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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경남도 주민참여예산 조례 / 브라질, 참여예산제가 ‘1% 위한 정책’ 뒤집었다 (한겨레, 08-11-03)

새벽길 2009. 1. 10. 08:24
 

알맹이 빠진 주민참여예산 조례 (경남도민일보, 2008년 12월 23일 (화)  표세호 기자)
도의회, 전문가 등 참여 위원회 운영 제외
 
경남도 예산편성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조례가 추진되지만 알맹이가 빠져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다. 경남도의회는 최근 '경남도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달 1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주민참여예산 조례안은 황태수(한나라당, 마산3) 의원이 발의 준비하고 도의원 전원이 서명했다. 조례안 주요내용을 보면 도지사는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표시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와 주민참여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매년 예산편성 방향과 주민참여예산 범위, 주민의견 수렴절차 및 방법 등 주민참여예산제 운영계획을 알려야 한다. 이와 함께 주민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간담회·설문조사를 할 수 있으며, 연구회나 협의회를 둘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주민이 '이런저런 걸 해달라, 어떤 분야에 예산을 많이 배정해 달라'는 식의 의견을 낼 수는 있으나 예산편성 방향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인 참여를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굳이 이런 내용의 조례가 없더라도 경남도 등 도내 시·군마다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의견을 모아내는 절차는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참여예산제의 핵심인 각계 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 운영은 아예 빠졌다. 또한, '법령준수 의무' 조항을 통해 "주민참여는… 도의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하지 않고 도지사의 예산편성권 행사의 범위 내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제한했다.
 
이는 추진됐던 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집행부와 심사하는 도의회 양측에서 압박을 받은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황 의원은 처음에 대전광역시처럼 각계 50~60명으로 위원회를 꾸리는 안을 만들었으나 위원 구성을 15명으로 줄였다가 아예 위원회 조항을 뺐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집행부 권한 침해, 도의원 심의권 침해 등 많이 부닥쳤다. 조례안이 사실 약해졌다"며 "하는 게 중요하니까 조례를 만들어놓고 계속 개정해서 강화해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민참여예산제는 광주 북구가 지난 2004년 전국에서 처음 조례를 제정했고, 2006년 정부가 표준조례안을 만들면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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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예산제가 ‘1% 위한 정책’ 뒤집었다 (한겨레, 황예랑 기자, 2008-11-02 오후 10:45:04)
상위층 일방지원 대신 빈곤층에 예산 우선지원
포르투 알레그리서 시작…시민 정치의식 높여
다시 그리고 함께 [4부] 진화하는 세계의 진보 6. 브라질

 
“직통 도로 운영이 제대로 안된다. 정부는 왜 약속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나?”
“시 정부가 주택 문제를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아 실망했다.”
 
지난 7월 15일 저녁, 포르투 알레그리시 중앙시장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참여예산평의회(COP)’. 포르투 알레그리시 16개 지구를 대표해 참석한 시민 평의원 40여명이 앞다퉈 시 정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키파레테농 지구 평의원인 코메르신도 산토스 페레라(71)는 “10월 시장 선거를 앞두고 참석인원이 줄어들긴 했지만, 주택회사 사장이 여론을 듣기 위해 참석할 만큼 중요한 정치 현장”이라고 말했다.
 
포르투 알레그리시는 1989년부터 시 예산 편성과 심의·집행·평가 등에 이처럼 시민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16개 지구마다 주민총회를 통해 요구안을 마련해오면, 각 지구에서 2명씩 뽑힌 평의원들이 모여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어떤 지역에 학교를 세워야할지, 다른 지역에 도로를 닦아야할지를 시민들이 직접 토론해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짜여진 예산안은 연말에 시의회의 형식적인 의결을 거쳐 통과되고, 시민들은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예산 집행과정을 감시한다. 지난해엔 시 정부 투자예산의 5%가 참여예산제를 통해 배분됐다.
 
지난 20년 동안의 이런 ‘직접 민주주의’의 실험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상위 1%만을 위해 쓰이던 공공정책의 우선순위가 뒤집혔다. 빈곤층한테도 예산 배분에 있어 일정한 권리를 쥐어준 덕분이다. 1989년 50%도 안됐던 상수도 보급률은 이제 90%에 육박하고, 공립학교도 3배 늘었다.
 
