 열쇳말로 지금까지 일곱 차례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지난달 22일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규제개혁 토론회에 불참한 것을 합하면 한달 새 8차례, 평균 사나흘 간격의 토론회를 통해 정책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런 토론회를 총선 한달 앞인 3월 초까지 열다섯 차례 안팎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번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정책 다수가 파장이 큰 대형 어젠다이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및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2차),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3차),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7차) 등은 모두 각종 언론에 비중 있게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야당이 다수당인 국회의 합의가 필수적인 것들이어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할 입법 사항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하여 추진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점도 심각한 문제”(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달 내 늘봄학교 본격 시행,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배정 방안 등도 연달아 발표할 방침인데 이 또한 국회 논의 과정에 성패가 달려 있다.
민생토론회 개최 지역이 여덟 차례 모두 서울·경기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윤 대통령은 지금껏 서울 영등포구, 경기 용인·고양·수원·의정부시와 성남시 판교·분당 등을 찾았다. 고양시에서는 노후 아파트 단지 방문, 의정부시에서는 전통시장 방문 현장 일정을 추가해 시민들을 직접 만났다. 이는 2020년 21대 총선 때 경기 지역 의석이 더불어민주당 51석, 국민의힘 7석, 정의당 1석으로 압도적 야당세를 보였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한겨레에 “정부·여당의 정책이라면 제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안이 돼서 나와야 하는 책임이 필요한데,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의견을 나누는 민생토론회가 아니라, 대통령의 한 방향 ‘민생 스피치’였다”고 지적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28370.html
[사설] 대통령 공약발표회로 변질된 지방순회 ‘민생토론회’ (한겨레, 2024-02-14 18:30)
윤석열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를 대체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가 ‘총선 공약 발표회’를 방불케 하고 있다. 주로 여당 약세 지역이나 격전지를 토론회 장소로 선택해 굵직한 정책 이슈를 풀어놓으면서 사실상 총선 지원에 나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열한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부산을 글로벌·물류·금융·첨단산업 거점 도시로 육성하겠다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입주기업 세제·재정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냈고, 북항 재개발과 경부선 지하화 등 지역 숙원사업 해결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쏟아낸 지역 맞춤 공약을 통해 부산 민심 달래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부산을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26일 이후 약 50일 만이다. 당시 2030 국제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로 민심이 동요하자 대기업 회장단과 ‘떡볶이 먹방’을 펼쳤고, 이번엔 민생토론회 첫 비수도권 지역으로 부산을 선정했다. 앞서 서울·수도권에서 열차례 열린 민생토론회 역시 유사한 패턴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토론회 개최 장소는 윤 대통령의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을 선정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방문한 지역은 대부분 국민의힘이 열세이거나 승부처로 삼는 곳이었다. 여당의 ‘험지’를 골라 찾아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및 재건축 규제 완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 및 신설, 상속세 완화 등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깜짝 발표’한 정책 다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야당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파장이 큰 정책 이슈를 발표하면서, 실현 가능성도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발표부터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또 ‘토론회’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는 정책 홍보 위주의 진행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중순까지 영남권과 충청권을 두루 찾아 민생토론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토론회를 보면 관권선거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 또 총선 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인다. 또 윤 대통령이 이처럼 선거 전면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가 총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도 의문이다. 대통령이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재탕’ 또는 섣부른 공약을 쏟아내는 모양새는 총선 이후까지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다.
https://www.khan.co.kr/opinion/yeojeok/article/202402221746001
[여적] 윤석열식 ‘민생 사용법’ (경향, 손제민 논설위원, 2024.02.22 17:46)
요즘 윤석열 대통령 입에서 떠나지 않는 말이 ‘민생’이다. 그는 22일 경남 창원시에서 지역 기업인들을 만나 “원전이 곧 민생”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자그마치 14번째 이어온 ‘민생토론회’ 자리였다. 지난 18일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민생 현안 집중 등 제반 사유로 인해” 방문을 연기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국민들은 초유의 나흘 앞 국빈 정상방문 취소 사유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이 아니라 ‘민생’ 때문이었음을 비로소 듣게 됐다. 말의 사용 빈도로만 보면 가히 ‘민생 대통령’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이 너무 잦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해 12월26일 국무회의에서 “순방이 곧 일자리 창출이자 민생”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뭐지? 한국어를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불과 두 달 전에는 순방이 곧 민생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민생을 위해 순방을 가지 않는다 했다.
윤 대통령에게 도대체 그 민생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 말일까. 누군가가 어떤 말을 아무 곳에나 너무 자주 써서 그 의미가 불분명해지다 못해 상충되는 지경에 이른다면, 사회적 약속인 언어로서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민생의 사전적 정의인 ‘일반 국민의 생활과 생계’에 그대로 집중해서는 발화자 의도를 파악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땐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와 가까운 이들이 그 말을 어떻게 쓰는지 보는 게 도움이 된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문제로 갈등을 겪은 뒤인 지난달 29일 오찬 회동을 했을 때 동석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말이다. “오늘은 민생 문제만 얘기했다.” ‘윤·한 갈등’이 격했던 때라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이는 찾기 어려웠다. 명품백 물음에 민생 얘기로 빠져나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윤 대통령이 민생이란 말을 쓸 때는 ‘명품백은 생각하지 마’라는 의미로 읽어야 할 것 같다.
민생만큼 그 쓰임이 구체적이지 않아 공허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쓰이는 말도 없는 것 같다. 이런 식이면, 정치권도 언론도 이 말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3071930001
[사설] 해도 너무한 선거용 지방행차, 이런 ‘귀틀막 대통령’ 없었다 (경향, 2024.03.07 19:30)
윤석열 대통령이 7일 18번째 민생토론회 장소로 인천을 찾았다. 이번에도 “인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대한민국 도약의 지름길”이라며 지역 개발 약속을 쏟아냈다. 항공·항만·철도·도로와 배후부지까지 거론할 수 있는 건 다 망라했다. 새해 1월4일 첫 토론부터 이날까지 64일 동안 민생토론은 매번 이랬다. 전국을 돌며 선심성 약속이나 표심을 자극하는 개발 청사진만 쏟아냈다. 그러다 ‘총선 개입’ 논란이 커지더니 급기야 고발전으로 번졌다.
윤 대통령의 18번 민생토론회는 선거용 의혹을 살 만하다. 시기·장소부터 묘하다. 총선 전 100일이면 행여 시비에 휘말릴까 자제하는 것이 통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 시기에 3.5일에 한 번, 즉 매주 두 번꼴로 전국을 순회했다. 대전·충남을 포함해 경부축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영남권을 오갔다. 국민의힘 표 결집이 필요하거나 격전이 예상되는 곳들이다.
