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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티전자, “고통분담했는데 야반도주라니”

새벽길 2009. 3. 6. 15:47
노동자들에게 통보도 없이 하루 밤 사이에 회사를 옮겨버린 자티전자의 사례는 한국의 자본가들이 어떤 이들인지를 잘 보여준다.  
 
자본과 MB정부, 보수언론들은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자들이 고통을 분담하면 고용은 보장해 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저들은 고통을 분담할 생각이 없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담시키려 한다. 자티전자 노동자들과 같이 노조를 만들어 대응하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대졸 사원 초임 삭감이 나온 이유도 바로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티전자가 관악구에 있었던 것도 눈에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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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잠든사이 회사가 사라졌네 (한겨레, 노현웅 기자, 2009-03-01 오후 08:25:32)
자티전자, 서울서 인천으로 이전
경영난 속 순환휴직 합의도 파기
“출퇴근 어렵게 해 직원정리 꼼수”

 
네비게이션 제조업체 자티전자에 근무하는 120여명의 직원들은 지난 2월25일 출근했더니 직장이 사라진 황당한 경험을 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통보도 없이 밤 사이 서울 관악구 인헌동 사옥에서 인천 남동공단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지난 1984년 설립된 자티전자는 네비게이션, 블루투스 핸즈프리 등 무선통신기기 제조 및 판매로 성과를 이뤄온 견실한 중소기업이었다. 연 매출은 100여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 1월 38명의 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2006년 이후 3년 연속 적자 누적에 의한 경영 악화가 이유였다.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회사 쪽은 사직 권고자들에게 정리해고 통지서를 전달하고, 2월2일 인천 남동공단으로 회사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한 직원은 “영업 활동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급작스럽게 이전을 결정할 이유가 없다”며 “노조가 조직되고 해고가 쉽지 않아지자, 출퇴근을 어렵게 해 직원들이 떨어져 나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교섭에 들어갔고, 2월12일 회사 쪽은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노조 쪽은 직원 절반씩 순환 휴직으로 인건비를 줄이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 쪽은 24일 합의를 파기했다. 순환 휴직에 의한 비용 절감 효과가 적다는 이유였다. 25일 새벽 1시께 회사 이전 작업이 시작됐고, 새벽 5시30분께 출근한 직원이 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공장 설비 대부분이 인천으로 이전한 뒤였다.
 
이 회사 김영진 총무이사는 “노조가 제시한 순환휴직에 의한 비용감축 효과가 생각보다 적었고, 공장 임대료 등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전이 결정된 것”이라며 “낮에 이사를 할 경우 건물에 입주한 다른 업체에 불편을 줄 수 있어 부득이 새벽에 이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동석 자티전자 노동조합 분회장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사옥 자체가 회사 건물인데 임대료 절감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인천에서 버티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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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분담했는데 야반도주라니” (참세상, 정문교 기자, 2009년03월05일 17시54분)
자티전자, 노조 만들자 본사이전
 
“작년 3월 네비게이션이 안 팔려 직원들에게 70대 정도를 팔라고 했어요.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 다들 발 벗고 나섰죠. 그런 직원들에게 나가라는 거예요. 인원감축만은 막으려고 순환휴직 등 고통분담했는데 갑자기 회사가 사라진거죠” 임동석 금속노조 자티전자분회 분회장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자티전자는 지난달 25일 새벽 직원들 모르게 서울 낙성대에서 인천 남동공단으로 이전했다.
 
순환휴직 감수해도 회사는 이전
자티전자는 3년 누적적자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1월 6일 120여 명의 직원 중 38명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평범한 사무직 노동자였던 임동석 분회장은 해고를 막기 위해 금속노조를 찾았고 상담을 시작한 지 열흘 만인 같은달 20일 노조결성 총회를 열었다.
 
노조가 설립되자 회사는 정리해고를 통보하고 2월 2일 본사를 서울 낙성대에서 인천 남동공단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노조는 교섭을 요청했고 직원 1/2 순환휴직 등을 제안해 1억 원의 인건비를 줄이는 고통분담을 제안했다. 교섭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 사이 18명이 희망퇴직 했지만 노조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월 24일 회사는 교섭파기를 선언하고 다음 날 새벽 본사를 이전했다. 노조는 서울 상계동, 구리시, 분당시 등에 거주하는 직원들이 있어 자연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노조설립으로 전면적 구조조정이 어려워지자 취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  자티전자는 2월 24일 노사협의 파기선언을 한 다음 날 새벽 회사를 이전했다. [출처: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
 
자티전자 회사 관계자는 “통근버스를 이용하면 1시간 안으로 출근할 수 있다. 순환휴직을 받을 수 없었던 것도 희망자를 확인해보니 노조가 설명한 인건비 감축이 불가능해서다. 적자를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다. 회사축소 계획은 없지만 인원 자연감소야 회사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영 잘못해 위기 왔는데 책임은 누가?”
자티전자 노동자들은 회사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자티전자 노동자 A씨는 “블루투스 핸즈프리로 수익이 제법 났어요. 하지만 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폰에 집중투자하면서 적자로 돌아섰죠. 사장의 독단적 판단 때문이었어요. 명절선물로 참치캔 하나도 주지 않은 회사였지만 살려보겠다고 나섰는데 돌아온 건 회사이전뿐이예요”고 했다.
 
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는 자티전자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이 강제해고, 무급휴직, 휴업수당 미지급 등을 상담하기 위해 노조를 찾는다는 것. 하지만 법률안내, 개별상담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 비하면 노조를 만들어 대응하는 자티전자 노동자들이 나은 처지라는 이야기다.
 
구자현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임금을 줄이면 고용은 보장해 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자티전자는 대표적인 사례일 뿐입니다. 노동자에게 양보하라고 하지만 양보할 것도 없는 이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