참여예산제와 관련한 주민자치모임이 활발해지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1986년 180개였던 주민회는 3배 이상 늘어났고, 축구·삼바모임 등 주민자치조직은 현재 3천여개에 이른다. 주민총회 등을 통해 참여예산제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은 전체 인구 130만명 중 3.5%인 4만5천명밖에 되지 않지만, 이런 ‘풀뿌리’ 주민조직들은 민주주의가 자라는 토양이 됐다. 포르투 알레그리가 매년 ‘세계사회포럼’이 열리는 ‘민주주의의 도시’로 자리잡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시민들은 참여예산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7월초 포르투 알레그리 지역신문인 <지로 호라(Zero Hora)>가 주민 602명을 상대로 ‘참여예산제’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85%가 “알고 있다”고 대답했고, 74%가 “긍정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2004년 사회주의민주당(PPS) 소속의 조제 포가사 시장 체제가 들어선 뒤에도, 참여예산제는 없어지지 않았다. 참여예산제에 더해, 지역의 요구를 기업·대학 등에 제안해 투자받는 형식의 ‘지역연대책임 거버넌스’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시 정치행정담당 끌레니아 마랄냐오(54) 국장은 “시 예산뿐만 아니라, 기업·대학의 협조를 얻어 지역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10월초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노동자당은 “포가사 시장이 기업 투자를 끌어들여 참여예산제의 정신을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시 예산의 25%에 이르렀던 참여예산 배분액을 5%로 줄인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반대편에선 “노동자당은 재정 적자를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참여예산제를 이용한다”고 맞섰다. 시장으로 출마한 후보 8명은 소속 정당과는 무관하게 모두 ‘참여예산제 유지’를 공약으로 내놨다. 시 참여예산 담당자인 줄리오 푸졸(42)은 “참여예산제에 반대하면 낙선할만큼, 빈곤층을 비롯한 시민들의 정치 참여의식이 강해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예산제를 연구·교육하는 시민단체인 ‘도시 연구와 조언센터(CIDADE)’의 세르지오 그레고리오 바이에르레 고문은 “참여예산제는 정치에서 배제돼 있던 대다수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고, 실제 빈곤층의 삶의 질을 개선시켰다”며 “지방 정부의 권력을 시민들의 손에 넘겨줬다는 점에서 정치 혁명이라 불릴만한 이 뜻깊은 실험은 더 발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르투 알레그리/글·사진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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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200여 도시로 확산 자발참여 없인 권리 다시 뺏겨”
폰트 전 포르투 알레그리 시장
 
시의 예산 편성·집행에 시민을 직접 참여시키는 ‘참여예산제’는, 1989년 포르투 알레그리시에서 노동자당 소속의 올리브 투트라 시장이 집권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월 참여예산제 20주년 행사 때는, 이 성공적인 정치 실험을 배우러 80개국 7천명이 이 도시를 찾았다. 노동자당 출신의 세번째 시장(1996~2000년)이었던 라울 폰트(63) 주 의원은 “포르투 알레그리의 경험은 참여 민주주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참여예산제는 다른 도시·국가로 얼마나 퍼져 있나?
=1989년 유엔이 정한 ‘훌륭한 세계 시민제도’로 뽑혔고, 브라질 200여개 도시에서 참여예산제를 운영하고 있다. 5천개 도시 중 극히 일부지만,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영향을 받는다. 아르헨티나·프랑스 등에서도 도입했다.
 
-이 제도가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식으로 기여했나?
=시 의회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모든 예산을 결정하는 대신, 아래로부터의 시민 요구를 시청 운영위원회에 반영시키도록 한 것이다. 참여예산제 지역별 지구가 6개에서 16개로 나뉘면서, 시민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여건이 마련됐다. 시 중심지구에선 공원·치안을, 외곽에선 도로·전기를 요구하므로 분권화가 필요했다. 또 1994년 내가 부시장일 때 보건·환경·교통 등 6개 주제별 위원회가 생겼다. 주제별 위원회는 매년 4차례 도시의 주요정책 방향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한국에도 이미 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지방자치단체가 있고, 지역주민운동단체의 관심도 많은데 조언을 한다면?
=시민의식 함양이 중요하다. 실제 참여 주민은 3.5%뿐이지만, 지역·영역별 자발적인 참여가 없다면 예산권은 36명의 시 의원에게 다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높은 시민 의식과 정부의 의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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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운영 성공…좌파정당 실력 발휘
PT당의 과거와 현재
 
1980년 창당 뒤 브라질노동자당 출신 시장이 당선된 도시는 1982년 달랑 두 곳이었다. 1988년 상파울루 등 36개 시장 선거에 승리하면서, 노동자당은 비로소 ‘전국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특히 참여예산제를 처음 도입한 포르투 알레그리시에선 3차례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1992년 54명이던 시장 당선자는 올해 556명으로 늘었다.
 
지방 정부를 통해 노동자당은 참여예산제와 같은 민주주의 실험이나, 빈곤층을 끌어안는 재분배 정책 등으로 ‘민심얻기’에 힘썼다. “좌파정당도 성공적으로 지방 정부를 운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것이다. 지난 7월 만난 당 활동가인 알레니쎄 아브란테스(30)는 “노동자당은 참여예산제를 통해 밀실거래·후견정치 등 낙후돼있던 브라질 민주주의를 바로세웠고, 시민들의 이런 각성 덕분에 노동자 출신 대통령도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방정치 경험을 발판 삼아, 2002년 노동자당은 룰라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선거에서는 ‘온건한’ 이미지가 강조됐다. 2005년 부패 사건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지만, 당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듬해 룰라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고, 노동자당은 하원에서 중도 우파정당인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다음의 제2당이다. 최근 룰라에 대한 지지율은 80%로 역대 최고수준이다. 10월초 치러진 전국 5563개 도시의 시장·시의원 선거에서도 당 소속 시장 당선자는 2004년 400명에서 556명으로 늘어, 정당 중 6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상파울루 등 주요도시에서 패배한 데다, 연립여권의 한쪽 축을 이루는 민주운동당 역시 약진해 노동자당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2010년 대선 전망은 아직 안갯속이다.