토론회 형식과 내용은 더욱 부적절하다. 윤 대통령이 정부 계획을 죽 밝히면, 참석자들이 그 정책이 필요한 고충을 이야기하고, 정부 관계자 답변과 윤 대통령 마무리 발언이 이어지는 식이다. 애초 반대 의견이나 다른 질문이 나올 공간은 없다. 각본에 따른 ‘일방 홍보쇼’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내용도 그린벨트·군사보호구역 해제, 재건축 규제 완화, 가덕도·대구경북 신공항 같은 개발 공약이거나 상속세 완화, 국가장학금 대폭 확대 등 선심성 계획들로 점철됐다. 대규모 재원이 들거나 국회 입법이 필수지만 재원 대책 등은 없다. 일단 던져놓고 보는 ‘선거 공약’ 의심이 들고, 재탕도 많다. 정작 시민들이 힘들어하는 고물가·고금리 등 민생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관권 선거’라며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 개입 금지(85조)를 규정하고, 구체적 사례의 하나로 ‘즉시 진행하지 않을 사업의 기공식을 하는 행위’(85조1항5호)를 제시하고 있다. ‘당장 하지 않는 사업 발표’를 윤 대통령이 쏟아내는 건 누가 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열심히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며 요지부동이다. 이러니 입틀막에 더해 ‘귀틀막 대통령’이란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범죄 엄정 대응을 지시하며 “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당시 검찰 회의에선 3대 중점 단속 사안의 하나로 ‘공무원의 불법 선거 개입’을 꼽았다. 부메랑이 된 그 말이 윤 대통령은 부끄럽지 않은가.
https://www.naeil.com/news/read/503730
민생토론회 효과?…“지역에 유리” “총선구도 악영향” (내일신문, 이재걸 기자, 2024-03-08 13:00:34)
대통령실, 관권선거 비판에 “선거 후에도 계속”
유세로 보일라 … 윤 방문현장 ‘과잉환영’ 제지
관권선거 논란을 낳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행보가 총선에는 실제 어떤 효과를 미칠지 관심이다. 대통령실은 비판 차단에 나서는 한편 윤 대통령의 현장방문 분위기 관리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민생토론회의 ‘실효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는 모습이다.
먼저 총선에 기여한다는 평가다. 총선은 어디까지나 지역선거이므로 행정부 수반이 지역현안 해결에 직접 나서주는 게 여당의 표심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다. 윤 대통령 역시 의사 집단행동 사태를 거치며 지지도 회복세를 보인 만큼 더 이상 여당의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엿보인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아무리 대통령이 지역민들에게 인기가 없더라도 지역을 찾아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까지 싫어할 수는 없다”며 “지역선거에 유리한 효과가 있다”고 풀이했다.
여권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면 정부가 지역민생 해결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오히려 총선을 핑계로 대통령이 두문불출하는 게 책임방기 아니냐”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전국행보가 전체 선거 구도에 악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 일방소통 이미지 등으로 비호감도가 높은 대통령이 캠페인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빈번히 노출되는 것은 위험요소라는 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총선은 한동훈의 국민의힘과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 구도로 치러지는 것이 여권으로선 가장 바람직하다”며 “전체 총선판과 수도권 민심 등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눈에 주인공으로 비칠수록 악영향”이라고 봤다.
한편 대통령실은 7일 민생토론회가 ‘불법선거운동’이라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 “민생 토론회는 선거와 관계없이,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두 달 동안 약 925조원의 퍼주기 약속이 이어지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에 “사실 왜곡”이라며 “대부분은 자발적인 민간 투자, 또는 민자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중앙 재정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GTX(광역급행철도)-B 준공의 경우 2030년으로 현 정부 임기 뒤라면서 “근시안적 정책만을 저희가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지역방문이 노골적인 유세로 비칠까 촉각을 세우는 기류도 읽힌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통시장을 찾을 때 지역정치인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주의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열성 지지층이 플래카드나 손팻말을 챙겨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강하게 자제를 당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election/article/202403110600035
두 달여간 전국 17번 순회…여당 선거운동 선봉에 선 윤 대통령 (경향, 유정인 기자, 2024.03.11 06:00)
민생토론회 18차례…주제도 감세·개발 등 ‘민심 공략용’
유세하듯 “바꿔보겠다” 약속 남발…관권선거 논란 커져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가 4·10 총선을 앞둔 집권 3년 차 국정운영의 최대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윤 대통령이 직접 곳곳에서 지역 현안 해결을 강조하고 감세·개발 정책을 쏟아내면서 포퓰리즘·관권선거 논란도 함께 확산 중이다. 총선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용산발’ 여권의 정책 발표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반발이 이어지며 충돌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첫 민생토론회가 열린 1월4일부터 지난 7일까지 윤 대통령은 17번 토론회를 주재했다. 컨디션 난조로 불참한 제5차 토론회를 합하면 18차례 토론회를 열었다. 개최지는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기간은 “올 한 해 계속”(윤 대통령, 지난달 20일)으로 확장일로다. 초반 10회 동안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돌았다. 이후 6차례 대전·충남, 부산·울산·경남, 대구 등 경부선 라인을 훑은 뒤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왔다. 강원과 호남 지역에서도 조만간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지역 행보가 많아질수록 “대구를 마 한번 바까(바꿔) 보겠습니다”(16번째 토론회), “인천의 바다, 하늘, 땅 모두를 확실히 바꿔놓겠습니다”(18번째 토론회) 등 총선 전 정당에서 나올 법한 강도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토론회에서 발표한 주요 정책은 감세·개발·개혁 등 크게 세 갈래다. 감세, 사회간접자본(SOC)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 개발, 의료·교육 등 개혁 과제 관련 정책들이다. 윤 대통령은 초반 토론회에서 감세 약속을 하는 데 집중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다주택자 세금 경감과 함께 상속세 완화를 시사했다. 개발 정책은 항공·철도·도로를 망라한 SOC 공약과 함께 각종 부동산·토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의사 수 증원과 늘봄학교 등 윤 대통령이 방점을 찍는 의료·교육 개혁 어젠다도 토론회를 통해 재차 강조됐다.
이 같은 정책은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건전재정 기조에 어긋나는 데다 일부는 법안 통과를 전제로 한 구상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총선을 의식해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들을 던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례로 금투세 폐지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부자감세’ ‘급조법안’이라는 야당 비판에 직면하며 논의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방안 역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야당은 수백조원에 달하는 사업이 망라된 ‘토론회 정책’들이 총선 뒤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민한 시기에 윤 대통령의 전국적 행보가 잇따르면서 여당에 대한 우회지원 논란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의 ‘선대본부장’ 역할을 한다며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어 “대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인가”라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의 선택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정책 행보를 대폭 강화한 데는 이번 총선에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독일 국빈방문 취소, 명품가방 수수 문제가 불거진 뒤 3개월째 이어지는 김건희 여사의 잠행 역시 총선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당이 패배할 경우에는 입법을 통한 국정과제 실현의 길은 멀어지고, 권력누수 현상도 조기에 올 수 있다. 승리할 경우에는 그간 ‘여소야대’ 국회에서 묵혀둔 윤석열표 법안들을 대거 꺼내들며 국정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로 2022년 3월10일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은 지 꼭 2년을 맞았다.
https://www.naeil.com/news/read/503805
‘민생토론회’ 총선 후가 더 중요하다 (내일신문, 이재걸 정치팀 기자, 2024-03-11 13:00:03)
새해부터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물 만난 고기 같다. 며칠 후면 어느덧 20회다.
민생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시행착오를 거쳐 나름 자기 스타일에 최적화시킨 대국민소통 방식이다. 임기 초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은 돌발적인 질문과 정제되지 않은 답변으로 자주 뉴스꺼리를 만들더니 포기했다. 대신 지난해 초 신년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시도하고, 여름부터는 민생현안 주제별로 일반국민 ‘패널’을 도입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었다.
이들을 섞은 민생토론회는 실시간 소통의 형식을 빌되 ‘하고 싶은 말만 해도 되는’ 행사가 됐다는 점이 윤 대통령 마음에 가장 들었을 것 같다.
‘관권선거’ 비판이 거세지만 윤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내부 평가는 나쁘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토론회 때마다 여러 지표로 사후모니터를 꼼꼼히 한다”며 “특히 지역매체들의 보도를 눈여겨보는데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토론회를 준비하는 부처들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거꾸로 보면 민생토론회를 고리삼아 윤 대통령이 일선 공직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7일 “(민생토론회가) 선거와 관계없이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싶다. 실제로 선거 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이 끝나면 몇 달 후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적어도 약 2년여 간은 큰 선거가 없다.
남은 할 일은 총선 기간 전국에 뿌려둔 공약들을 지키는 것 뿐이다. 이미 △GTX-D·E 노선 법적 절차 마무리, F노선 임기 내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충청 CTX 사업 착수 및 대전 경부선철도 지하화 기본계획 수립 착수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사 착공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5월 내) 제정 등 “임기 내에 하겠다”고 한 약속이 적지 않다.
문제는 22대 국회의 정치환경이다. 먼저 국민의힘이 원내 제1당이 될 것이냐다. 윤 대통령은 임기 전반부 여소야대 속에서도 야당을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하며 협력을 사실상 거부했다. 여당이 총선에서 과반의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이상 같은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새로 구성될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대통령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뒷받침할지 관심이다.
물론 4월에 여당이 승리하고 친윤여당이 실현되더라도 여전히 대화와 타협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총선 후의 민생토론회는 ‘성과보고회’가 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 보따리에 기대감을 품었을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협치를 준비해야 한다.
https://www.khan.co.kr/politics/election/article/202403132032005
대통령이 쏟아낸 ‘총 901조 사업’, 재탕·민간투자 빼면 ‘45조’ 규모 (경향, 이호준·이창준 기자, 2024.03.13 20:32)
민생토론회 공약 재원 분석
‘누가 봐도 총선용’ 비판 커지자
대통령실 “재정투입 10%” 해명
‘퍼주기’ 부각 야당 분석도 허점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를 하며 쏟아낸 정책 공약의 재원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역 현안 해결이나 감세·규제완화, 개발 정책 발표가 토론회의 주된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누가 봐도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비등하면서다. 야당에선 “지난 5일까지 진행된 17차례의 민생토론회에서 총 925조원에 달하는 퍼주기 약속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법 관권선거”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통령실은 “중앙 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10% 정도”라며 야당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향신문은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정리한 ‘대통령 민생토론회 약속 이행 관련 예산’ 내역을 분석해 누구 말이 맞는지 따져봤다. 민주당은 대통령 민생토론회 관련 약속 이행 예산이 925조~930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 사업 가운데 지난해 대비 늘어나는 중앙정부 재정만 따져보면 실제 증액 규모는 교통격차 해소 30조원, 원전 연구·개발(R&D) 지원 4조원, 제2대덕연구단지 건설 3조4585억원 등 45조원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 실제 집행 실적에 따라 재정투입 규모가 결정되는 융자·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추가되는 재정 규모는 이보다 더 작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민생토론회 과정에서 기존에 예산을 투입해 집행 중인 사업과 증액, 신규 사업, 민간투자 사업을 다 뭉뚱그려 ‘투자’로 포장해 내놨기 때문이다.
기존·신규 투자 합쳐 포장
일례로 민주당이 꼽은 퍼주기 예산 925조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지난 1월 수원에서 개최된 3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622조원짜리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500조원,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에 16개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경기 남부를 관통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예상 투자 규모는 622조원”이라고 밝히면서,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 민간 사업이라는 부분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1차적으로 정부가 오해의 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크지만, 퍼주기 논란만 놓고 보면 민주당처럼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분류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민주당은 “민간이 투자한 내용을 대통령이 생색만 내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이 재정 퍼주기가 아니라 생색내기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퍼주기 예산’에 포함시켰다.
두번째로 예산 규모가 큰 사업은 수도권 교통개선과 도심철도 지하화, 광역급행철도 도입을 약속한 ‘교통격차 해소 민생토론회’ 사업들이다. 민주당은 수도권 교통개선 11조원, 도심철도 지하화 80조원, 광역급행철도 4곳 68조원 등 총 159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총사업비 134조원보다 25조원가량 많다. 정부는 전체 사업비 중 국비와 지방비로 각각 30조원과 13조6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민간투자(75조2000억원)와 신도시 조성원가 반영(9조2000억원) 등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중앙정부 재정 투입은 30조원에 그쳐 159조원의 예산을 책정한 민주당 분석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또 건설업계 유동성 공급 지원 85조원도 민생토론회 예산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유동성 공급의 기둥인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자 보증(25조원) 등은 금융권과 공공기관을 통해 조성된다.
이처럼 민주당이 정부의 퍼주기 예산으로 분류한 사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추가 재원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보다는 과거에 재정투입이 이미 결정된 사업을 정부가 다시 소개해 재탕하거나 민간투자 사업을 끌어들여 정부 성과처럼 포장해 생색낸 사례가 적지 않다. 정교한 분류보다는 민생토론회에 언급된 주요 사업을 모두 모아 ‘1000조에 육박하는 선거용 예산’이라는 비판 지점을 만드는 데에 몰두한 셈이다.
민주당은 금융기관이나 한국전력 등이 부담하는 소상공인 이자 환급(2조4000억원), 전기요금 감면(2520억원) 등은 퍼주기 예산 리스트에 올리면서도, 정작 막대한 재정투입이 확실시되는 사업은 퍼주기 예산 리스트에서 빠뜨리기도 했다.
실제로 경향신문이 분석해보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각종 감세 정책과 연간 최대 3조원 규모의 재원투입이 추가로 필요한 국가장학금 지급 확대까지 고려하면 50조원을 웃도는 수준의 추가 재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정부 재정과 민간투자, 융자사업, 기존 투자 금액까지 묶어서 마치 새롭게 재원을 투입해 지원하는 듯이 말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야당도 정부 발표가 얼마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인기영합적인 것인지를 정확하게 비판해야 하는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32334.html
20차례 민생토론회 호남 처음 갔다…윤 대통령 “한국형 아우토반” (한겨레, 배지현 기자, 2024-03-14 18:53)
전남도청 민생토론회…“영암~광주 초고속도로”
‘홀대론’ 의식 “호남 없으면 국가도 없다”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전남) 영암에서 광주까지 47㎞ 구간에 약 2조6천억원을 투입해 독일 아우토반 같은 초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을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어 “전남의 생활권을 확장하고 광역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교통 인프라 확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시작한 20차례 민생토론회 가운데 호남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수도권·영남·충청·인천 등 주로 국민의힘 ‘총선 공략지’로 꼽히는 지역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호남 홀대’ 비판을 의식한 듯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으로 전남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전남 남해안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며 △전북 익산~전남 여수 간 철도 고속화 △전남 영암~광주, 전남 강진~완도 고속도로 조속 추진 등을 약속했다. △고흥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및 예타 면제 추진 △순천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등 지역별 세부 정책도 설명했다. 마무리 발언에선 “제가 전남에 한번 오고 안 올 것도 아니고, 앞으로 전남에서 민생토론회를 여러 차례 개최할 것”이라며 “계속 후속조처를 검토하고 진행해서 다음번에 심층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호남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거듭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2003년에서 2005년까지 광주(지검)에 근무하면서 주말이면 호남 지역 전체를 둘러보고 살폈다. 2005년 광주에서 떠날 때 대표로 전별사를 했는데 전별사를 다 읽지 못할 정도로 호남에 많은 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역 공개일정에 맞춰 자주 찾던 전통시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 대신 민생토론회를 마친 윤 대통령은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참관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32312.html
[사설] 이젠 한국형 아우토반까지, ‘안 되면 말고’ 민생토론회 (한겨레, 2024-03-14 18:00)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는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총사업비가 약 900조원에 이르는 개발 공약을 쏟아내면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이미 착수한 사업을 포장만 달리해 우려먹는 등 총선용 공수표를 무책임하게 남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20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영암에서 광주까지 47㎞ 구간에 약 2조6천억원을 투입해 독일의 아우토반과 같은 초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이 ‘한국형 아우토반’은 올해 처음 연구용역을 시작한 단계에 불과해 국토교통부조차 실현 가능성을 확언할 수 없다고 밝히는 사안이다.
이날까지 20차례 진행한 민생토론회가 대체로 이랬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추가 신설과 철도·도로 지하화 등 수도권 교통 대책의 경우, 사업비 134조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75조2천억원을 민간 재원으로 배정했다. 최소한 1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장학금 수급 대상 확대(100만명→150만명)에 대해서는 소요 예산이 얼마인지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덕신공항, 부산 북항 재개발 등 이미 사업이 확정된 기존 사업을 재탕하는 생색내기용 발표도 많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통해 밝힌 각종 공약의 총사업비는 약 900조원인데, 실제 예산 증액 규모는 45조원 수준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지역에서 원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경우 우선순위와 경중을 가릴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중앙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해 투자 적정성을 따지는 이유다. 그런데 대통령이 전국을 다니면서 다 될 것처럼 개발 공약을 쏟아내면 여당의 총선 승리 여부와 무관하게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는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과는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도 정부가 거둬들이겠다고 밝힌 세수보다 6조원가량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등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감세 공약도 모자라 ‘묻지마’ 개발 공약까지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통령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32388.html
“꺼낼 건 다 꺼냈는데”…국토·산업부 ‘쥐어짜기 토론회’ 골머리 (한겨레, 최하얀 기자, 2024-03-15 07:00)
전국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나 지역·도시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14일까지 진행된 20차례 민생토론회 가운데 14번 동원되는 등 그간 민생토론회는 주로 개발과 규제 담당 부처가 집중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회적 약자나 안전망 담당 부처는 소외됐다. 토론회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토론회에 집중 동원되는 개발 담당 부처들은 새 아이템 급조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고 있다.
14일 한겨레가 지금껏 열린 민생토론회 회차별 주무·참여 정부부처들을 종합해보니, 민생토론회 ‘단골’ 정부부처는 국토부였다. 국토부는 주택 정책을 주제로 했던 두번째 토론회(1월10일)와 교통 정책을 다룬 여섯번째 토론회(1월25일)를 총괄한 것을 포함해 총 14차례 민생토론회에 투입됐다. 특히 11회차 토론회부터 이어지고 있는 지역 순방형 토론회들에는 단 1차례만 빼놓고 모두 참여 부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우리 부처의 거의 모든 부서가 민생토론회에 한번씩은 투입됐다”며 “지역 순방형 토론회를 앞으로도 이어간단 게 대통령실 방침인 터라, 에스오시 개발사업 담당 부서의 긴장도는 높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민생토론회에 자주 등장한 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8번 참여)다. 반도체 토론회(1월15일)뿐 아니라 지역 순방 토론회에도 4차례 참여했다. 산업부가 담당하는 산업단지 관리나 원자력발전 산업이 민생토론회 주요 소재인 까닭이다.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가 각 7번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6번씩 얼굴을 내밀었다.
사회적 약자나 환경을 보호하고 관련 제도를 설계·집행하는 부처들은 상대적으로 민생토론회에 덜 동원됐다. 여성가족부는 2번, 고용노동부와 환경부는 각각 4번씩 모습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들어 추진한 릴레이 토론회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각 부처가 이미 꺼내놓을 아이템은 거진 다 꺼내놓은 상황”이라며 “민생토론회를 계속한다면 쥐어짜기식 억지 행사 만들기는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32385.html
100조 공약 펑펑, 돈은 어디서…윤 대통령의 ‘졸속 설명회’ (한겨레, 박수지 최하얀 기자, 2024-03-15 07:00)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가 지난 두달간 20차례 이어진 가운데, 정부가 100조원 넘는 개발 사업에도 현실적인 재원 방안을 내놓지 않거나 조 단위가 소요될 사업에 대한 기초적인 예산 산정도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토론회가 선거철 ‘졸속 투자설명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사업화되려면 타당성조사나 법 개정이 필요한 공약도 수두룩한데다 아이디어 수준에서 발표되는 사업도 많은 탓에 ‘관권 선거’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스무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어 “영암에서 광주까지 47㎞ 구간에 약 2조6천억원을 투입해 독일의 아우토반과 같은 초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속도로에서 최저 시속 140㎞ 이상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인 터라 ‘한국형 아우토반’이라 이름 붙었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초고속도로 개념부터 이달 중 발주할 연구용역 뒤에야 정립할 예정이다. 안전성 문제가 핵심인 사업이라 연구의 객관성 담보가 중요한데,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면서 주무부처는 사실상 답이 정해진 숙제를 떠안게 됐다.
돈 낼 민간은 생각도 않는데
이처럼 대통령의 말로 설익은 아이디어가 공식 추진되고, 부처가 근거를 뒤늦게 만드는 일이 두달 남짓 반복되고 있다. 지난 1월25일 출퇴근 30분 시대를 만든다며 정부가 발표한 ‘전국 광역철도망(GTX) 시대’, ‘철도·도로 지하화’, ‘신도시 광역교통 개선’ 등 ‘3대 교통혁신 전략’의 관건은 재원 확보다. 국토부는 총사업비 134조원 중 75조2천억원을 민간 재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만 밝힌 터다. 지티엑스 2기 노선과 지방의 광역급행철도 사업은 민간 투자 유치를 적극 검토하고, 철도 지하화에 따른 철로 상부 및 역사 부지 등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으로 충당한다는 발상이었다.
현재 수도권에서도 역사 개발 등이 좌초된 사례가 여럿인데다, 사업성 검토도 이뤄지기 전에 불쑥 발표된 터라 ‘비현실적인 재원 조달 구상’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같은 날 발표된 지티엑스 2기 노선은 1기보다 사업성이 낮다는 우려부터 나왔다. 국토부도 “(2기 노선 중) 에프(F) 노선은 현재로선 사업성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일부 구간만 우선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는 “민간 투자를 유치하려면 충분한 사업성 검토가 핵심인데, 적합성을 따져보기 전에 대통령 발언 한마디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이 추진될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조 단위 국가장학금도 추계 안 해
내년부터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기존 100만명에서 150만명까지 늘린다고 지난 5일 ‘깜짝 발표’한 국가장학금 확대 방안도 최소 1조원 이상 예산이 든다. 소득 기준 하위 50%까지 받던 장학금 대상자가 75%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 편성된 국가장학금 예산은 4조7205억원으로, 단순히 대상자를 50% 늘린다고 가정하면 연 2조3천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고소득 가구인 만큼 기존에 연 350만원(최대)까지 지원했던 금액보다 적게 200만원씩만 지원한다 하더라도 추가 예산은 1조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부는 “구체적인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재원 조달 방법은 물론 예산 추계 자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같은 날 대학생에게 연간 240만원까지 주거장학금을 지원한다는 발표도 내놨지만 마찬가지로 재원 언급은 피했다. 정부 발표 하루 뒤인 지난 6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급 대상과 예산 추계 모두 불분명하다”며 “청년 표를 얻기 위해 급조된 정책”이라고 날을 세웠다.
추진 ‘n년차’ 사업도 끼워넣기
최근 지역별 토론회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정부의 ‘과장 광고’도 잇따른다. 새로울 것 없는 사업일지라도 윤 대통령이 직접 한번씩 언급하는 것만으로 전국 각지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어낼 수 있다는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부산에서 개최된 11회차 민생토론회다. 이 토론회 이전까지의 민생토론회는 주택·반도체·금융·교통처럼 서로 다른 정책 ‘테마’를 소재로 구성됐고, 토론회마다 설익거나 급작스러운 정책과제가 튀어나와 논란이 됐다. 정비사업 안전진단 규제 완화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역순방식 토론회가 시작된 11회차 토론회에서 전면에 내세워진 것은 가덕도 신공항과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 등 이미 추진 중인 지역개발 사업이었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경우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거라는 ‘경제성 부족’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때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이다. 2021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사업 추진을 약속했을 때, 국민의힘은 정작 “관권 선거의 끝판왕”,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내팽개친 사건”이라고 맹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소요 재정이나 사업비 추계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워낙에 설익은 사업도 많고,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비 상당 부분을 부담해야 하는 과제도 수두룩하다.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확실성과 변수도 많아 소요 재정 추계를 하려면 가정에 가정을 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32487.html
“풀 겁니다”…대통령은 어디 가서 또 무얼 풀어놓을까 (한겨레, 신소윤 기후변화팀 기자, 2024-03-15 19:00)
다음주의 질문
“풀겠습니다, 풀 겁니다.”
지난 11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마어마한 산림자원을 가지고 있는” 강원도에서 각종 규제를 풀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해 11월 착공식이 열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더불어 “오대산·치악산 등 국유림에 케이블카·관광열차·야영장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국토부·산림청에서도 이 부분(규제 완화)에 대해서 더 전향적으로 나가주시길 바란다”며 못을 박았다.
오색케이블카는 국립공원 훼손 문제로 40년 이상 찬반 논란이 이어진 사업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2월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를 하면서 ‘허가’에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설악산이 뚫리면 다 뚫린다’는 그동안의 시민사회 우려를 현실로 확인해줬다.
또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보존과 이용을 잘 조화시키는 게 바로 기술”이라며 “환경을 보존하면서도 이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이 전세계적으로 널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림 훼손이 불가피한 개발 사업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첨단 기술로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말은 실제 정책을 실행하는 관계 부처에 녹아들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지난 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및 제4회 국립공원의 날 기념식’에서 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발언을 들어보면 그렇다. 한 장관은 이날 “국립공원을 체계적으로 보전하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여 국민과 지역사회가 그 혜택을 풍성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국립공원 가치’를 강조해온 환경부는 국립공원 보전 정책 외에도 각종 환경 관련 규제에 대해 후퇴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킬러규제 혁파’를 내세워 환경영향평가를 완화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소상공인 부담’ 등을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지난달 21일 울산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비수도권 그린벨트 대폭해제 방안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한 장관은 같은 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환경부는 이 단계에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동의를 통해 개발의 물꼬를 터준 만큼, 그린벨트 해제 대응에서도 보전보다는 개발에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4월 시행을 앞둔 ‘택배 과대포장 규제’에 대해선 예정대로 시행하되 2년간 단속을 하지 않기로 해 ‘사실상 유예’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강원도청은 이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사 입찰공고를 내어 6월 중에 ‘첫 삽’을 뜨겠다고 밝혔다. 그 첫 삽이 환경부 관할 보호지역 개발의 서막이 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열심히 지방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열고 있다. 다음주엔 어디에 가서 무엇을 풀어놓을까. 전국에 총선발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10466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약속, 기막힙니다 (오마이뉴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24.03.15 07:27)
[진단] 진행 중 사업에 민간투자 등 포함해 부풀리기... 위협받는 '재정건전성'
선거노믹스
올해는 한국을 포함한 70여 개 국가에서 전국 단위 선거가 열리는 '슈퍼 선거의 해'다. 동시에 전세계가 '선거노믹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돈을 풀고 세금은 깎아주는 것이 주된 방식이다. '선거노믹스'(electionomics, 일렉셔노믹스)는 일단 올해 선거가 있는 국가 대부분에서 관측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올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업무보고를 대신하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1월 4일부터 3월 14일 전남까지 현재 스무 번의 민생토론회가 열렸다. 보통 연초 업무보고는 대통령실에서 받거나, 부서를 방문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진행하는 전국적 행사가 돼버렸다.
방문한 지역의 특징을 보면 스무 번 중 호남 1번, 대전·충청 2번, 강원 1번, 부산·울산·경남 3번, 대구 1번을 제외하면 열두 번이 수도권이다. 정치적 고려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수도권도 경기북부와 남부 등 여당 지지도가 높은 곳은 없고, 서울(3번)과 서울과 가까운 지역들(인천, 광명, 하남, 성남 2번, 의정부, 수원, 고양, 용인)이다. 호남에선 14일 한 차례 민생토론회가 열렸지만, 개최 전까지만 해도 '구색 맞추기, 호남홀대론'이 제기됐다. 불리한 곳은 가지 않고 총선 격전지를 가는 것으로 본다면 야당이 관권선거라고 비판할 소지가 있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정치적 고려가 없는, 그야말로 민생토론회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지난 13일에도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부처업무보고에 민생 목소리를 담아서 하나하나 해결해 주는 쪽으로 좀 바꿔보자"면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통해 나온 약속 이행 재원이 '928조 원'이나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은 "대부분 자발적인 민간 투자, 또는 민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중앙 재정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전체 투자 금액을 봤을 때는 중앙 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10% 정도, 그 미만으로 보고 있다"(3월 7일 대통령실 관계자 브리핑)고 반박하고 있다.
모순되는 정책 공약들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주요 정책은 세 가지다. 감세와 개발과 개혁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책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와 크게 어긋난다.
우선 '감세'는 재정건전성 기조와 상반된 정책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의 경우에는 부자감세와 급조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미 이전에 진행된 5년간 85조 원 규모의 감세와 경기부진으로 2023년도에 56조 원이나 세수가 부족해진 데다 이를 메우려고 지난해와 올해 133조 원씩이나 국채를 발행했거나 할 예정이다.
'개발'은 사회간접자본과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있다. 각 지역에 공항을 짓고 철도를 놓고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의 경우엔 과잉 건설로 경제성이 부족하기 떄문에 이후에 재정 부담을 가져올 것이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는 수도권 집중 강화와 환경 파괴라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된다. 박정희 정권이 가장 잘한 정책이라고 찬양하는, 보수-진보 공히 동의하는 몇 안 되는 제도가 그린벨트인데, 이것이 이제 사실상 사문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많다.
'개혁'은 의대 정원 증원과 늘봄학교 등 정책이다.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기 때문에 진행되는 사업들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구체적 실행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은 예산안 통과나 법적 규정 때문에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단 계획만 늘어놓고 있어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입법을 통한 국정과제 실현은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900조원과 45조원의 행간... 진짜 걱정은 총선 이후
반전이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정리한 '대통령 민생토론회 약속 이행관련예산'을 분석한 결과, 실제 증액 규모가 45조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마저 실제 집행 실적에 따라 재정 투입 규모가 결정되는 융자지원금 등을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이보다 더 작아질 것이다.
정부가 이미 기존에 진행 중인 사업에다가 증액, 신규사업 민간투자 등을 다 포함시켜 마치 새로 시작할 것처럼 부풀린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가장 큰 액수를 차지하는 622조 원짜리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다(수원 민생토론회서 발표). 민간투자를 정부 사업인 것처럼 이야기한 것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이것이 정부의 생색내기인 점을 알면서도 퍼주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 예산안은 신규 예산이 매년 1% 남짓이다. 정부 기획 능력의 부족도 있지만 사회구조가 고도화되고, 이미 대부분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방식을 변경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사업의 필요성이 적은 것이다.
정부여당의 생색내기와 야당의 무능과 편승도 문제지만 진짜 심각한 것은 다른 데 있다.
이러한 공방 와중에 타당성 부족으로 시작도 안 한 사업이 문지방을 넘을 수 있다. 또한 이미 시작했더라도 불요불급, 즉 당장 필요하지 않아서 후순위로 밀린 사업들이 정치의 힘으로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야당도 자신들이 내세우는 감세-개발사업이 많다. 내로남불인 셈이다.
따라서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물론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되기 때문이다.
걱정은 '위협받는 재정건전성'이다. 국가부채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미래엔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부담이 줄어든다. 오히려 고금리 시대에는 현재에 부담을 준다. 올해 예상 국채발행이 1195조 원이다. 1000조 원이면 국고채 금리 3.5%시 35조 원이다. 올해 R&D 예산이 26조 원이고, 국방예산이 59조 원이다. 미래투자 재원보다도 많고 국가안보를 지키는 예산의 반이 넘는다.
한 가지 교훈이 있다. 김대중 정부는 IMF외환위기 때 예비타당성 제도 도입으로 토건을 억제하고, 적극적 과학기술지원 정책으로 IT부흥을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를 대규모의 재정투입으로 극복했지만, 4대강 등 토건사업 중심의 경기부양을 주로 하다가 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시기를 놓쳤다. 그 결과, 지금의 구조적 위기가 온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려는가. 이명박 정부의 '시즌2'인지, 아니면 그마저도 역행하려는지. 대규모 R&D 예산 삭감을 보면 우려가 더욱 커진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33952.html
윤 대통령 남발 ‘민생토론 청구서’ 들고 내년 예산도 건전재정? (한겨레, 최하얀 박수지 안태호 기자, 2024-03-26 17:57)
2025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작업 착수
정부가 2025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재정 당국 앞에는 올해 들어 20여차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 청구서가 놓여 있다. 정부 재정의 수입과 지출에 막대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실상의 총선 공약 사업을 예산에 반영해야 하면서도 ‘건전재정’이라는 현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도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내걸었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의 기조와 중점 투자 사업 등을 담은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의결된 지침에 맞춰 각 부처는 5월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예산요구안을 제출하고, 이후 예산 당국과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를 거쳐 9월2일까지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건전재정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주재해온 민생토론회가 ‘밑그림’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민생토론회 현장에서 제기된 민생 과제에 대한 해답을 담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정적자 규모를 줄여가겠다고 밝혔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전날 연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균형재정(재정 수입과 지출을 같게 운용하는 재정)으로 가기엔 경제에 오는 충격이 크니, (재정) 적자를 줄여간다는 차원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기조로 내걸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 과제를 동시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앞서 기재부가 공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재정 총수입-총지출-사회보장성기금 수지) 적자 비율은 2.9%다. 정부가 스스로 목표로 삼는 기준(3.0%)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한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최근 꺼내진 추가 감세방안까지 시행되면 재정적자 수준이 올해(3.9%)에 이어 내년에도 목표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생토론회 청구서 이전에도 ‘건전재정’은 멀어져가고 있었던 셈이다.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재원 규모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 한해 예산 가운데 53%(올해 본예산 기준)는 법에 따라 지출이 정해진 의무지출이라 삭감하기 어렵고, 나머지 재량지출에서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면 순수한 의미의 재량지출은 12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10%를 구조조정해 새 사업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그 규모는 12조원 정도에 머무른다. 신규 사업을 위한 재정 여력이 그 정도라는 뜻이다.
민생토론회에 뒤따른 신규사업 소요 예산 규모가 ‘깜깜이’인 점도 내년도 예산 편성의 난도를 끌어올린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민생토론회로 신규 투입될 예산 규모가 어느 정도로 예상되느냐’는 질문에 “방향만 제시되고 구체화해야 하는 사업들이 많다”며 “지금 단계에서 (필요 예산이) 어떤 규모일 것이다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건전재정은 수입이 늘고 지출을 줄이는 것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감세 정책으로 수입을 줄여 재정 건전성 지표가 망가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대규모 지출 사업을 약속하면서 건전재정도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꼬집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33960.html
[사설] 총선 앞 ‘관권선거’ 논란만 남긴 윤석열식 민생토론회 (한겨레, 2024-03-26 18:06)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에서 24번째 민생토론회를 연 것을 끝으로 오는 4·10 총선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1월4일 시작해 ‘총선용 관권선거’라는 비판에 아랑곳없이 3~4일에 한번꼴로 온 나라를 휘젓다시피 하더니, 공식 선거운동 개시(28일)를 앞두고서야 멈춘 것이다. 최근 참여연대가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85조(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등 위반 혐의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상황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국민과 함께 민생을 토론한다’는 명분을 댔지만, 실상 24번의 토론회 모두 국민을 병풍 세워놓고 당장 솔깃한 지역개발 공약 등 총선용 선심 정책을 남발하는 자리였다. 가는 곳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지티엑스(GTX) 본격화와 철도·도로 지하화 추진, 그린벨트 대폭 해제, 남부권 광역 관광개발, 통합 신공항 개항 등 지역 표심을 겨냥한 개발·투자 유치 계획 발표를 쏟아냈다. 그러나 900조원에 이르는 재원 마련 방안은 언급하지 않거나, 두루뭉술 넘어가는 등 대부분 뜬구름 잡는 식이었다. 가덕신공항, 부산 북항 재개발 등 기존 사업 재탕 발표도 많았다. 이날 청주에서도 오송바이오클러스터 등을 언급하며 “내년부터 첨단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2030년 바이오 생산 2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사상 최대로 삭감한 올해 연구·개발 예산을 어떻게 복구할지 등 구체적 방안은 빠졌다.
토론회 대부분이 여권 약세 지역이나 승부처로 삼는 지역에서 열렸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25일엔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출마한 용인에서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 등 지역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하루 만에 찾은 청주도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 김수민 전 의원 등 친윤계가 공천된 곳이다.
윤 대통령은 이처럼 전국을 돌며 공수표를 뿌리면서 고물가 등 진짜 민생 문제엔 무신경과 무대책을 드러냈다. “대파 한단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또 그걸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후보는 “875원은 한단 아닌 한뿌리 가격”이라며 옹호하려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각종 후유증만 낳고 벼랑 끝 민생엔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전시성 행사는 총선 뒤에라도 재개할 생각을 아예 접는 게 좋다. 그간 나라를 들쑤신 관권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선관위가 조속히 엄정한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33992.html
‘관권선거’ 논란 민생토론 24번 돌고선 “오해 최소화”…잠정 중단 (한겨레, 이승준 기자, 2024-03-27 05:00)
윤 대통령, 4·10 총선 때까지 일시중단
다수 국힘 전략지…용인은 측근 지원 비판도
1월 초부터 전국을 돌며 진행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가 26일 24번째인 충북 청주를 끝으로 4·10 총선까지 일시 중단한다. 대통령실은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주 2회꼴로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 개발 사업 등을 발표하는 방식의 민생토론회를 두고 그간 정치권에선 ‘관권선거’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 청주시 복합문화공간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24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충북이 첨단바이오산업의 선도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 규모가 2020년 기준 43조원대인데, 20 35년까지 200조원 시대를 열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까지 민생토론회는 △경기(9회) △서울(4회) △영남(4회, 부산·대구·울산·경남 각 1) △충청(3회) △강원(2회) △인천(1회) △전남(1회) 등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은 5번째 민생토론회(서울)를 제외하고 모두 참석했다.
그런데 개최 지역이 대체로 국민의힘 총선 공략지역으로 꼽히는 곳인데다, 특히 격전지인 경기와 서울에서 절반 이상이 열려 논란이 일었다. 발표 내용도 △전국 광역철도망 확대 등 지역 개발·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 △그린벨트 해제 등 규제 완화 △국가장학금 확대 등 재원 조달 불투명 사업 등에 집중되며 ‘총선 공약’을 방불케 했다. 이에 야당은 “대통령이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냐”며 비판을 거듭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엔 측근인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국민의힘 후보(경기 용인갑)로 출마한 용인시에서 민생토론회를 열어 ‘측근 우회 지원 아니냐’라는 비판까지 자초했다. 민생토론회 뒤 이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공유하며 “23번째 민생토론회에서의 대통령의 약속, 이원모가 말하는 처인 발전안”이라고 올렸다. 이에 김부겸 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국민들 눈높이에 봤을 때 그런(선거 지원)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real_estate/article/202403280600055
토건으로 표밭 갈기…국토부 총동원된 ‘민생토론회’였다 (경향, 유희곤 기자, 2024.03.28 06:00)
24번 중 18회 관여…주관만 4번
신도시 재건축·철도 지하화 등
대부분 ‘부동산 호재’ 정책 집중
총선 앞 ‘관권선거’ 비판 잇따라
국토부 “민생과 직결되는 내용”
https://img.khan.co.kr/news/2024/03/28/l_2024032801000860000080241.webp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올 초부터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국토교통부가 주관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회 주관(총괄)만 4번하고, 타 부처 토론회에도 14번 참여하는 등 총 18번 관여했다. 행사의 7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부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지만 대통령이 총선을 의식해 사업성 검토가 끝나지 않았거나 착공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는 개발 사업을 잇달아 약속한 증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생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직접 전국 곳곳의 민생 현장을 찾아 주제별로 국민과 함께 토론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1월4일부터 시작한 토론회는 이달 26일까지 총 24번 열렸다. 28일부터 시작하는 제22대 국회의원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앞두고 잠정 중단됐다. 대통령이 지역 맞춤형 개발 약속을 쏟아낸다는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면서다.
실제로 경향신문이 27일 조사한 결과, 민생토론회를 가장 많이 주관한 부처는 국토교통부로 총 4회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무조정실·지방시대위원회(대통령 직속)가 각각 3회씩 주관했고, 보건복지부가 2회였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대통령 직속)·교육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행정안전부·국방부는 한 번씩 행사를 맡았다.
국토부가 주관한 토론회는 대부분 개발 계획에 집중되어 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조기 재건축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1월10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대와 철도·도로 지하화(1월25일),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3월7일) 등 모두 개발 호재로 인식되는 계획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발표(3월19일)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소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기도 했다.
국토부가 직접 주관하지 않더라도 다른 부처가 담당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여한 경우도 14번이었다. 예컨대 비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열린 부산 민생토론회(11번째·2월13일)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울산에서 열린 토론회(13번째·2월21일)에서는 개발제한구역(GB) 규제 완화가 각각 언급됐다.
국토부가 민생토론회 24차례 중 주관한 행사 포함 총 18번을 참여한 셈이다. 특히 11번째 민생토론회 이후 수도권을 벗어나 부산·울산 등 지역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국토부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여했다.
국토부가 참여한 민생토론회에서는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 여러 차례 강조됐다. 예컨대 철도·도로 지하화는 1월 말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후 인천 토론회(3월7일)에서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계획이 다시 나왔다. 당초 국토부 발표 자료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언급했다.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지역 숙원 사업으로서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등이 진행 중이다.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도 6번째 민생토론회 이후 대전에서 열린 12번째(2월16일), 충북에서 개최된 24번째(3월26일)까지 세 차례 언급됐다.
이처럼 국토부가 민생토론회의 ‘핵심’ 부처로 여러 번 등장했다는 자체가 ‘관권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은 필요하지만 관권선거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발표 시기를 집권 초기나 선거와 무관한 때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아파트 짓고, 길 닦는 계획을 지역별로 발표하다 보니 국토부가 계속 민생토론회에 참여하는 것 같다”면서 “과거에는 대통령 행사가 한 달 전에 계획돼 실행됐는데 올해 민생토론회는 개최 3일 전까지도 주제가 확정되지 않아 고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러나 “도시·도로·주택 건설이라는 업무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고 모두 민생과 직결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2816220001608?did=NA
24번 민생 외쳤지만 '세 가지'가 없다... "실효성도 물음표" (한국일보, 세종= 이유지 기자, 2024.03.29 04:30)
[석 달간 24번, 3無 민생토론회] 부처 엇박자... 정책 일관성 떨어져
'한국형 아우토반' 등... 타당성 미비
"민간투자가 90%"... 재원 불분명
'손바닥 뒤엎듯 바뀐 정책 기조와 일단 지르고 본 개발 약속, 장밋빛 전망에 기댄 재원 마련.'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진행한 24번의 민생토론회는 이 같은 '3무(無)' 논란을 남기고 잠정 중단됐다. 세 달간 공표한 350건이 넘는 정책 중 사업 타당성, 재원 확보책이 부재한 것도 수두룩해 실효성 논란 등 후폭풍은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①정책 일관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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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물=박구원 기자
정부 정책의 핵심은 신뢰고, 신뢰를 뒷받침하는 건 일관된 정책 기조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내년 시행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세를 돌연 폐지하겠다고 나선 대통령‧정부는 민생토론회에서도 갈지자(之) 행보를 보였다.
국가장학금이 대표적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저소득층에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양질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달 뒤인 이달 5일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국가장학금 수급대상을 15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전체 대학생(200만 명)의 75%에 장학금을 주겠다는 것으로, 당초 경제정책방향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대거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이 국회 문턱을 통과(지난해 12월 21일)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내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기로 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1월 15일 민생토론회에서 "올해 R&D 예산을 줄여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걱정하지 말라. 내년엔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발맞춰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R&D 예산 구조조정으로 현장의 비효율성이 개선됐다는 보고를 대통령실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과학기술계 의견을 듣지도 않고 감액하더니 불과 수개월 만에 문제가 해결됐다며 R&D 예산 증액 논의를 하고 있다"며 "정치적 판단에 따른 번복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편성하며 4조6,000억 원(14.6%)을 삭감했다. 1991년 이후 33년 만의 R&D 예산 감축 명분은 '나눠 먹기식 카르텔 혁파'였다.
민생토론회에서 고양·용인·수원·창원의 특례시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윤 대통령과 달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고양시 서울 편입을 내건 것도 혼선이 불가피하다.
②타당성이 없다
사업 타당성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일단 개발 공약을 던지고 보는 것도 문제다. 이달 14일 전남도청을 찾은 윤 대통령은 "도로와 철도, 교통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핵심"이라며 전남 영암~광주를 잇는 '한국형 아우토반' 건설(47㎞‧2조6,000억 원) 사업을 내걸었다. 시속 140㎞ 이상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인 만큼 안전성 검증과 관계 법령 개정이 필수지만 덜컥 공표됐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제야 초(超)고속도로의 개념 정립을 위해 연구용역에 나선 상태다.
1기 광역급행철도(GTX-A‧B‧C노선) 중 B‧C노선은 제대로 착공도 못 했는데, 1기 노선 연장과 2기(D·E·F노선) 신설 계획을 발표한 것도 성급하다는 평가다. 1기 노선 경과를 살펴야 추가 노선의 사업성, 재원 조달 계획이 명확해진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업 타당성 검토가 엄정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하면 국가자원 배분에 비효율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정운용 효율성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③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
미비한 사업 타당성 검토는 재원 마련 부실로 이어진다. 대통령실‧정부는 전국 GTX 시대, 철도·도로 지하화 등 '교통혁신 3대 전략' 소요 재원(134조 원)의 절반 이상(75조2,000억 원)을 민간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기업이 사업성을 판단해 자발적으로 투자할 것"이란 게 대통령실 입장이나, 기업들이 실제 투자에 나설지 정해진 건 없다. 개발 사업은 타당성 평가에서 경제적 편익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재원 확보를 두고 안이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지역을 순환하는 GTX-F 노선만 해도 벌써부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장학금 확대, 청년 주거장학금 신설 등 얼마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지 알 수 없는 정책도 다수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재원 마련 방안이 불투명하면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게 된다"며 "거듭되는 정부 정책 신뢰도 추락은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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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내민 민생토론 청구서, 계산 어려워"... 관가 난감 (한국일보, 세종= 조소진 기자, 2024.03.29 08:00)
[석 달간 24번, 3無 민생토론회] 재정당국, 관련 부처 속앓이
"예산 얼마나 필요할지"
"쓸 재원도 마땅치 않아"
"총선 결과 따라 공수표 될 수도"
3개월간 이뤄진 24번의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쏟아낸 정책을 뒷받침해야 하는 세종 관가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내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사업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지 추산하기 어려운 데다 사업성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사업을 예산에 끼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정책에 어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지 계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방향만 제시되고 구체화해야 하는 사업이 많다”며 “지금 단계에선 필요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일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규모 지출을 약속했지만, 가용할 재원 수단이 많지 않은 점도 기재부의 고민을 키운다. 세수 불안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써야 할 돈은 많아졌기 때문이다. 건전재정 기조를 내건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재원 확보에 나서기 어려운 만큼 재량지출을 손봐 가용금액을 마련해야 할 판이다.
앞서 기재부는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국정과제를 제외한 모든 재량지출을 10% 이상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 예산에서 고정비 성격의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은 120조 원 안팎이다. 여기서 10%를 줄여도 12조 원 남짓에 그친다. 최소 수십조 원이 소요될 ‘민생토론회 예산 청구서’를 감당하기엔 부족한 금액이다.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예산요구서에 넣어야 하는 다른 부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타당성 검사조차 거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구체화해 예산요구서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각 부처가 예산요구서를 내면 기재부가 취합해 정부 예산안을 편성한다. 한 부처 관계자는 “아무리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국비 투입은 불가피하다”며 “안 그래도 빠듯한 예산을 효과도 불확실한 정책에 책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작 필요한 사업의 예산이 줄어 정책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관가에선 벌써부터 ‘공수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총선 이후 여야 구성에 따라 민생토론회 발표 정책의 추진 동력이 꺼질 수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 입장에선 어느 때보다 총선 결과에 민감한 분위기”라며 “정부 정책은 정치와 별개로 추진돼야 하는데 부처 업무계획을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소화한 격이라 선거 결과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35344.html
[사설] 총선 앞 민생토론 자화자찬, 선거 도움된다 생각하나 (한겨레, 2024-04-04 22:38)
정부가 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틀 전 사회 분야에 이어 두번째로, 경제 분야를 대상으로 연 점검회의다.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 발표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공식 선거기간 개시에 맞춰 중단했던 토론회(정책 보고회)를 ‘점검회의’라고 이름만 바꿔 이어가는 꼴이다. 민생고 해결에 도움 되는 정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가장 절실하게 해결을 요구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내용을 되짚어 거론하고, 행사를 생중계했다.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행보다.
정부는 이날도 선심성 정책을 추가 발표했다. 정부 대출 사업의 신혼부부 소득 합산 기준을 대폭 완화해,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 소득 기준을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신생아 출산 가구 특례대출 기준을 1억3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소득이 많은 신혼부부에게도 특례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맞벌이 부부 소득 기준을 3800만원 이하에서 4400만원 이하로 높이겠다는 것은 저소득층 지원 대책이지만, 이날 점검회의에서 점검한 정책의 대부분은 고물가, 고금리, 소득 부진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의 갈증 해소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올 들어 1월2일부터 윤 대통령 주재로 24차례 ‘민생토론회’를 이어가는 동안, 정부의 경제 운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져왔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둘째 주에는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한 이들 가운데 18%가 ‘경제·민생·물가’를 이유로 들었다. 최근 3월 넷째 주 조사에서는 23%가 이를 꼽았다. 민생토론회 기간 오히려 실망이 커지고, 기대는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농산물가격안정자금 투입 등으로 좀 더 적극적인 물가관리에 나섰지만, 전체 물가에 영향을 끼치기엔 턱도 없는 금액이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오르고, 환율도 상승세여서 상당 기간 물가고를 털어내기 어려워 보인다. 소비 부진도 해소될 기미가 없다. 부자감세에 매달리고, 재정지출을 극도로 억제하는 지금까지의 경제 운용으로는 뭔가 하는 시늉을 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정책 성과를 자찬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일을 성찰하고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042110005
윤 대통령 민생토론회 정책, 여당 후보들 공약과 판박이 (경향, 강한들·김세훈·이예슬 기자, 2024.04.04 21:10)
야 “공약 짬짜미” 강력 반발
전문가들 “위법 소지 있어”
https://img.khan.co.kr/news/2024/04/04/l_2024040501000188000016591.webp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전국을 돌며 진행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민생토론회)’ 내용의 대다수가 해당 지역에 출마한 여당 후보 공약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 지역구 후보가 공약을 발표한 직후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같은 정책 추진을 약속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진행한 ‘정책 투어’가 ‘선거 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이 4일 24차례 진행된 민생토론회 주요 내용과 토론회가 진행된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개발 정책’은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의 공약에 그대로 반영된 사례가 많았다. 지난 1월10일 경기 고양에서 진행된 토론회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 용적률 상향’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이는 고양갑에 출마한 한창섭 후보의 ‘규제 철폐·절차 단축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신속 진행’ 공약과 고양을에 출마한 장석환 후보의 ‘취락지구 용적률 및 종 상향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공약 등에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1월15일 경기 수원 토론회에서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622조원이 넘는 투자를 해서 적어도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수원병에 출마한 방문규 후보의 ‘반도체 메가시티 허브 조성’, 수원정 이수정 후보의 ‘346만명 규모 일자리 수요에 대응할 반도체 인재 양성 체계 구축’ 공약에 반영됐다.
민주당·녹색정의당 등 야당들은 “윤 대통령과 여당 후보들이 주거니 받거니 공약을 짬짜미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총선 직전 대대적으로 열린 민생토론회가 ‘선거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후보나 당의 공약을 대통령이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선거 지원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37847.html
[사설] 세수 비상인데, 민생토론회 약속 이행이 우선이라니 (한겨레, 2024-04-23 18:00)
우리나라 법인세 납부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 악화로 삼성전자는 11조5300억원, 하이닉스는 4조6700억원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전년도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두 반도체 기업만이 아니라 다른 주요 대기업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평균 40%가량 줄었다고 한다. 영업이익이 줄면 그에 비례해 법인세도 준다. 애초 정부는 올해 법인세가 77조7천억원가량 걷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론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체 국세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법인세만이 아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이른바 ‘신3고’ 현상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부가가치세 수입도 크게 늘기 어렵고, 주택경기 침체에 따라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처를 6월까지 2개월 더 연장하기로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2021년 11월 코로나19 사태와 국제유가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 안정책으로 내놨던 유류세 인하 조처를 9번째 연장한 것이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가 5조5천억원이었다. 올해는 유류세 종료를 전제해 지난해보다 세수가 4조2천억원 늘어나는 세입을 편성했는데, 유류세 인하 연장으로 인해 그만큼 세수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정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세수 부족은 경기침체 여파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여러 차례 강행한 부자감세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등 추가 감세 방안을 남발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를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국정 방향은 옳다’는 윤석열 대통령 방침에 따라 경제팀 역시 수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민생토론회’와 관련해 “(국민과의) 약속이니까 가능하면 지키려고 한다”며 “그걸 지키려면 그릇을 비워야 하는 부분이 있다. 재정 효과성 측면에서 모든 분야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점검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총선 민의에 역행하는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